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스톰
가디언 스톰 (Guardian Storm Horizontal Not Encrypted) · 1998 · Af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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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인데 스테이지 사이에 상점이 열립니다
이 게임을 처음 하면 스테이지를 하나 끝냈을 때 예상 못 한 화면이 뜹니다. 다음 구간으로 바로 넘어가는 대신, 방금까지 적을 잡으며 주워 모은 금을 꺼내 놓고 무엇을 살지 고르는 화면이 나오는 것입니다. 화력을 올릴지, 폭탄을 채울지, 남은 목숨을 하나 더 살지를 그 자리에서 결정합니다. 종스크롤 슈팅에서 이런 구조는 흔하지 않아서, 처음 보면 슈팅보다 롤플레잉 게임의 장비 상점 같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이 한 장면이 게임 전체의 리듬을 바꿉니다. 적을 부수는 이유가 단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다음 상점에서 쓸 밑천을 모으기 위해서이기도 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금을 더 줍는 선택이 의미를 가집니다.
어떤 게임인가
가디언 스톰(Guardian Storm)은 화면이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 하나를 골라 밀려오는 적기와 탄 사이를 피하며 위로 올라가고, 구간 끝에 버티고 선 큰 적을 쓰러뜨리면 다음 구간으로 넘어갑니다. 조작은 레버와 사격, 폭탄 정도로 단순해서 한 판이면 규칙을 다 익힐 수 있습니다. 국내 회사가 만든 아케이드 슈팅이라는 점에서도 이 시기 작품 중에 눈에 띕니다.
시작 화면에서 네 명 가운데 하나를 고르게 되는데, 각자 쏘는 무기의 성격이 다릅니다. 화력을 앞으로 곧게 몰아주는 쪽, 좌우로 넓게 퍼뜨려 잡티를 정리하는 쪽 같은 식으로 갈리기 때문에, 어느 캐릭터를 고르느냐에 따라 같은 구간이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처음 잡는 사람이라면 화력이 앞으로 곧게 나가는 쪽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적이 어디서 죽는지가 눈에 바로 들어와야 탄이 언제 그치는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과 상점, 이 게임의 축
스테이지를 도는 동안 적을 부수면 금이 떨어집니다. 이 금은 그 자리에서 화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지가 끝난 뒤 상점에서 쓰게 됩니다. 그래서 판단이 하나 생깁니다. 눈앞의 금을 주우러 화면 아래쪽으로 내려갈지, 안전한 자리를 지킬지 매 순간 저울질하게 되는 것입니다. 슈팅 게임에서 아이템을 줍는 행위가 이렇게까지 위험 계산과 얽히는 구조는 드뭅니다.
상점에서의 선택은 취향보다 상황을 따라야 합니다. 초반에는 화력을 먼저 올려 두는 편이 대체로 이롭습니다. 적을 빨리 지울수록 화면에 남는 탄이 줄고, 그러면 자연히 살아남기도 쉬워져 다음 구간에서 금을 더 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미 몇 번 죽어 목숨이 얄팍하다면 화력을 미루고 목숨을 사 두는 쪽이 낫습니다. 폭탄은 위급할 때 쓰는 보험이면서 화력이 모자란 구간을 통째로 건너뛰는 수단이기도 하니, 늘 어느 정도는 채워 두는 게 좋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이 장르에서 처음 붙잡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눈에 보이는 캐릭터 전체를 피하려 드는 것입니다. 실제로 탄에 맞는 부분은 한가운데의 작은 점 하나뿐이라, 날개가 탄을 스치고 지나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크게 피하다가 오히려 화면 구석에 몰려 빠져나갈 길을 잃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두 번째는 폭탄을 아끼는 버릇입니다. 아깝다고 들고 있다가 그대로 죽으면 그 폭탄은 아무 값도 하지 못합니다. 이 게임은 상점에서 폭탄을 다시 채울 수 있으니, 위험하다 싶으면 먼저 쓰고 다음 상점에서 채우는 쪽이 훨씬 멀리 갑니다.
세 번째는 후반 구간의 화력 부족입니다. 한 번 죽으면 그동안 쌓아 둔 화력이 크게 떨어지고, 화력이 낮으면 적을 제때 못 지워 탄이 계속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 한 번의 죽음은 목숨 하나 이상의 값을 치릅니다. 초반 구간을 최대한 안전하게, 화력을 유지한 채로 넘기는 것이 후반을 보기 위한 가장 확실한 준비입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사정
이 게임을 만든 곳은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아케이드 기판을 내놓던 회사입니다. 이 시기 국내에는 일본 대형 회사들처럼 자본과 인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하던 작은 회사들이 여럿 있었고, 이들은 대개 잘 팔리던 장르를 골라 자기 색을 얹는 방식으로 물건을 만들었습니다. 슈팅은 만드는 규모에 비해 화면이 화려해 보이는 장르라 이런 회사들이 자주 손을 댄 분야이기도 합니다.
이 게임의 상점 구조도 그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같은 시기 일본 대작 슈팅들이 화면을 뒤덮는 탄의 밀도와 점수 계산 체계로 승부를 걸었다면, 이쪽은 스테이지 사이에 선택 구간을 넣어 다른 종류의 재미를 붙이려 한 것입니다. 밀도로 겨루기보다 구조를 바꿔 자기 자리를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이 나온 1990년대 후반 한국 오락실은 대전 격투가 앞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슈팅은 이미 한쪽 벽면으로 밀려나 있었고, 붙는 사람만 계속 붙는 기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만든 슈팅이 놓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이야깃거리입니다.
캐릭터를 고르고 상점에서 장비를 사는 구조 덕분에, 슈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비교적 진입하기 쉬운 편이었습니다. 실력이 모자라도 상점에서 목숨을 사서 조금 더 갈 수 있으니, 동전을 넣은 값을 눈에 보이게 돌려받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게 된 지금은 그 상점 화면 앞에서 무엇을 살지 고민하던 감각부터 다시 겪어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