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레드
포켓몬스터 레드 (Pocket Monsters Aka Japan) · 1996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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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화면에서 시작된 열풍
처음 나왔을 때 이 게임은 색도 없는 게임보이용 소프트였습니다. 화면은 네 단계 명암뿐이고, 포켓몬은 도트 몇 개로 그려진 실루엣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전 세계에서 수천만 장이 팔렸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시리즈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비결은 단순했습니다. 잡을 수 있는 생물이 151마리 있고, 한 소프트로는 다 못 모으며, 친구와 통신 케이블을 연결해야 완성된다는 구조였습니다. 게임기 두 대를 선으로 잇는 그 장면이 곧 이 게임의 정체성이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포켓몬스터 레드(Pocket Monsters Aka)는 관동 지방을 무대로 한 RPG입니다. 태초마을을 떠난 주인공이 오박사에게 첫 포켓몬을 받고, 야생 포켓몬을 몬스터볼로 잡아 모으며, 여덟 곳의 체육관 관장을 차례로 이기고 사천왕에 도전합니다.
같은 시기에 나온 녹 버전과 짝을 이루며, 버전마다 나오는 포켓몬이 조금씩 다릅니다. 레드에는 아보와 가디가, 녹에는 모래두지와 식스테일이 나오는 식입니다. 도감을 채우려면 다른 버전을 가진 사람과 교환해야 합니다.
첫 선택의 무게
오박사 연구소에서 이상해씨, 파이리, 꼬부기 셋 중 하나를 고릅니다. 이 선택 하나가 초반 몇 시간의 난이도를 좌우합니다. 첫 두 체육관이 바위와 물 속성이라, 풀 타입인 이상해씨를 고르면 순탄하고 불꽃 타입인 파이리를 고르면 고생합니다.
그래도 파이리를 고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최종 진화형인 리자몽의 생김새 때문이었습니다. 어려운 길을 알면서도 그쪽을 택하는 것이 이 게임의 첫 번째 낭만이었습니다.
타입 상성이라는 뼈대
이 시리즈를 지탱하는 것은 타입 상성입니다. 물은 불에 강하고, 불은 풀에 강하고, 풀은 물에 강한 삼각 관계가 기본이며, 전기와 땅, 얼음과 드래곤 같은 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레벨이 낮아도 상성만 맞으면 이길 수 있고, 반대로 레벨이 높아도 상성이 나쁘면 한 방에 쓰러집니다.
1세대에서는 에스퍼 타입이 유독 강했습니다. 견제할 수단이 사실상 없어서 후딘 한 마리로 대부분을 밀어붙일 수 있었고, 이 균형은 이후 세대에서 조정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장소와 마지막 상대
달맞이산 동굴은 처음 만나는 넓은 미로입니다. 어둠 속에서 주뱃이 계속 튀어나와 길을 잃기 쉽습니다. 무지개시티의 게임 코너에서는 슬롯머신을 돌려 코인을 모아 포리곤 같은 귀한 포켓몬과 바꿀 수 있었습니다.
독풀시티의 폐허가 된 저택과 쌍둥이섬, 그리고 챔피언 로드로 이어지는 마지막 동굴은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헤맸던 구간입니다. 사이클링 로드를 자전거로 내려오는 장면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사천왕을 모두 넘고 마지막 문을 열면, 처음부터 계속 앞길을 막던 라이벌이 챔피언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이 연출은 지금 봐도 잘 짜여 있습니다. 여행 내내 티격태격하던 상대가 나보다 먼저 정상에 도착해 있다는 설정이, 마지막 싸움에 확실한 감정을 얹어 줍니다.
그리고 챔피언이 된 뒤에도 도감은 비어 있습니다. 진짜 목표는 그때부터 시작이라는 것이 이 게임이 남긴 가장 오래가는 장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