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록 3
투록 3 섀도 오브 오블리비언 (Turok 3 Shadow of Oblivion USA Europe En Fr de Es) · 2000 · Accla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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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록이라는 이름은 원래 거치형 기기에서 3차원 정글을 누비며 공룡과 총격전을 벌이던 게임으로 알려졌습니다. 넓은 숲, 안개, 그리고 수풀 너머에서 튀어나오는 거대한 생물. 그 무게감이 이 시리즈의 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이름을 손바닥만 한 게임보이 컬러에 옮긴다면 무엇이 남을까요. 이 작품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당시의 답입니다.
투록 3 섀도 오브 오블리비언(Turok 3: Shadow of Oblivion)의 휴대용판은 거치형판과 같은 이름을 쓰지만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3차원 시점을 포기하고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옆에서 보는 화면으로 구성해, 작은 화면에서도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보이도록 다시 만들었습니다. 총을 쏘며 나아가고 길을 찾는다는 뼈대만 남기고 표현 방식을 통째로 바꾼 셈입니다.
작은 화면이 만든 설계
게임보이 컬러의 화면은 좁고 색도 제한적입니다. 여기에 3차원 화면을 억지로 욱여넣으면 무엇이 적이고 무엇이 벽인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 휴대용 이식작들은 대개 시점을 바꾸는 선택을 했고, 이 작품도 그렇습니다.
시점을 바꾸자 게임의 성격도 따라 바뀌었습니다. 원작에서는 어디에 적이 있는지 모른 채 조심스레 나아가는 긴장이 컸다면, 여기서는 화면 안의 상황이 한눈에 보이므로 어떻게 움직여 정리할지 계획하는 쪽이 중요해집니다.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즐기는 방식이 달라진 것입니다.
총과 탄약의 관리
이 게임에서 총은 여러 종류가 나오고, 각각 쓸모가 다릅니다. 기본 무기는 탄이 넉넉하지만 위력이 약하고, 강한 무기는 탄이 귀합니다. 그래서 아무 적에게나 좋은 무기를 쓰다 보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손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요령은 간단합니다. 잡졸은 기본 무기로 처리하고, 큰 적이나 좁은 공간에서 몰릴 때만 강한 무기를 꺼내는 것입니다. 또 탄약과 회복 물품은 눈에 보인다고 바로 줍기보다, 체력이 줄었을 때 돌아와서 챙길 수 있도록 위치를 기억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길 찾기가 절반
이 계열의 휴대용 작품들은 대체로 단순히 앞으로만 가는 구조가 아닙니다. 갈래길이 있고, 어떤 문은 다른 곳에서 찾은 것이 있어야 열립니다. 그래서 총을 쏘는 시간만큼이나 지도를 머릿속에 그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도 대개 여기입니다. 적을 다 잡았는데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미 지나온 곳 중에 열리지 않던 문이나 건너뛴 갈래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길이 막혔다고 느껴지면 앞으로 밀기보다 왔던 길을 되짚는 편이 빠릅니다.
이식이라는 이름의 다시 만들기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사이, 거치형 기기의 인기작을 휴대용으로 옮기는 일은 흔했습니다. 그런데 성능 차이가 워낙 커서 그대로 옮기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고, 결과적으로 같은 이름을 단 전혀 다른 게임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작품도 그런 사례에 속합니다.
이런 작품들은 오랫동안 원작의 그림자에 가려 낮게 평가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성능 안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결정한 흔적을 들여다보면, 나름의 설계 감각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원작과 비교하지 않고 그 자체로 보면 꽤 단단하게 굴러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지금 해 보면
한 판이 짧게 끊어지지 않고 구역 단위로 이어지므로, 잠깐씩 붙잡기보다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앉는 편이 어울립니다. 대신 조작이 단순해서 배우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고, 몇 분만 해 보아도 이 게임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게 됩니다.
작은 화면 안에서 공룡과 총이라는 소재를 어떻게든 살려 보려 한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휴대용 기기가 어디까지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한 번 들여다볼 만한 작품입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켜서 첫 구역을 걸어 보는 것으로 충분히 감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