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트 미션 2
프론트 미션 2 (Front Mission 2 En) · 1997 ·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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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부품 단위로 뜯어 고치다
전략 시뮬레이션에서 유닛은 보통 정해진 성능을 가진 말입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그 말을 통째로 분해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몸통, 머리, 양팔, 다리를 따로따로 갈아 끼우고, 거기에 무기와 보조 장치를 달아 나만의 기체를 만듭니다. 팔 하나가 부서지면 그 팔에 든 무기도 같이 못 쓰게 되므로, 어디를 튼튼하게 할지도 선택입니다.
이 부품 조립이 게임 시간의 절반쯤을 차지합니다. 전투가 끝나면 정비 화면에 들어가 돈을 세어 가며 어느 부품을 바꿀지 고민하는데, 이 시간이 지루하기는커녕 가장 중독성 있는 구간입니다. 다리를 무거운 것으로 바꾸면 튼튼해지지만 이동 거리가 줄고, 가벼운 다리는 잘 움직이지만 잘 부서집니다. 정답이 없어서 계속 만지게 됩니다.
어떤 게임인가
프론트 미션 2(Front Mission 2)는 격자로 나뉜 전장에서 로봇 부대를 움직여 싸우는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입니다. 내 차례에 유닛을 하나씩 이동시키고 공격 명령을 내리면, 상대 차례가 돌아옵니다. 전투에 들어가면 화면이 바뀌어 두 기체가 실제로 주고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배경은 근미래의 국지전입니다. 무거운 정치극에 가까운 이야기가 임무 사이사이에 길게 붙고, 등장인물들은 대의보다 각자의 처지에 따라 움직입니다. 밝은 로봇물이 아니라 진창에 가까운 분위기라,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이 무게에 먼저 놀랍니다.
부위 파괴가 전부다
이 시리즈의 전투는 상대를 죽이는 게 아니라 특정 부위를 부수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몸통을 부수면 기체가 완전히 멈추지만, 팔을 부수면 그 무기만 못 쓰게 되고 다리를 부수면 움직이지 못하게 됩니다. 즉 무엇을 노릴지가 매 턴의 판단이 됩니다.
강한 적을 만나면 몸통을 붙잡고 늘어지는 것보다 다리부터 부수는 쪽이 대개 이득입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적은 위협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그동안 다른 적을 정리할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원거리 무기를 든 적은 팔을 먼저 노려야 합니다. 그리고 부위별로 명중률이 다르기 때문에, 확실히 맞히고 싶으면 몸통을, 도박을 걸고 싶으면 팔다리를 노리는 식으로 나눠 생각하게 됩니다.
전작에서 달라진 점
2편은 전작보다 규모가 크게 늘었습니다. 한 판에 나오는 유닛 수가 많아졌고, 지형의 높낮이가 전투에 실제로 영향을 줍니다. 높은 곳에 선 유닛이 유리하므로, 언덕을 먼저 차지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는 임무도 있습니다.
또 아군 유닛끼리의 지원 사격이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서로 가까이 붙여 두면 하나가 공격받을 때 옆에 있던 아군이 따라서 반격해 줍니다. 유닛을 흩어 놓으면 각개격파당하고, 뭉쳐 두면 지원 사격이 겹쳐 화력이 배가 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진형은 앞줄이 방패, 뒷줄이 화력이라는 아주 고전적인 형태로 자연스럽게 정착됩니다.
파일럿을 키우는 재미
기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조종사입니다. 파일럿마다 잘 다루는 무기 계열이 다르고, 싸우면서 숙련도가 올라 명중률과 반응이 좋아집니다. 근접 무기를 계속 쓴 파일럿은 그쪽에서 특히 강해지므로, 초반에 어떤 무기를 쥐여 줬느냐가 후반의 역할을 결정하게 됩니다.
또 조건을 만족하면 특수한 기술을 익힙니다. 한 턴에 두 번 공격하거나, 반격 확률이 크게 오르는 식의 기술인데, 이게 붙은 파일럿은 체감 전력이 확 달라집니다. 그래서 잘 자란 파일럿은 기체를 바꿔 태워 가며 끝까지 데리고 다니게 됩니다.
만만치 않은 진입 장벽
솔직히 말해 친절한 게임은 아닙니다. 부품 수치가 아주 많고, 그중 무엇이 중요한지 게임이 잘 알려 주지 않습니다. 이야기도 길어서 임무 하나 사이에 대화가 오래 이어집니다. 한 판의 소요 시간도 길어, 앉은 자리에서 한 임무를 못 끝내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럼에도 붙잡을 만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조립하던 기체가, 몇 시간 지나면 내 전술에 딱 맞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근접 무기를 든 돌격기 둘을 앞세우고 뒤에서 미사일로 두들기는 식의 조합을 스스로 찾아냈을 때의 만족감이 이 시리즈의 핵심입니다. 처음이라면 무기를 이것저것 섞지 말고 부대 전체를 몇 개의 역할로 나눠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훨씬 수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