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미 야구
보텀 오브 더 나인스 (Bottom of the Ninth Ver T) · 1989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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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이라는 제목
야구에서 9회말은 마지막 공격입니다. 여기서 뒤집지 못하면 경기가 끝납니다. 제목부터가 그 순간을 가리키고 있으니, 이 게임이 무엇을 팔려고 했는지는 분명합니다. 동전 하나로 살 수 있는 것은 결국 마지막 한 타석의 긴장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오락실 야구 게임은 늘 시간과 싸웠습니다. 아홉 이닝을 다 돌리면 한 사람이 기계를 너무 오래 차지합니다. 그래서 이 시절 야구 게임들은 이닝을 줄이거나, 점수 차가 벌어지면 끊거나, 동전을 더 넣어야 이어지게 만드는 식으로 저마다 방법을 찾았습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코나미 야구(Bottom of the Ninth)는 두 사람이 한 대에서 겨루거나 혼자 컴퓨터를 상대하는 야구 게임입니다. 먼저 연고 도시로 이름 붙은 여러 구단 가운데 하나를 고르고 경기를 시작합니다. 뉴욕이나 시카고, 로스앤젤레스처럼 실제 야구 도시의 이름이 붙어 있어서 고르는 것부터 나름의 감정이 붙습니다.
투수와 타자가 맞붙을 때는 옆에서 본 화면입니다. 투수는 구종과 코스를 정해 던지고, 타자는 스탠스와 스윙 방향을 조절하며 기다립니다. 공이 배트에 맞아 날아가는 순간 화면이 바뀌어, 그라운드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이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수비수를 움직여 공을 잡고 베이스로 던지는 싸움입니다.
이 두 시점을 오가는 구성이 이 시절 야구 게임의 표준이었습니다. 투타 대결의 긴장과 수비의 분주함을 한 화면씩 나눠 보여 주는 방식인데, 처음 잡으면 화면이 바뀌는 순간 손이 따라가지 못해 어리둥절해집니다.
투수와 타자, 어디서 갈립니다
투구는 던지고 나서도 손을 놓으면 안 됩니다. 공이 날아가는 도중에 코스를 조금 흔들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바깥쪽으로 빠지는 것처럼 보이다가 들어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걸 모르면 상대가 던지는 공이 왜 자꾸 이상하게 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타격에서 초보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무조건 크게 휘두르는 것입니다. 강한 스윙은 맞으면 멀리 가지만 헛스윙이 늘어납니다. 스탠스를 조절해 노리는 코스를 좁히고, 확실한 공만 치는 편이 결국 점수를 더 뽑습니다.
수비는 의외로 여기서 승부가 갈립니다. 공을 잡은 뒤 어느 베이스로 던질지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습관적으로 1루로만 던지면 주자가 계속 쌓입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앞 베이스를 노릴지 확실한 아웃을 잡을지 고르는 것이, 실제 야구와 마찬가지로 이 게임에서도 실력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사람과 붙을 때가 진짜입니다
혼자 컴퓨터를 상대하면 패턴이 보입니다. 몇 판만 하면 어떤 공이 주로 오는지 감이 잡히고, 그러면 긴장이 빠집니다. 이 게임의 진짜 재미는 두 사람이 마주 앉을 때 나옵니다.
내가 던진 코스를 상대가 읽었는지, 상대가 크게 휘두를 자세인지 아닌지를 화면 너머로 눈치싸움하게 됩니다. 볼카운트가 몰리면 던지는 쪽도 치는 쪽도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야구를 아는 사람일수록 이 부분에서 몰입하게 되고, 실제 경기에서 하는 고민을 그대로 하게 됩니다.
한 판이 끝나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둘이 자리를 잡으면 뒤에 줄이 서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붙어 있는 시간이 길고, 이겼을 때 남는 기분도 오래갔습니다.
코나미와 그 시절 스포츠 게임
코나미는 오락실에서 스포츠 게임을 꾸준히 낸 회사입니다. 육상 종목을 버튼 연타로 겨루게 만든 하이퍼 올림픽 계열이 특히 유명했고, 축구와 야구 쪽으로도 계속 손을 댔습니다. 스포츠를 게임으로 옮길 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 잘 아는 회사였습니다.
이 게임도 그 감각이 살아 있습니다. 야구의 규칙을 다 넣으려 들지 않고, 투타 대결과 수비 처리라는 핵심만 남겨 빠르게 굴러가게 만들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다른 제목으로 나왔고, 야구 문화가 자리 잡은 지역을 겨냥한 게임답게 나라와 시장에 따라 이름과 구성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격투나 슈팅만큼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야구를 좋아하는 손님이 있는 동네에서는 꾸준히 돌아갔고, 프로야구 중계를 보고 온 날 친구와 한 판 붙는 식으로 즐기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