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트레이저 유럽판
액트레이저 (Actraiser Europe) · 1992 · Enix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두 개의 게임이 한 장에 들어 있다
이 게임은 성격이 전혀 다른 두 부분이 번갈아 나옵니다. 한쪽은 검을 든 석상을 조종해 옆으로 진행하는 액션이고, 다른 한쪽은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며 사람들이 마을을 넓혀 가는 것을 돕는 시뮬레이션입니다. 이 둘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서로 맞물립니다.
액션 스테이지에서 그 땅의 마물을 물리쳐야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고, 사람이 늘어나면 신인 주인공의 힘이 강해져 다음 액션 스테이지가 수월해집니다. 두 장르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엮은 게임은 그전에도 그 뒤에도 흔치 않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액트레이저(ActRaiser)는 퀸텟이 만들고 에닉스가 낸 작품으로, 슈퍼패미컴 초기를 대표하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마왕에게 세상을 빼앗긴 신이 잠에서 깨어나, 각 지역의 마물을 처치하고 인간들이 다시 살아갈 터전을 되찾아 주는 이야기입니다.
액션 파트에서는 신의 힘이 깃든 석상을 조종해 검을 휘두르고 마법을 씁니다. 시뮬레이션 파트에서는 천사를 조종해 화살로 몬스터를 쫓고, 사람들에게 어느 방향으로 마을을 넓힐지 알려 주며 번개나 비 같은 기적을 내려 지형을 정리합니다.
마을을 키우는 재미
시뮬레이션 파트는 조작이 단순하지만 묘하게 붙잡게 됩니다. 길을 내라고 지시하면 사람들이 집을 짓고, 인구가 늘면 새로운 물건을 바치며, 그러다 지형에 막히면 기적으로 늪을 마르게 하거나 숲을 태워 길을 열어 줍니다.
마물의 소굴을 방치하면 계속 몬스터가 나와 마을을 괴롭히므로, 천사를 몰아 소굴 위를 지나며 봉인해야 합니다. 인구가 늘어나면 신의 체력 상한이 올라가기 때문에, 액션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 마을을 조금 더 키워 두는 것이 정석적인 대응입니다.
음악이 남긴 인상
이 게임을 이야기할 때 코시로 유조의 음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슈퍼패미컴이 막 나온 시기에 이 정도 무게감의 곡을 뽑아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움이었고, 지금도 슈퍼패미컴 음악을 꼽을 때 늘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웅장한 관현악풍 곡들이 신이 세상을 되찾는다는 이야기와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액션 난이도는 만만치 않지만 마을을 키워 체력을 늘리는 우회로가 있어서, 실력만으로 뚫어야 하는 게임은 아닙니다. 두 장르를 오가는 구조 덕분에 한쪽이 지겨워질 틈이 없다는 점도 이 게임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