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틱스 오우거
택틱스 오우거 (Tactics Ogre) · 1995 · Qu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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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을 따를 것인가
이야기 초반, 마을 주민을 학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집니다. 따르면 세력은 커지지만 손에 피가 묻고, 거부하면 동료와 갈라섭니다. 어느 쪽도 깨끗한 답이 아니고, 게임은 어느 쪽이 옳았다고 말해 주지 않습니다. 이 선택 하나로 이후 진행되는 장이 통째로 달라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 장면 앞에서 한참을 멈춰 있었습니다.
택틱스 오우거(Tactics Ogre)는 격자로 나뉜 입체 지형 위에서 유닛을 움직여 싸우는 시뮬레이션 RPG입니다. 민족과 종교가 얽힌 내전을 배경으로, 주인공 데님이 어느 편에 설지를 계속 결정해 나가는 구조입니다. 이후 이 장르의 여러 작품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꼽힙니다.
높이가 있는 전장
전투는 사각 격자 위에서 벌어지는데, 지형에 높낮이가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높은 곳에 활잡이를 세우면 사거리와 위력이 올라가고, 아래쪽에서 위를 치는 근접 유닛은 손해를 봅니다. 계단과 언덕을 어떻게 차지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을 보이는 방향에서 때리면 더 아프게 들어가는 규칙도 있어, 유닛을 돌려 세우는 것 자체가 중요한 판단이 됩니다. 여기에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속성 위력이 달라지는 요소까지 얹혀 있어, 같은 지도라도 상황에 따라 풀이가 달라집니다.
갈라지는 길
이야기는 여러 장으로 나뉘어 있고, 중간중간 나오는 선택에 따라 다른 경로로 넘어갑니다. 어느 경로를 타느냐에 따라 만나는 인물, 합류하는 동료, 벌어지는 사건이 달라집니다. 어떤 인물은 특정 경로에서만 동료가 되고, 다른 경로에서는 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선택의 결과가 즉시 드러나지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 한참 뒤에 가서야 그때의 결정이 무엇을 불렀는지 알게 되는 구성이라, 되돌릴 수 없다는 감각이 무겁게 남습니다. 이 때문에 전부 보려면 여러 번 회차를 돌아야 합니다.
클래스와 육성
유닛은 병사, 기사, 궁수, 마법사, 성직자 같은 클래스를 갖고, 조건을 채우면 상위 클래스로 바꿀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소질이 달라 아무나 아무 클래스가 되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인물의 성향과 충성도 같은 수치가 있어, 관리를 소홀히 하면 동료가 떠나기도 합니다.
용이나 짐승 같은 유닛을 부대에 넣을 수도 있고, 죽은 자를 되살려 쓰는 수단도 있습니다. 부대 하나를 어떻게 짜느냐가 곧 취향이 되는 게임이라, 사람마다 편성이 꽤 다릅니다.
지금 해도 통하는 이유
한 전투에 걸리는 시간이 짧지 않아 진득하게 붙잡아야 합니다. 대신 한 판 한 판이 퍼즐처럼 짜여 있어, 지형과 순서를 제대로 읽으면 열세도 뒤집을 수 있습니다. 무작정 강한 유닛을 밀어 넣는 방식으로는 오래 못 갑니다.
도트로 그려진 전장과 묵직한 음악, 그리고 쉽게 결론 내리지 않는 이야기가 이 게임을 오래 남게 했습니다. 시뮬레이션 RPG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작품으로 꼽히며, 지금 처음 잡는 사람에게도 그 무게가 그대로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