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 올림픽 2 패미컴판
트랙 앤 필드 II (Track Field Ii Europe) · 1988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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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을 부수던 게임의 속편
오락실에서 연타로 유명했던 그 게임의 속편입니다. 원작은 100미터 달리기와 멀리뛰기 같은 소수의 종목을 연타 하나로 밀어붙이는 구성이었고, 그 때문에 버튼이 성한 기계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자를 대고 문지르거나 손등으로 쓸어 치는 온갖 편법이 돌아다니던 것도 그 시절 이야기입니다.
속편은 그 연타를 남겨 두면서 종목의 폭을 크게 넓혔습니다. 육상만이 아니라 수영, 사격, 양궁, 태권도, 펜싱, 삼단뛰기 같은 종목이 들어와서 손가락 힘만으로는 안 되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하이퍼 올림픽 2(Track & Field II)는 여러 종목을 차례로 치르는 스포츠 게임입니다. 종목마다 목표가 달라서, 어떤 것은 기록을 다투고 어떤 것은 상대와 직접 겨룹니다. 정해진 기준 기록을 넘겨야 다음으로 넘어가는 구성이라 한 종목이라도 미달하면 거기서 끝납니다.
조작은 종목마다 다릅니다. 달리기 계열은 두 버튼을 번갈아 빠르게 눌러 속도를 올리고, 특정 지점에서 방향키로 각도를 잡아 뛰어오릅니다. 사격이나 양궁은 반대로 연타가 아니라 조준과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종목마다 다른 요구
육상 종목은 여전히 연타가 핵심입니다. 다만 원작처럼 연타만 빠르면 되는 것이 아니라, 도약 각도를 얼마로 잡느냐가 기록에 크게 작용합니다. 각도가 너무 낮으면 멀리 못 가고, 너무 높으면 위로만 뜹니다. 종목별로 좋은 각도가 정해져 있으니 그 감을 익히는 것이 먼저입니다.
수영은 연타에 호흡이 끼어듭니다. 계속 빠르게만 저으면 지쳐서 속도가 떨어지므로, 정해진 타이밍에 고개를 들어 숨을 쉬어 줘야 합니다. 연타와 리듬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종목이라 처음에는 대부분 여기서 막힙니다.
사격과 양궁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손가락 속도는 전혀 필요 없고, 흔들리는 조준선이 표적 중앙에 겹치는 순간을 잡아야 합니다. 특히 양궁은 바람의 방향까지 고려해 조준점을 옮겨야 해서, 이 게임에서 가장 침착함을 요구하는 종목입니다.
태권도나 펜싱 같은 대결 종목은 상대의 공격을 보고 막거나 피한 뒤 반격하는 구조입니다. 연타로 밀어붙이면 오히려 반격당하니, 기다렸다가 치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첫 번째 벽은 기준 기록입니다. 종목을 대충 넘기면 다음 종목으로 못 갑니다. 그래서 어느 종목이든 최소한의 요령은 익혀야 하는데, 대부분은 수영이나 양궁처럼 연타가 통하지 않는 종목에서 멈춥니다.
두 번째 벽은 손의 피로입니다. 연타 종목이 이어지면 손가락이 먼저 지칩니다. 한 손가락으로 연타하기보다 두 손가락이나 두 손을 번갈아 쓰는 방식이 훨씬 오래갑니다. 오락실에서 사람들이 온갖 자세로 버튼을 두드리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세 번째는 각도입니다. 기록이 안 나올 때 연타만 더 빨리 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각도 하나만 고쳐도 기록이 크게 뜁니다. 같은 연타 속도로 몇 번 시험해 보면서 자기 종목의 각도를 찾는 편이 빠릅니다.
코나미와 연타 게임
코나미는 이 시리즈로 연타라는 조작 자체를 하나의 장르처럼 만들어 놓았습니다. 화면 구성은 소박하지만, 기록이 화면 위에 숫자로 남고 그 숫자를 넘기려고 다시 붙게 되는 구조가 대단히 강력했습니다. 오락실에서 뒤에 줄을 서서 앞사람의 기록을 구경하던 풍경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속편이 종목을 늘린 것은 그 반복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연타 게임이라는 인상에서 조금 벗어나, 여러 종류의 손기술을 요구하는 종합 스포츠 게임에 가까워졌습니다.
국내에서도 오락실과 가정용 모두에서 잘 알려진 게임입니다. 여럿이 번갈아 붙어 기록을 다투기 좋은 구성이라, 지금 다시 잡아도 한 종목씩 돌려 가며 하기에 잘 맞습니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
이 시리즈는 지역에 따라 제목이 달랐습니다. 일본에서는 하이퍼 올림픽이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국내 오락실에서도 그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양에서는 트랙 앤 필드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같은 게임을 두고 사람마다 다른 이름을 대는 일이 지금도 종종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오락실판과 가정용판의 차이도 있습니다. 오락실 기체에는 크고 단단한 전용 버튼이 달려 있어 손바닥으로 두드릴 수 있었지만, 가정용 패드로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종목이라도 손가락을 쓰는 방법을 새로 찾아야 하고, 오락실에서 잘하던 사람도 처음에는 기록이 잘 안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