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코냥
포코냥 (Pokonyan Japan 940322) · 1994 · Capcom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캡콤 목록에서 가장 낯선 이름
캡콤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개 격투 게임이나 벨트스크롤 액션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기판 목록을 끝까지 훑다 보면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 제목이 하나씩 나옵니다. 이 게임이 그런 쪽입니다. 화려한 대전 게임과 같은 기판 위에서 돌아가는데, 화면에 나오는 것은 주먹질이 아니라 둥실 떠 있는 기구입니다.
이런 게임이 나온 데는 사정이 있습니다. 이 시기 아케이드 시장에서는 대전 격투가 압도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손님만으로 오락실이 굴러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린이 손님을 위한 게임, 친구나 가족과 가볍게 할 수 있는 게임도 필요했습니다. 익숙한 캐릭터를 앞세워 부담 없이 잡을 수 있게 만든 게임들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포코냥(Pokonyan)은 기구를 타고 하늘을 오르내리며 진행하는 가벼운 액션 게임입니다. 조작은 방향 입력을 중심으로 하고, 화면 안에서 위치를 잡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런 구조의 게임은 대체로 목표가 명확합니다. 부딪히면 안 되는 것을 피하고, 모아야 할 것을 모으고, 화면 밖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떠 있는 것을 다루는 게임의 손맛은 걷거나 뛰는 게임과 꽤 다릅니다. 조작을 멈춰도 관성으로 계속 흘러가기 때문에, 가고 싶은 자리보다 조금 앞서 손을 놓아야 원하는 곳에 멈춥니다. 처음 잡으면 이 미끄러지는 느낌이 답답하게 느껴지는데, 익숙해지면 오히려 이 관성을 이용해 부드럽게 움직이게 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도 대부분 여기입니다. 급하게 방향을 꺾으려다 반대편까지 밀려가 부딪히는 일이 반복됩니다. 요령은 짧게 툭툭 끊어 입력하는 것입니다. 한 번에 크게 밀지 말고, 조금씩 여러 번 나누어 방향을 잡으면 훨씬 다루기 쉬워집니다.
두 사람이 함께 할 때
이런 부류의 게임은 혼자 할 때와 둘이 할 때의 인상이 꽤 달라집니다. 혼자 하면 조작을 익히는 단계에서 심심할 수 있지만, 둘이 앉으면 서로의 실수를 보며 웃는 재미가 생깁니다. 난이도가 극단적으로 높지 않은 게임일수록 이 효과가 큽니다.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같이 앉아도 판이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 오락실에서 이런 게임이 놓이는 자리도 대체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대전 격투 기계 앞이 늘 붐비는 동안, 이런 게임은 입구 근처나 구석에 놓여 잠깐 앉았다 가는 손님을 받았습니다. 오래 붙잡는 게임은 아니었지만, 오락실이라는 공간을 다양한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주던 역할이 있었습니다.
캡콤이라는 회사와 이 무렵
1994년의 캡콤은 아케이드 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던 회사 중 하나였습니다. 대전 격투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그 기세로 여러 장르에 손을 뻗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 회사들의 전형적인 움직임은 간판 시리즈로 매출의 기둥을 세우고, 그 옆에서 다양한 실험작과 소규모 작품을 함께 내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이 무렵에는 유명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이 많았습니다. 만화나 방송으로 이미 알려진 캐릭터를 쓰면 홍보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그 캐릭터를 아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기계 앞에 앉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게임들은 대체로 일본 국내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고, 해외로 널리 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같은 회사의 유명 작품들이 세계 어디서나 알려진 것과 달리, 이런 게임은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게임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드문 것도 그 때문입니다.
국내에서의 자리와 지금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애초에 널리 유통되지 않았고, 국내에서는 그 소재가 되는 캐릭터의 인지도도 높지 않았습니다. 같은 회사의 대전 격투 기판이 동네마다 여러 대씩 놓여 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처지입니다.
지금 이 게임을 열어 볼 만한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잘 알려진 회사의 목록 구석에 이런 물건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돌아가니 설치할 것 없이 몇 분만 들여다보면 됩니다. 대전 격투의 시대라고만 기억되는 1990년대 중반 오락실에, 실제로는 이렇게 조용하고 말랑한 화면도 함께 놓여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