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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트레이저

액트레이저 (Actraiser Japan En By Aeon Genesis v1 0) · 1990 · En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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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게임이 한 팩에

이 게임을 처음 켜면 검을 든 석상이 옆으로 걸어가며 마물을 베는 평범한 액션 게임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한 스테이지를 끝내면 화면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바뀌고, 이제 마을 사람들에게 길을 내라고 지시하게 됩니다. 액션 게임과 마을 육성 게임이 번갈아 나오는 이 구성은 당시에도 지금도 흔치 않습니다.

액트레이저(ActRaiser)는 에닉스가 슈퍼패미컴 초기에 낸 작품으로, 신의 자리에 앉은 플레이어가 마물에게 빼앗긴 땅을 되찾는 이야기입니다. 옆으로 진행하는 액션 파트와 위에서 내려다보는 크리에이션 파트가 번갈아 이어지며 하나의 흐름을 이룹니다.

액트레이저 액션 게임 화면 1 - 슈퍼 패미컴 (1990)

검을 든 신

액션 파트에서는 석상에 깃든 신이 직접 검을 휘두릅니다. 조작은 단순합니다. 베고, 웅크리고, 점프하고, 마법을 씁니다. 그런데 움직임이 묵직해서 앞뒤 상황을 보고 신중하게 나서야 하고, 급하게 달려들면 금방 체력이 깎입니다.

각 지역의 끝에는 그 땅을 차지한 마물 우두머리가 있습니다. 지역마다 성격이 확실히 달라 사막, 숲, 설원, 화산 같은 무대가 이어지고, 보스도 그 무대에 맞는 생김새를 하고 있습니다. 마법은 수가 한정되어 있어서, 아껴 두었다가 보스전에 쏟아붓는 것이 정석입니다.

사람이 늘어나는 땅

크리에이션 파트가 이 게임의 진짜 개성입니다. 천사를 조종해 하늘을 날며 마물 소굴을 활로 부수고, 사람들에게 어느 방향으로 길을 내라고 지시합니다. 길이 뻗어 나가면 새 집이 생기고, 인구가 늘고, 그러다 사람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발명해 바치기도 합니다.

인구가 늘면 신의 체력 상한이 오르고 새 마법이 열립니다. 그래서 액션 파트를 편하게 넘기려면 마을을 잘 키워야 하고, 마을을 키우려면 액션 파트에서 소굴을 정리해야 합니다. 두 파트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구조라, 어느 쪽도 건너뛸 수 없습니다.

재난과 요청

마을 사람들은 가끔 문제를 안고 찾아옵니다. 어디에 괴물이 나타났다거나, 강물이 넘친다거나, 병이 돌고 있다는 식입니다. 이럴 때 지진이나 번개 같은 기적을 내려 지형을 바꾸거나, 아이템을 찾아 건네주는 식으로 해결합니다.

이 과정에서 얻는 물건이 다음 지역을 여는 열쇠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을을 그냥 방치하면 진행이 막히므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 보게 됩니다. 신을 연기하는 감각을 게임 규칙으로 잘 풀어낸 부분입니다.

음악이라는 무기

액트레이저를 기억하는 이유의 절반은 음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슈퍼패미컴의 음원 성능을 초기부터 끝까지 밀어붙인 곡들이 웅장하게 깔리고, 특히 크리에이션 파트에서 흐르는 곡은 이 기기의 대표 명곡으로 자주 꼽힙니다.

분량이 아주 길지는 않아 진득하게 앉으면 끝을 볼 수 있습니다.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마을을 키우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각각 절반씩 맞아떨어지는 독특한 작품이라 한 번쯤 잡아 볼 값어치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