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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앤 필드 패미컴

트랙 앤 필드 인 바르셀로나 (Track Field in Barcelona Europe) · 1992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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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이 부서지도록 두드리던 그 게임

오락실에서 이 계열 게임 앞에는 늘 사람이 몰렸습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손바닥으로 버튼을 문지르든 손톱으로 긁든, 빠르게 두드리기만 하면 기록이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자를 대고 문지르는 사람, 두 손을 번갈아 쓰는 사람, 손날로 내리치는 사람이 모두 자기 방식이 최고라 주장했습니다. 게임기 버튼이 남아나지 않아 사장님이 뒤에 서서 지켜보는 광경도 흔했습니다.

이 게임은 그 연타의 계보를 패미컴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화면 안에서는 세계 대회가 열리고, 화면 밖에서는 손가락 싸움이 벌어집니다.

트랙 앤 필드 패미컴 스포츠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92)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트랙 앤 필드(Track & Field)는 여러 육상 종목을 차례로 겨루는 스포츠 게임입니다. 달리기, 멀리뛰기, 창던지기, 허들, 높이뛰기 같은 종목이 이어지고, 각 종목마다 통과 기준 기록이 정해져 있습니다. 기준을 넘기면 다음 종목으로 가고, 못 넘기면 거기서 끝납니다.

조작은 대부분의 종목에서 공통입니다. 하나는 속도를 올리는 연타 버튼, 다른 하나는 각도나 도약을 담당하는 버튼입니다. 달리기는 연타만으로 끝나지만, 던지고 뛰는 종목은 연타로 힘을 모으고 적절한 각도로 내보내야 합니다.

트랙 앤 필드 패미컴 스포츠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92)

종목마다 다른 요령

멀리뛰기와 창던지기의 핵심은 각도입니다. 힘을 아무리 모아도 각도가 나쁘면 기록이 안 나옵니다. 대체로 45도 부근이 가장 멀리 나가는데, 화면에서 각도 표시가 올라가는 속도가 빨라서 눈으로 보고 누르면 늦습니다. 각도가 목표에 닿기 조금 전에 누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멀리뛰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실수는 파울입니다. 속도에 취해 계속 달리다 발판을 넘어서 뛰면 기록이 무효가 됩니다. 발판이 화면에 들어오는 순간을 기준으로 도약 버튼을 누르는 지점을 정해 두고, 그 지점을 몸에 익히는 게 좋습니다. 기록을 조금 손해 보더라도 파울 없이 세 번을 다 성공시키는 쪽이 통과에 유리합니다.

허들은 연타와 점프를 동시에 처리해야 해서 손이 가장 바쁜 종목입니다. 허들 하나에 걸리면 그 뒤가 다 무너지므로, 속도를 조금 낮추더라도 리듬을 유지하는 게 낫습니다.

높이뛰기는 성격이 다릅니다. 연타로 만든 속도보다 도약 타이밍이 기록을 좌우해서, 바에 가까워지는 지점을 정확히 재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연타를 오래 유지하는 법

이 게임의 진짜 어려움은 손가락 체력입니다. 초반 종목에서 온 힘을 쏟으면 뒤 종목에서 속도가 안 나옵니다. 기준 기록은 넘겨야 하지만 그 이상은 필요 없으니, 여유 있게 통과할 수 있는 종목에서는 힘을 아끼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연타 방식도 사람마다 맞는 게 다릅니다. 한 손가락으로 빠르게 두드리는 방식은 초반 속도가 좋지만 금방 지치고, 두 손가락을 번갈아 쓰는 방식은 익히기 어려운 대신 오래갑니다. 여러 종목을 연달아 하는 이 게임에서는 후자가 유리합니다.

가정용으로 옮겨진 뒤의 차이

오락실판과 가정용판의 가장 큰 차이는 조작감입니다. 오락실 기기의 큼직한 버튼과 패미컴 패드의 작은 버튼은 연타 감각이 전혀 다릅니다. 손바닥으로 쓸어 버리는 기술이 통하지 않으니, 순수하게 손가락 속도로 승부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오락실에서 잘하던 사람도 가정용에서는 기록이 안 나오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대신 집에서는 무한정 다시 할 수 있다는 점이 큽니다. 오락실에서는 한 종목 실패하면 동전을 다시 넣어야 했지만, 여기서는 실패한 종목만 몇 번이고 반복해 감각을 잡을 수 있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할 때

이 게임은 혼자 기록을 갱신하는 것보다 여럿이 번갈아 할 때 훨씬 재미있습니다. 앞사람의 기록이 화면에 남아 있으니 목표가 분명하고, 손가락을 혹사시키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 자체가 볼거리가 됩니다. 종목마다 잘하는 사람이 갈린다는 점도 좋습니다. 달리기는 못 하는데 창던지기 각도는 기가 막히게 잡는 사람이 꼭 하나씩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