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맨 2 아케이드 게임즈
팩맨 2 디 아케이드 게임 (Pac Man 2 the Arcade Games) · 1994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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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맨인데 팩맨을 조종하지 않습니다
팩맨이라는 이름을 보고 시작하면 첫 화면에서 당황합니다. 팩맨은 제 마음대로 걸어 다니고, 플레이어가 쥔 것은 새총 하나입니다. 방향키로 조준선을 움직여 물건이나 팩맨 근처를 쏘면, 팩맨이 그것을 보고 반응합니다. 직접 움직이는 게 아니라 주의를 끌어서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게다가 팩맨에게는 기분이 있습니다. 즐거우면 콧노래를 부르며 잘 따라오고, 화가 나면 말을 안 듣고 엉뚱한 짓을 합니다. 화면 구석에 표정이 계속 표시되는데, 그 표정을 관리하는 것이 이 게임의 진짜 조작입니다.
심부름을 해결하는 어드벤처입니다
팩맨 2(Pac-Man 2: The New Adventures)는 팩맨에게 주어진 심부름을 완수하도록 상황을 만들어 주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우유를 사 오거나, 딸의 꽃을 구해 오거나,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오는 식의 목표가 주어지고, 팩맨이 그 길을 스스로 걸어갑니다.
플레이어가 할 일은 길 위의 방해물을 치우고, 팩맨이 옆길로 새지 않게 붙잡고, 필요한 순간에 위를 쳐다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새총으로 나무를 쏴서 열매를 떨어뜨리거나, 벌집을 건드려 벌을 풀거나, 스위치를 맞혀 장치를 작동시킵니다.
즉 조작 대상은 세계이고 팩맨은 그 안에서 반응하는 존재입니다. 이 발상 하나로 같은 캐릭터를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기분을 다루는 게 핵심입니다
팩맨이 기분이 좋을 때는 점프도 잘하고 지시대로 잘 움직입니다. 반대로 우울하거나 화가 나면 자리에 주저앉거나, 반대 방향으로 가거나, 플레이어가 쏜 것을 무시합니다. 그래서 진행이 막혔을 때는 대개 길을 못 찾은 게 아니라 팩맨의 기분이 나빠진 것입니다.
기분을 올리는 방법은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좋아하는 것을 보여 주거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 주거나, 잠시 놀 거리를 만들어 주면 표정이 풀립니다. 반대로 계속 팩맨 자체를 쏘아 대면 화를 냅니다. 새총은 팩맨을 때리는 도구가 아니라 신호를 보내는 도구입니다.
이 구조 때문에 이 게임은 반사신경보다 관찰을 요구합니다. 화면을 잘 보고 무엇이 팩맨의 주의를 끌지 짐작해야 하고, 실패하면 왜 안 됐는지 표정에서 단서를 얻습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자주 막히는 곳은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다음 행동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대개는 필요한 물건을 아직 안 챙겼거나, 팩맨이 그 물건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주변 사물을 하나씩 쏴 보면서 반응이 오는 것을 찾는 게 빠릅니다.
두 번째는 위험 요소입니다. 지나가는 차, 떨어지는 물건, 몰려오는 동물 같은 것들이 팩맨을 다치게 하고 기분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이런 구간에서는 팩맨을 잠시 멈춰 세워 두고 위험이 지나간 뒤에 보내야 합니다.
진행하다 보면 원조 팩맨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화면도 나옵니다. 본편의 흐름 속에 옛 게임이 끼워져 있는 구성인데, 이름에 붙은 아케이드 게임이라는 말이 여기서 설명됩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실험작
이 게임은 발표 당시에도 평가가 갈렸습니다. 팩맨을 직접 조작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느낀 사람이 있었고, 반대로 캐릭터가 살아 있는 것처럼 반응한다는 점에 감탄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흔한 게임이 아니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그림과 애니메이션은 상당히 공을 들였습니다. 팩맨의 표정 변화, 걸음걸이, 화날 때의 몸짓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서 캐릭터가 정말로 성질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부분이 이 게임을 지금까지 회자되게 만든 이유입니다.
원조 팩맨의 단순한 미로 게임을 기대하면 맞지 않지만, 색다른 것을 찾는다면 해 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서 이만큼 과감한 시도는 지금도 드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