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수호전 1
환상수호전 (Suikoden) · 1996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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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명을 모으는 RPG
대부분의 RPG는 동료가 대여섯 명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108명입니다. 처음 그 숫자를 들으면 농담인가 싶지만, 실제로 세계 곳곳에 흩어진 108명을 하나씩 찾아 설득하고 데려오는 것이 이 게임의 뼈대입니다. 전부 전투에 나서는 건 아니고, 요리사도 있고 대장장이도 있고 그냥 이야기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게임이 환상수호전 1(Suikoden)입니다. 중국 고전 수호지에서 108명이라는 틀을 빌려 온 코나미의 RPG이고, 1995년 플레이스테이션 초기작 중 하나입니다.
제국을 등지는 이야기
주인공은 붉은달 제국의 장군 테오의 아들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을 등에 업고 제국군 일을 시작하지만, 제국의 부패를 목격하면서 결국 반란군 쪽에 서게 됩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다른 깃발 아래 마주 서는 순간이 이 이야기의 무게 중심입니다.
27개의 진문자라 불리는 힘이 세계관의 중심에 있고, 주인공은 그중 하나를 몸에 지니게 됩니다. 그 힘이 주는 대가와,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겪는 일이 이야기 내내 따라붙습니다. 밝은 그림과 달리 이야기는 꽤 무겁고, 아끼던 동료를 잃는 장면도 나옵니다.
본거지가 자란다
동료를 모으면 본거지인 성이 실제로 커집니다. 처음에는 텅 빈 폐성인데,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가게가 열리고 대장간이 생기고 여관이 붙습니다. 요리사를 데려오면 식당이 생기고, 상인을 데려오면 물건을 살 수 있게 되는 식입니다.
그래서 동료 모으기가 단순한 수집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득이 됩니다. 성 안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늘어난 걸 확인하는 재미가 있고, 이 성장하는 본거지라는 개념은 이 시리즈의 상징이 됐습니다.
세 가지 싸움
전투가 세 종류입니다. 기본은 여섯 명이 나서는 일반 전투인데, 앞줄과 뒷줄을 나눠 배치하고 무기 사거리에 따라 자리를 잡습니다. 특정 조합의 동료가 함께 있으면 협공 기술이 나가는데, 이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두 번째는 군대와 군대가 붙는 전쟁 전투입니다. 가위바위보 형태의 단순한 규칙 위에서 병력을 움직이는데, 어떤 동료를 모아 뒀느냐가 여기서 이득으로 돌아옵니다. 세 번째는 특정 인물과 일대일로 붙는 결투입니다. 상대의 대사를 듣고 다음 행동을 짐작해 대응하는 방식이라 긴장감이 있습니다.
지금 해 볼 때
초기 플레이스테이션 작품이라 그림은 소박하고 화면 전환도 느립니다. 그런데 진행이 빠릿합니다. 전투가 짧고 이동도 답답하지 않아서, 요즘 RPG보다 오히려 시간이 덜 걸립니다.
108명을 전부 모으면 결말이 달라집니다. 그런데 어떤 동료는 특정 시점을 놓치면 영영 못 데려옵니다. 완전한 결말을 보려면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처음에는 그냥 눈에 띄는 대로 모으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으로도 충분히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