툼 레이더
툼 레이더 (Tomb Raider) · 1996 · Eidos Intera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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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공간을 정말로 돌아다닌다는 감각
이 게임이 나오기 전까지 대부분의 게임은 옆이나 위에서 보는 화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주인공 뒤에 카메라를 붙여 놓고, 앞뒤좌우는 물론 위아래까지 진짜 입체 공간을 돌아다니게 합니다. 천장이 높은 신전 홀에 들어서서 카메라를 돌려 위를 올려다보는 순간의 놀라움이, 당시 이 게임을 처음 잡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기억하는 장면입니다.
툼 레이더(Tomb Raider)는 영국 코어 디자인이 만든 3D 액션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고고학자이자 모험가인 라라 크로프트가 세계 곳곳의 유적을 찾아다니며 유물을 손에 넣는 이야기이고, 점프와 등반으로 지형을 넘고 함정을 피하며 길을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계산해서 뛰는 점프
이 게임의 움직임은 격자에 딱 맞춰져 있습니다. 라라는 정해진 걸음으로 걷고, 정해진 거리만큼 뜁니다. 그래서 낭떠러지 앞에서 걷기로 정확히 끝에 붙은 다음, 한 걸음 물러나 달려서 뛰는 식의 준비 동작이 필요합니다. 대충 뛰면 반드시 떨어집니다.
손을 뻗어 모서리에 매달리는 동작이 있어서, 조금 모자라게 뛰어도 붙잡고 올라올 수 있습니다. 매달린 채 옆으로 이동하는 것도 되기 때문에, 벽을 따라 돌아가며 길을 찾는 구간이 자주 나옵니다. 이 몇 가지 동작을 조합해 지형을 읽어 내는 것이 이 게임의 진짜 재미입니다.
유적과 함정, 그리고 짐승들
무대는 페루의 산속 유적에서 시작해 그리스, 이집트를 거쳐 이어집니다. 각 구역은 커다란 미로처럼 짜여 있고, 어딘가에 있는 레버를 당기면 다른 곳의 문이 열리는 식으로 얽혀 있습니다. 지도가 따로 없어서 자기 머릿속으로 구조를 그려 가며 다녀야 합니다.
함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바닥에서 솟는 창, 굴러오는 거대한 돌, 천장에서 내려오는 압착기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한 번 죽어 보고 나서야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게 되는 구조라, 저장을 자주 하는 습관이 몸에 뱄습니다.
적으로는 늑대와 곰, 박쥐 같은 야생 동물이 주로 나옵니다. 라라는 쌍권총을 기본으로 들고 있고, 총알이 무한이라 웬만한 상대는 정면으로 상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옆으로 구르고 뛰면서 조준하는 감각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늑대 몇 마리에도 쩔쩔매게 됩니다.
라라 크로프트라는 아이콘
이 게임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주인공 그 자체입니다. 라라 크로프트는 게임을 넘어 하나의 상징이 됐고, 이후 영화로도 만들어지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여성 주인공이 게임의 얼굴로 자리 잡은 초기 사례이기도 합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모델은 각지고 조작은 뻣뻣하지만, 넓은 유적을 혼자 헤매는 그 고요한 긴장감은 후속작들도 쉽게 재현하지 못했습니다. 배경 음악이 거의 없다가 중요한 순간에만 울리는 연출도, 적막감을 만드는 데 크게 한몫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