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앤 고
터치 앤 고 (Touch Go Korea Unprotected) · 1995 · Gaelc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버튼이 하나뿐인 배구 게임입니다. 리시브도 토스도 스파이크도 블로킹도 전부 같은 버튼이고, 상황에 맞춰 알아서 동작이 나옵니다. 대신 공이 떨어질 자리에 표시가 뜨니, 플레이어가 할 일은 그 자리로 제때 가 있는 것뿐입니다. 규칙이 이렇게 단순하니 처음 앉은 사람도 30초면 랠리를 주고받게 됩니다.
터치 앤 고(Touch & Go)는 스페인의 가엘코가 1995년에 내놓은 비치발리볼 게임입니다. 옆에서 본 시점으로 코트를 보여 주고, 두 명이 한 팀을 이뤄 2대 2로 경기를 치릅니다. 여덟 개 나라를 대표하는 팀 중에서 고를 수 있고, 기판 두 대를 연결해 네 명이 동시에 붙을 수 있게 만든 점이 이 게임의 큰 특징입니다.
표시된 자리로 가면 됩니다
이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익숙해져야 하는 건 낙하 지점 표시입니다. 공이 뜨면 코트 바닥에 공이 떨어질 위치가 표시되고, 플레이어는 그 위치로 캐릭터를 옮기기만 하면 됩니다. 제때 도착해서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리시브가 나가고, 네트 앞에서 높은 공을 만나면 스파이크가 나갑니다.
이 구조 덕분에 조작 부담이 거의 없습니다. 배구 규칙을 몰라도, 표시된 자리로 뛰어가서 버튼을 누른다는 것만 알면 경기가 굴러갑니다. 아케이드 스포츠 게임이 지향하던 방향, 즉 앉자마자 바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잘 지켜진 사례입니다.
물론 단순하다고 해서 얕지는 않습니다. 리시브를 어디로 얼마나 띄우느냐, 스파이크를 언제 때리느냐, 상대 스파이크를 언제 뛰어 막느냐가 결국 점수를 가릅니다. 버튼을 누르는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공은 엉뚱한 데로 갑니다.
두 명이 한 팀이라는 것
2대 2 구성이 이 게임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코트에 두 명이 있으니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게 아니라, 공이 오는 쪽에 누가 갈지를 매 순간 정해야 합니다. 사람 둘이 같은 팀일 때는 둘 다 같은 공으로 달려가서 뒤가 비어 버리는 사고가 반드시 한 번은 납니다.
그래서 요령은 앞뒤 역할을 대충이라도 나누는 것입니다. 한 명이 네트 앞을 맡아 스파이크와 블로킹을 담당하고, 다른 한 명이 뒤에서 받아 올리는 식입니다. 랠리가 길어지면 이 역할이 자연스럽게 섞이지만, 기본 위치를 정해 두면 빈 곳이 확 줄어듭니다.
네 명이 동시에 붙을 때 이 게임은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됩니다. 팀원과 소리 지르며 공을 서로 미루고, 상대 팀 두 명과 네트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그림이 나옵니다. 실제로 이 구성이 이 게임이 만들어진 목적에 가깝습니다.
어디서 점수를 잃는가
가장 흔한 실점은 뒤가 빈 상태에서 강한 공을 맞는 것입니다. 상대가 스파이크를 준비할 때 두 명이 다 앞으로 나가 있으면, 넘어온 공이 그대로 코트 뒤에 떨어집니다. 상대가 때릴 자세를 잡으면 한 명은 반드시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스파이크 욕심입니다. 높이 뜬 공이면 무조건 때리고 싶어지지만, 위치와 타이밍이 안 맞으면 네트에 걸리거나 코트 밖으로 나갑니다. 확실하지 않을 때는 무리하게 때리지 말고, 상대 코트 안쪽으로 안전하게 넘기는 선택이 점수로는 더 낫습니다.
세 번째는 블로킹 타이밍입니다. 상대보다 먼저 뛰면 내가 내려오는 사이에 공이 넘어옵니다. 상대가 때리는 순간에 맞춰 뛰는 감각을 잡는 데 몇 판이 걸립니다.
가엘코라는 회사
가엘코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활동한 스페인의 아케이드 기판 제작사입니다. 일본과 미국이 아케이드 시장을 양분하던 시기에, 유럽에서 자체 기판과 게임을 꾸준히 내놓은 드문 회사였습니다. 레이싱과 스포츠, 캐주얼한 액션 게임을 주로 만들었고, 유럽 오락실에서는 꽤 익숙한 이름이었습니다.
터치 앤 고는 그 색깔을 잘 보여 줍니다. 어려운 조작이나 깊은 시스템으로 승부하기보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앉아 왁자지껄 놀 수 있게 만드는 쪽입니다. 기판 두 대를 이어 네 명을 붙이는 구성 자체가 그런 의도의 결과입니다.
오락실에서
한국 오락실에서 유럽 기판은 드문 편이었습니다. 이 게임 역시 널리 깔린 물건은 아니었고, 같은 시기 스포츠 게임 자리에는 일본산 축구와 야구 게임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도 배구를 소재로 한 아케이드 게임 자체가 흔치 않아서, 만나면 한 번쯤 붙잡게 되는 게임입니다. 무엇보다 규칙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강합니다. 옆 사람에게 자리로 가서 버튼만 누르라고 한마디 하면 바로 같이 놀 수 있고, 그렇게 시작한 판이 의외로 길게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