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걸스
플레이 걸스 (Play Girls) · 1992 · Hot-B C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벽돌 뒤에 무언가가 있습니다
벽돌깨기는 1970년대에 이미 완성된 장르입니다. 아래에서 판을 좌우로 움직여 공을 튕겨 올리고, 위쪽에 쌓인 벽돌을 전부 지우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규칙이 이보다 간단할 수 없기 때문에, 1990년대의 벽돌깨기들은 규칙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승부를 봤습니다. 이 게임이 고른 답은 벽돌 뒤에 그림을 깔아 두는 것이었습니다.
플레이 걸스(Play Girls)는 그 발상을 그대로 밀고 나간 성인 취향 벽돌깨기입니다. 벽돌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뒤에 가려져 있던 그림이 조금씩 드러나고, 판을 다 지우면 전체가 보입니다. 잘 치는 것보다 다음 그림이 궁금해서 동전을 넣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이런 문법은 당시 일본 아케이드에 여럿 있었습니다. 화면을 선으로 잘라 영역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여는 게임들이 먼저 유행했고, 이 작품은 같은 보상 구조를 벽돌깨기 위에 얹은 쪽입니다. 조작이 훨씬 익숙한 만큼 진입은 더 쉽습니다.
한 판의 흐름
판이 시작되면 화면 아래쪽에 짧은 막대가 놓이고 공이 튀어 오릅니다. 공은 벽과 벽돌에 맞을 때마다 각도를 바꾸며 돌아다니고, 막대로 받아 내지 못하면 잔기가 하나 줄어듭니다. 벽돌을 전부 없애면 다음 판입니다.
핵심은 공이 막대의 어디에 맞느냐입니다. 가운데로 받으면 거의 그대로 튀어 오르고, 끝으로 갈수록 각도가 눕습니다. 벽돌 더미의 옆구리를 노리거나 위쪽 벽과 벽돌 사이 틈으로 공을 밀어 넣어 스스로 튕겨 다니게 만드는 것이 판을 빨리 끝내는 방법입니다.
벽돌 중 일부는 아이템을 떨어뜨립니다. 막대가 길어지거나, 공이 여러 개로 늘어나거나, 공이 잠깐 강해지는 식입니다. 반대로 받으면 손해인 것도 섞여 있으니 아이템이 떨어진다고 무조건 쫓아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어디서 어려워지는가
앞판은 벽돌 배치가 성기고 공도 느립니다. 판이 넘어갈수록 공 속도가 붙고, 한 번 맞아서는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벽돌이 섞이기 시작합니다. 단단한 벽돌은 같은 자리를 여러 번 때려야 하는데, 그 사이에 공의 각도가 흐트러지면서 아래로 새기 쉽습니다.
특히 위험한 순간은 마지막 한두 개가 남았을 때입니다. 넓어진 빈 공간에서 공이 길게 왕복하기 때문에 리듬이 깨지고, 초조해져서 막대를 크게 흔들다가 놓칩니다. 남은 벽돌이 적을수록 막대를 작게 움직이며 각도만 다듬는 편이 안전합니다.
두 사람이 붙어 앉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실제 오락실에서는 번갈아 하면서 서로 훈수를 두는 쪽이 흔했습니다.
만든 곳
핫비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아케이드와 가정용을 오가며 게임을 내던 일본 회사입니다. 슈팅이나 액션도 만들었지만, 이 회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낚시 게임 쪽입니다. 잔잔한 취미 게임을 만들던 회사가 이런 소품도 함께 냈다는 점이 지금 보면 재미있는 대목입니다.
1990년대 초 일본 아케이드에는 이렇게 그림을 보상으로 삼는 게임이 하나의 갈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기판 값이 싸고 개발 기간이 짧으며 회전율이 좋았기 때문에 작은 회사들이 꾸준히 만들어 냈습니다. 그중 다수는 게임성보다 화면으로 승부한 물건이었고, 이 작품 역시 그 흐름 위에 있습니다.
오락실에서 어떤 물건이었나
국내에서 이런 종류는 문방구 앞 게임기나 동네 오락실 한복판에 놓이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학생 손님이 주로 드나드는 곳에서는 보기 어려웠고, 어른들이 가는 가게의 구석 자리에나 한두 대 있는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은 들어 봤지만 실제로 해 본 적은 없는 게임으로 남은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다시 꺼내 보면 화면보다 오히려 벽돌깨기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공의 각도를 다루는 감각은 시대가 지나도 그대로여서, 몇 판만 붙어도 손이 옛 기억을 떠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