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큐비 밥

큐비 밥 (Cuby Bop Location Test) · 199? · Hot-B C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오락실에 잠깐 걸렸다가 사라진 게임

오락실 게임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는 반드시 한 단계를 거칩니다. 완성된 기판을 실제 오락실 몇 곳에 며칠 걸어 두고, 사람들이 얼마나 앉는지 동전이 얼마나 들어오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그 게임은 정식 발매까지 가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집니다.

이 게임은 그 단계에서 멈춘 물건입니다. 지금 돌아가는 판본에도 시험용이라는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화면을 켜면 완성된 상품이 아니라, 오락실 한구석에 며칠 놓여 있다가 조용히 철거된 기계 앞에 앉은 기분이 듭니다. 그 시절 오락실에는 이렇게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게임이 아주 많았습니다.

큐비 밥 액션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

어떤 게임인가

큐비 밥(Cuby Bop)은 화면 아래쪽의 받침대를 좌우로 움직여 공을 튕기고, 그 공으로 위에 쌓인 블록을 하나씩 지우는 블록깨기입니다. 공을 아래로 흘리면 한 대를 잃고, 화면의 블록을 다 지우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규칙은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단순합니다.

블록깨기는 오락실에서 가장 오래된 형태의 놀이 중 하나입니다. 70년대에 벽돌을 지우는 기계가 놓인 이후로, 여기에 아이템과 캐릭터와 이야기를 얹어 되살리려는 시도가 주기적으로 반복되었습니다. 이 게임도 그런 시도 가운데 하나로, 큐브 모양을 소재로 삼아 밝고 아기자기한 화면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블록깨기의 기본기

이 장르는 쉬워 보이지만 잘하려면 확실한 요령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각도입니다. 받침대 가운데로 받으면 공이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고, 끝으로 받을수록 옆으로 크게 꺾입니다. 그러니 지우고 싶은 자리에 맞춰 어디로 받을지를 미리 정해 두어야 합니다.

둘째는 옆길을 뚫는 것입니다. 정면에서 한 줄씩 지우는 것보다, 블록 덩어리의 옆으로 공을 밀어 넣어 천장 쪽으로 올려 보내는 편이 훨씬 효율이 좋습니다. 위로 올라간 공은 천장과 블록 사이에서 한참을 튀며 알아서 지워 나가고, 그동안 받침대는 쉴 수 있습니다.

셋째는 속도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블록깨기는 판이 진행될수록 공이 빨라지고, 남은 블록이 적어질수록 공이 돌아오는 간격이 길어져 집중이 흐트러집니다. 마지막 한두 개를 못 지워 실수하는 경우가 대부분 여기서 나옵니다. 공을 눈으로 쫓기보다, 튀어 나가는 방향을 보고 받침대를 미리 옮겨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시험판만 남았다는 것

정식 발매까지 가지 못한 게임을 지금 해 보면, 마감이 덜 된 흔적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화면 구성이 정리되지 않았거나, 뒷부분이 준비되지 않았거나, 균형이 거칠게 잡혀 있는 식입니다. 이것을 흠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게임이 완성되기 전 단계가 그대로 굳어 남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흔치 않은 자료이기도 합니다.

이 게임을 만든 곳은 90년대 일본에서 여러 게임을 내놓다가 중반에 문을 닫은 회사입니다. 오락실 기판과 가정용 소프트를 함께 다루던 규모였는데, 회사가 사라지면서 준비 중이던 것들도 함께 정리되었습니다. 이 게임이 시험 단계에서 멈춘 데에도 그런 사정이 겹쳐 있었을 것입니다.

블록깨기가 밀려나던 시기

90년대 중반 오락실은 대전 격투가 자리를 거의 다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동전을 계속 넣게 만드는 구조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혼자 조용히 공을 튕기는 게임은 좋은 자리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같은 시기에 나온 블록깨기들이 대부분 대전 요소를 붙이거나 캐릭터를 앞세운 것도 그래서입니다.

국내 사정도 비슷했습니다. 큰 오락실은 격투와 슈팅이 차지했고, 블록깨기는 문방구 앞 기계나 여러 게임이 한 기판에 들어 있는 기계에서 만나는 쪽이었습니다. 동전 하나로 오래 버틸 수 있는 게임이라 주인 입장에서는 반가운 손님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지금 켜 볼 이유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할 게임은 아닙니다. 대신 규칙이 단순해서 아무 설명 없이 앉아도 바로 시작할 수 있고, 몇 판만 해도 손이 각도를 기억하기 시작합니다. 블록깨기라는 형식이 왜 수십 년을 살아남았는지는 이런 소품에서 오히려 더 잘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정식으로 나오지 못한 게임을 지금 만져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드문 경험입니다. 그 시절 오락실에 걸렸다가 며칠 만에 내려진 기계 앞에 앉아 보는 셈이니, 짧게라도 한 판 해 볼 값어치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