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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블로우

파이널 블로우 (Final Blow World) · 1988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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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이 게임을 처음 켜면 캐릭터가 크다는 데서 놀랍니다. 내 복서의 등 뒤에 서서 앞을 보는 시점인데, 마주 선 상대가 화면을 거의 다 차지합니다. 땀이 튀고 얼굴이 일그러지는 게 그대로 보이니, 주먹이 오갈 때마다 체감이 다릅니다. 1988년이라는 시기를 생각하면 이 덩치와 표정 변화는 확실히 눈에 띄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조작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맞고 때리는 감각 때문에 사람을 붙잡습니다. 링 위에서 거리를 재다가 상대가 크게 휘두르는 순간 빈 곳으로 밀어 넣는 한 방, 그게 들어가면 상대가 휘청거리며 뒤로 밀립니다.

파이널 블로우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8)

라운드를 치르는 복싱 게임입니다

파이널 블로우(Final Blow)는 타이토가 1988년에 내놓은 복싱 게임입니다. 정해진 라운드 안에서 상대의 체력을 깎아 다운시키고, 카운트를 넘기지 못하면 그대로 승리입니다. 다운을 시켜도 상대가 일어나면 경기는 계속되고, 시간이 다 가면 남은 체력으로 판정이 갈립니다.

조작은 거리 재기와 펀치, 그리고 가드로 요약됩니다. 좌우로 스텝을 밟아 사정거리를 잡고, 왼손과 오른손을 나눠 씁니다. 가벼운 펀치는 빠르지만 상대를 크게 흔들지 못하고, 무거운 펀치는 들어가면 크지만 헛치면 그 틈에 얻어맞습니다. 이 둘을 언제 바꿔 쓰느냐가 사실상 전부입니다.

파이널 블로우 스포츠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8)

처음 하면 여기서 막힙니다

가장 흔한 실패는 버튼을 계속 누르는 것입니다. 쉬지 않고 휘두르면 리듬이 읽히고, 상대가 그 사이를 정확히 파고듭니다. 두세 대 치고 한 발 물러나 가드를 올리는 습관을 들이면 체력 관리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두 번째는 코너에 몰리는 것입니다. 뒤로만 물러나다 보면 링 끝에 갇혀 도망갈 자리가 없어지고, 그때부터는 일방적으로 맞습니다. 밀린다 싶으면 옆으로 빠져 중앙으로 돌아 나오는 움직임을 먼저 배워야 합니다.

세 번째는 다운 직후입니다. 상대를 눕히고 나면 마음이 급해져 일어나자마자 달려드는데, 상대는 일어난 직후에 무적에 가까운 순간이 있거나 반격 자세를 잡고 있기 마련이라 이 타이밍에 들어가면 오히려 카운터를 맞습니다. 한 박자 쉬고 거리를 다시 잡는 편이 안전합니다.

파이널 블로우 스포츠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8)

난이도가 튀는 지점

초반 상대는 패턴이 단순해서 가드하고 반격하는 것만으로 넘어갑니다. 문제는 중반부터입니다. 상대가 이쪽 펀치를 흘리면서 들어오기 시작하고, 한 번 잡히면 연달아 얻어맞아 순식간에 체력이 절반 아래로 내려갑니다. 이 구간부터는 먼저 때리는 게임이 아니라 안 맞는 게임이 됩니다.

후반에는 이쪽이 실수 두 번만 해도 그대로 다운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의 화면을 보면 의외로 공격 횟수가 적습니다. 상대가 헛치는 순간만 노려 짧게 두 대를 넣고 빠지는 것을 계속 반복합니다.

옆자리와 붙을 때가 진짜입니다

이 게임이 오락실에서 오래 돌아간 이유는 2인 대전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전 격투 게임이 오락실을 뒤덮기 전이라, 사람과 사람이 마주 붙을 수 있는 기계 자체가 귀했습니다. 컴퓨터 상대는 패턴을 외우면 그만이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아서, 서로 눈치를 보다가 동시에 들어가 둘 다 얻어맞는 장면이 계속 나옵니다.

컴퓨터를 상대로 패턴을 외워 나가는 종류의 복싱 게임과 견주면, 이쪽은 훨씬 난타전에 가깝습니다. 정교하게 피하고 정확히 카운터를 넣는 맛보다는, 큰 캐릭터끼리 정면으로 주고받는 맛으로 만든 게임입니다.

타이토의 1980년대 후반

이 시기 타이토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물량을 쏟아내던 회사였습니다. 슈팅과 액션은 물론이고 스포츠 종목도 여러 편을 냈고, 그중에서도 이 게임은 큰 스프라이트로 화면을 채우는 쪽에 힘을 준 작품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이 게임이 간판 자리에 놓이는 일은 드물었지만, 구석 한 대씩은 꾸준히 있었습니다. 축구나 야구처럼 여럿이 몰리는 종목은 아니어도, 친구와 한 판 붙고 지면 다시 백 원을 넣게 만드는 종류였습니다. 규칙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런 스포츠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