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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스 패밀리 밸류 메가드라이브판

아담스 패밀리 밸류 (Addams Family Values Europe En Fr de) · 1995 · Oc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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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권을 받아 만든 게임이라면 대개 옆으로 걸어가며 때리는 액션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 게임은 그 예상을 정면으로 배신합니다. 화면을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마법을 쏘며 돌아다니는, 젤다의 전설 계열에 훨씬 가까운 탐험형 액션이 나옵니다. 영화의 음산한 유머를 그대로 옮긴 배경 위에서 열쇠를 찾고 문을 열고 길을 트는 구조라, 처음 카트리지를 꽂았던 사람은 십중팔구 "이게 그 아담스 패밀리 게임이 맞나" 하고 한 번 멈칫하게 됩니다.

아담스 패밀리 밸류(Addams Family Values)는 1993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플레이어는 대머리에 헐렁한 코트를 걸친 삼촌 페스터가 되어, 사라진 갓난아기 퍼블릿을 찾아 저택 안팎을 돌아다닙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이동하며, 앞으로 마법 구슬을 쏘아 적을 처리하고, 막힌 길은 아이템이나 열쇠로 뚫습니다. 전투보다 길 찾기와 물건 쓰임새를 알아내는 데 시간이 훨씬 많이 들어가는 게임입니다.

아담스 패밀리 밸류 메가드라이브판 어드벤처 게임 화면 1 - 메가 드라이브 (1995)

한 판이 어떻게 흘러가는가

게임은 아담스 저택을 중심에 두고 정원, 지하, 숲, 늪 같은 구역이 사방으로 이어지는 형태입니다. 스테이지가 한 줄로 늘어서서 하나 깨면 다음으로 넘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열려 있는 곳을 먼저 돌아보고 아직 못 여는 곳은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열쇠를 얻어 돌아오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갈 곳이 좁게 느껴지다가, 도구가 하나씩 늘어날수록 지도가 갑자기 넓어지는 감각이 있습니다.

페스터의 기본 공격은 손에서 나가는 마법입니다. 처음에는 사거리도 짧고 힘도 약하지만, 진행하면서 얻는 마법을 바꿔 끼우면 성질이 달라집니다. 벽 너머를 노리거나 여러 방향으로 퍼지는 것도 있고, 특정 적에게만 잘 듣는 것도 있어서 구역마다 무엇을 쓸지 고르는 재미가 붙습니다. 마법에는 사용 자원이 따로 있어서 무한정 난사할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잡졸을 상대로 아껴 두었다가 정작 필요한 순간에 쓰는 식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중간중간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진행의 핵심입니다. 아담스 가족 구성원은 물론 저택 곳곳의 인물들이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흘려 줍니다. 이 대화를 흘려듣고 지나가면 갑자기 갈 곳을 잃고 저택을 몇 바퀴씩 돌게 되므로, 새 인물을 만나면 한 번씩 말을 걸어 보는 습관이 이 게임에서는 실질적인 공략입니다.

아담스 패밀리 밸류 메가드라이브판 어드벤처 게임 화면 2 - 메가 드라이브 (1995)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벽은 방향 감각입니다. 화면이 한 화면씩 넘어가는 구조에 비슷하게 생긴 방과 복도가 많아, 어디를 이미 갔고 어디를 안 갔는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안 열리는 문이나 못 건너는 지형을 만났을 때 그 위치를 따로 적어 두면 나중에 도구를 얻고 나서 헤매는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두 번째는 체력 관리입니다. 적의 공격이 아프기도 하지만, 그보다 회복 수단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잡졸을 굳이 다 잡을 필요가 없는 구간이 많으므로, 무리해서 싸우기보다 뚫고 지나가는 판단이 오래 버티는 요령입니다. 좁은 통로에서 적에게 둘러싸이면 빠져나오기가 매우 어려우니, 넓은 곳으로 유인해 놓고 정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세 번째는 아이템의 쓰임새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얻은 물건이 어디에 쓰이는지 게임이 친절하게 알려 주지 않아서, 손에 들고 다니다가 한참 뒤 엉뚱한 곳에서 쓸모를 발견하는 일이 잦습니다. 이 게임의 재미이자 동시에 답답함이기도 한 부분입니다.

난이도와 인내심

이 게임의 난이도는 반사신경보다 끈기 쪽에 걸려 있습니다. 손이 빨라야 넘어가는 구간은 그리 많지 않은 대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붙잡히는 시간이 깁니다. 액션 게임을 기대하고 잡았다가 지쳐서 놓는 경우가 여기서 나옵니다. 반대로 탐험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저택 구석구석을 뒤지는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됩니다.

전투 난이도만 보면 그렇게 가혹하지는 않습니다. 적의 패턴이 단순하고, 마법을 제대로 갖춘 뒤에는 정면 승부로도 대부분 정리됩니다. 다만 회복 없이 오래 돌아다니다가 누적된 피해로 쓰러지는 일이 잦아, 체력이 절반 밑으로 떨어졌으면 무리한 탐험을 접고 회복 수단을 찾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시대와 이식판

원작 영화가 나온 직후 만들어진 판권 게임이지만, 앞서 나온 아담스 패밀리 게임이 평범한 횡스크롤 액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방향을 완전히 틀었습니다. 판권물이 대개 안전한 장르를 고르던 시절에, 굳이 탐험형 액션을 택한 것은 꽤 과감한 선택이었습니다.

메가드라이브판은 유럽 시장을 겨냥해 나왔습니다. 같은 게임이 슈퍼패미컴으로도 나왔는데, 두 판은 화면 색감과 소리에서 차이가 납니다. 메가드라이브 특유의 어둡고 진한 색조가 아담스 저택의 음산한 분위기와 제법 잘 어울린다는 평도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자리

한국에서는 영화 아담스 패밀리 자체가 극장과 비디오로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대머리 삼촌 페스터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다만 이 게임 자체는 정식 유통이 활발하지 않았고, 영어 대사가 진행의 핵심이라 언어의 벽이 컸습니다. 대화를 읽지 못하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구조여서, 액션 부분만 잠깐 즐기다가 접은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한국에서 널리 회자되는 명작 목록보다는, 나중에 다시 찾아 본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게임이 있었구나" 하고 재발견되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제 한글로 정리된 진행 순서를 참고하면서 하면, 당시 넘지 못했던 언어의 벽 너머에 어떤 게임이 있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