스쿼시
스쿼시 (Squash Ver 1 0) · 1992 · Gael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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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게임은 오락실에 흔했지만 스쿼시를 소재로 삼은 기판은 좀처럼 없었습니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대신, 두 선수가 같은 좁은 방 안에 함께 들어가 앞 벽에 공을 번갈아 때리는 종목이니 화면 구성부터 달라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은 선수 뒤쪽에서 코트를 바라보는 시점을 골랐고, 벽 너머 관중석까지 그려 넣어 실제 경기장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만들었습니다.
스쿼시(Squash)는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코트에서 벌어지는 스쿼시 경기를 다룬 스포츠 게임입니다. 혼자서 컴퓨터와 겨루거나 두 사람이 맞붙을 수 있습니다. 조작은 코트 안을 뛰어다니는 레버와 버튼 두 개로 이루어집니다. 한쪽 버튼은 강한 타구, 다른 쪽은 약한 타구이고, 치는 순간 레버를 어느 방향으로 밀고 있느냐에 따라 공이 날아가는 방향이 정해집니다.
강타와 약타를 언제 쓰는가
스쿼시라는 종목의 핵심은 상대를 코트 안에서 계속 뛰게 만드는 것입니다. 강타로 앞 벽 높은 곳을 때려 공을 코트 뒤쪽 깊숙이 보내 두면 상대가 뒤로 물러나야 하고, 그 다음에 약타로 앞 벽 낮은 곳을 살짝 떨어뜨리면 상대는 코트 앞까지 달려 나와야 합니다. 이 앞뒤 흔들기가 점수를 따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반대로 두 종류를 섞지 않고 한쪽만 쓰면 상대가 그 자리에서 기다리게 되어 아무리 세게 쳐도 다 받아 냅니다. 실제 스쿼시의 전략을 그대로 옮겨 놓은 셈이라, 종목을 아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손이 갑니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의 레버 방향이 코스를 결정하기 때문에, 치기 전에 미리 방향을 잡아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급하게 달려가면서 아무 방향이나 밀린 상태로 치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갑니다.
다이빙과 그 대가
손이 닿지 않는 공에는 몸을 던져 받아 내는 동작이 있습니다. 극적으로 살아나는 장면이 나오지만 대가가 큽니다. 몸을 던진 뒤 일어나는 데 시간이 걸려서, 그 사이에 돌아온 다음 공을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다이빙은 아무 때나 쓰는 기술이 아닙니다. 상대가 친 공이 힘없이 돌아올 것 같은 상황, 즉 다음 공을 여유 있게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될 때만 쓰는 것이 맞습니다. 결정적인 한 점을 지키기 위해 던지는 것은 좋지만, 습관이 되면 오히려 지는 원인이 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애초에 몸을 던질 일이 없도록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스쿼시에서는 공을 친 다음 코트 한가운데로 돌아오는 것이 기본인데, 이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치고 나서 그 자리에 서 있으면 다음 공이 반대편으로 올 때 손이 닿지 않습니다.
동전이 걸린 구조
이 기판에서 눈여겨볼 점은 한 판의 단위가 시합이 아니라 공의 개수라는 것입니다. 동전 하나에 정해진 개수의 공이 주어지고, 그것을 다 쓰면 경기가 진행 중이더라도 끝납니다. 즉 이기고 있어도 공이 떨어지면 동전을 더 넣어야 합니다.
이런 구조는 그 시절 오락실 스포츠 게임에서 흔했습니다. 실력 있는 사람이 한 동전으로 오래 앉아 있는 것을 막으면서, 동시에 조금만 더 하면 이길 것 같다는 심리를 이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랠리를 길게 끌수록 공 소모가 빨라지므로, 짧게 끝내는 공격적인 플레이가 경제적으로도 유리합니다.
경기 결과는 음성으로 알려 줍니다. 1990년대 초 기판에서 음성 안내는 아직 눈에 띄는 요소였고, 코트 안 소리와 어우러져 중계를 보는 듯한 분위기를 냈습니다.
갈레코라는 회사
이 게임을 만든 갈레코는 스페인의 아케이드 제작사입니다. 일본과 미국 회사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던 시기에 유럽에서 자체 기판을 만들어 세계로 내보내던 드문 회사였고, 이후 여러 인기작을 남기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 스쿼시는 그 회사의 비교적 초기작에 해당합니다.
유럽 제작사답게 종목 선택이 남달랐습니다. 미국과 일본 회사가 야구와 축구, 농구에 몰려 있을 때 스쿼시를 골랐다는 점 자체가 이 회사의 성격을 보여 줍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 오락실에서 이 기판을 만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스쿼시라는 종목 자체가 국내에 낯설었고, 화면만 보고는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벽에 공을 때리는 그림을 보고 그냥 테니스 비슷한 것으로 짐작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잡아 보면 조작이 간단해서 규칙을 모르는 상태로도 몇 분이면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둘이 앉아 번갈아 치다 보면 실제 스쿼시가 왜 체력 소모가 큰 종목인지도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