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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십 풀 패미컴판

챔피언십 풀 (Championship Pool USA) · 1993 · Mi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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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를 게임으로 옮기면 결국 각도와 세기 문제로 수렴합니다. 이 게임은 그 둘을 화면에 아주 정직하게 늘어놓습니다. 큐의 방향을 돌려 조준선을 맞추고, 힘 게이지를 정해 치고, 필요하면 회전까지 얹습니다. 화면 위에서 공이 부딪히는 각도가 실제 당구대에서 보던 것과 크게 어긋나지 않아, 당구를 좀 쳐본 사람이면 첫 판부터 감이 옵니다.

챔피언십 풀(Championship Pool)은 포켓볼을 다루는 스포츠 게임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당구대에서 큐 방향과 힘, 회전을 정해 공을 치고, 여러 종목 규칙에 맞춰 공을 넣어 승부를 가리는 구조입니다.

챔피언십 풀 패미컴판 스포츠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93)

한 번 치는 과정

치는 절차는 세 단계입니다. 먼저 큐를 돌려 조준 방향을 정하고, 다음으로 흰 공의 어느 지점을 때릴지 정하고, 마지막으로 힘을 정해 칩니다. 조준은 미세 조정이 되기 때문에 얇게 맞히는 각도도 만들 수 있습니다.

흰 공의 타점을 옮기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 조작입니다. 가운데를 치면 그대로 밀려가고, 아래를 치면 맞고 되돌아오며, 위를 치면 따라 나갑니다. 좌우를 치면 쿠션에 맞은 뒤 진행 방향이 꺾입니다. 다음 공을 어디서 치고 싶은지에 따라 타점을 정하는 습관이 붙으면 점수가 확 올라갑니다.

힘 조절도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세게 치면 공이 들어가더라도 흰 공이 엉뚱한 곳까지 굴러가 다음 수가 어려워집니다. 넣는 것 자체보다 넣고 나서 흰 공이 어디 서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실력 차이가 나는 지점입니다.

챔피언십 풀 패미컴판 스포츠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93)

여러 종목

한 가지 방식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종목을 고를 수 있습니다. 정해진 순서대로 공을 넣어야 하는 방식, 마지막에 특정 공을 넣어야 이기는 방식, 총 몇 개를 넣었는지로 겨루는 방식 등 규칙이 각각 달라서 필요한 전략도 달라집니다.

순서를 지켜야 하는 종목에서는 다음 차례 공이 어디 있는지가 판단의 전부입니다. 지금 넣기 쉬운 공보다 그다음이 편해지는 자리를 만드는 선택이 결국 이깁니다. 반대로 순서가 자유로운 종목에서는 몰려 있는 공 무리를 먼저 흩어놓아야 후반이 풀립니다.

여럿이 번갈아 하기에도 좋습니다. 한 사람이 실패하면 차례가 넘어가는 구조라 한 판이 오래 늘어지지 않고, 컨트롤러 하나를 주고받으며 하는 게임으로 성격이 잘 맞습니다.

막히는 지점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겪는 실패는 힘을 너무 세게 주는 것입니다. 세게 치면 통쾌하지만 공이 포켓 입구에서 튕겨 나오고 흰 공은 대 반대편까지 가버립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필요한 힘은 생각보다 훨씬 약합니다.

두 번째는 얇게 맞히는 각도를 잘못 보는 것입니다. 화면상 겹쳐 보이는 두 공이 실제로는 스치듯 맞는 각도라, 조준선만 믿고 치면 빗나갑니다. 목표 공을 어느 방향으로 보내고 싶은지 먼저 정하고, 그 반대편 지점을 때린다는 감각으로 조준하면 정확도가 올라갑니다.

파울 규칙도 신경 써야 합니다. 흰 공을 빠뜨리거나 아무 공도 못 맞히면 상대에게 유리한 상황을 넘겨주게 됩니다. 자신 없는 각도에서는 무리해서 넣으려 하지 말고, 상대가 치기 어려운 자리로 흰 공을 보내는 수비적인 선택도 유효합니다.

당구 게임으로서

이 시기 가정용 기기의 당구 게임은 물리 처리를 어디까지 흉내 낼 수 있느냐가 평가를 갈랐습니다. 공이 부딪힌 뒤 갈라지는 각도가 어색하면 아무리 화면이 예뻐도 손이 안 갑니다. 이 게임은 그 부분을 무난하게 잡아서, 실제 당구 지식이 화면 안에서 그대로 통합니다.

화면 구성도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당구대를 위에서 보여주고 필요한 정보만 옆에 붙여놓는 방식이라, 규칙을 아는 사람이면 설명서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대신 시각적인 화려함은 없어서, 액션 게임을 기대하고 잡으면 심심하게 느껴집니다.

당구가 생활 스포츠였던 국내 사정을 생각하면 소재 자체는 익숙한 편이었습니다. 다만 당구장이 워낙 가까이 있던 시절이라 굳이 화면으로 치겠다는 수요가 크지 않았고, 그래서 이런 게임은 비 오는 날 집에서 대신 잡는 물건에 가까웠습니다. 조용히 각도를 재는 재미를 아는 사람에게는 지금 해도 충분히 버티는 구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