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맨 텐겐판
팩맨 (Pac Man USA Tengen) · 1988 · Tengen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라이선스 없이 나온 카트리지
이 판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 닌텐도는 패미컴용 게임을 내려면 자기네 승인을 받도록 통제했습니다. 그 통제에 반발한 회사 중 하나가 텐겐이었고, 이들은 승인 없이 카트리지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이 팩맨도 그렇게 나온 물건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정식 발매판과 나란히 두 종류가 존재하는 흔치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팩맨(Pac-Man)은 미로를 돌며 바닥의 점을 전부 먹으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게임입니다. 유령 네 마리가 쫓아오고, 잡히면 죽습니다. 네 귀퉁이의 큰 점을 먹은 동안에는 반대로 유령을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조작은 방향키뿐이고 버튼은 쓰지 않습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한 판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미로에 흩어진 점을 남김없이 먹는 것이 목표고, 그동안 유령을 피해 다닙니다. 중간에 과일 모양의 보너스가 나타나는데, 이건 먹지 않아도 판을 넘길 수 있지만 점수가 크게 올라갑니다.
죽지 않는 것이 우선이지만, 이 게임의 진짜 목표는 점수입니다.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면 구석에서 도망만 다니게 되고, 그러면 점이 줄지 않아 결국 몰립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점을 먹어 나가는 것과 안전을 챙기는 것 사이의 균형이 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유령을 읽는 법
유령 넷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뒤를 곧장 쫓는 놈, 진행 방향 앞을 막으러 오는 놈, 거리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놈, 종잡을 수 없이 도는 놈입니다. 이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앞을 막으러 오는 유령입니다. 뒤를 쫓기는 도망칠 수 있지만, 앞뒤로 끼면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갈림길 근처에 머무는 것이 안전합니다. 막다른 통로 깊숙이 들어가서 점을 먹다가 입구가 막히면 그대로 끝납니다. 미로 양옆의 순간이동 통로는 최후의 탈출구이니, 위치를 늘 염두에 두는 게 좋습니다.
큰 점은 네 개뿐입니다. 아무렇게나 먹으면 유령들이 멀리 흩어져 있어 아무 소득이 없습니다. 유령이 두세 마리 가까이 모였을 때 먹으면 연달아 잡을 수 있고, 연속으로 잡을수록 점수가 배로 뜁니다.
파란 상태가 끝나 갈 무렵 유령이 깜빡입니다. 그 신호를 보고 물러나야 하는데, 한 마리 더 잡겠다고 쫓다가 잡히는 일이 이 게임에서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욕심을 어디서 접느냐가 기록을 가릅니다.
미로를 도는 순서
고수와 초보를 가르는 것은 반사신경이 아니라 경로입니다. 아무 방향으로나 다니면 마지막에 남은 몇 개의 점을 찾아 미로를 헤매게 되고, 그 시간에 유령이 몰려옵니다. 한쪽 구역부터 차례로 비워 나가면 되돌아가는 거리가 줄고 위험도 줄어듭니다.
특히 미로 위쪽과 아래쪽 구석은 통로가 좁아 위험합니다. 이런 곳은 유령이 흩어져 있는 초반에 먼저 정리해 두고, 후반에는 탈출로가 많은 중앙 근처에서 버티는 것이 안전합니다.
판이 올라갈수록 유령이 빨라지고 흩어지는 시간이 짧아집니다. 뒤로 갈수록 큰 점에 기대기 어려워지니, 결국 경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짜는지가 기록을 결정합니다.
정식판과 견줘 보면
패미컴에는 이 게임이 두 종류로 나왔습니다. 원작 개발사가 낸 것과, 이 텐겐판입니다. 겉으로 보면 같은 게임이지만 화면 구성과 색, 미로 비율에서 차이가 있고, 유령의 반응 속도도 미묘하게 다릅니다.
이 판은 색이 조금 더 선명하고 화면을 넓게 쓰는 편입니다.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취향의 문제인데, 두 판을 번갈아 해 보면 같은 규칙 위에서 감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비교가 가능한 것 자체가 이 판이 남긴 재미있는 유산입니다.
40년 넘게 남은 게임
팩맨은 1980년 오락실에서 시작했습니다. 그 시절 게임 대부분이 우주선을 조작해 적을 쏘는 것이었는데, 이 게임은 총 대신 먹는 행위를 중심에 놓았습니다. 이 발상 하나로 게임을 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오락실로 들어왔습니다.
노란 원형 캐릭터는 지금도 게임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쓰입니다. 규칙이 한눈에 들어오고, 한 판이 짧고, 잘하려면 끝없이 파고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게임은 여전히 좋은 게임의 본보기입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니, 유령을 유인해 큰 점을 밟고 네 마리를 연달아 삼키는 그 순간을 다시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