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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티 골프

골든 티 3D 골프 (Golden Tee 3d Golf v1 93n) · 1995 · Incredible Technolog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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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으로 치지 않는 골프 게임

골프 게임이라고 하면 대개 게이지가 좌우로 왔다 갔다 하고, 버튼을 세 번 눌러 파워와 정확도를 정하는 방식을 떠올립니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골프 게임이 그 방식을 썼습니다. 그런데 골든 티는 전혀 다릅니다. 조작 장치가 트랙볼 하나뿐이고, 공을 치려면 그 커다란 공을 손바닥으로 뒤로 당겼다가 앞으로 힘껏 밀어야 합니다. 미는 속도가 곧 샷의 세기이고, 미는 방향이 곧 공의 궤적입니다.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밀면 오른쪽으로 휘고, 왼쪽으로 밀면 왼쪽으로 휩니다.

골든 티 골프(Golden Tee 3D Golf)는 1995년 미국 인크레더블 테크놀로지스가 내놓은 오락실 골프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홀마다 클럽을 고르고 방향을 정한 뒤 트랙볼을 밀어 공을 칩니다. 목표는 실제 골프와 같습니다. 정해진 타수 안에 공을 홀에 넣는 것입니다.

골든 티 골프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5)

한 홀이 어떻게 굴러가나

한 홀은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먼저 홀 전체 지형을 보여 주며 거리와 지형지물을 확인시킵니다. 그다음 클럽을 고릅니다. 멀리 보내야 하면 긴 클럽, 가까이 붙여야 하면 짧은 클럽입니다. 이어서 조준 방향을 좌우로 조정하고, 필요하면 공의 어느 부분을 칠지 정해 백스핀이나 톱스핀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트랙볼을 밀면 공이 날아갑니다.

실제로 이 게임의 승부는 트랙볼을 미는 손동작 하나에서 갈립니다. 똑바로 세게 밀면 최대 거리로 곧게 날아가지만, 미는 도중에 손이 조금이라도 옆으로 틀어지면 그만큼 공이 휩니다. 반대로 이걸 의도적으로 이용해 나무를 돌아가거나 그린 옆에서 안쪽으로 감아 붙이는 것이 이 게임의 고급 기술입니다. 정직하게 똑바로만 치는 사람과 휘는 샷을 쓰는 사람의 점수 차가 상당히 벌어집니다.

그린에 올라가면 퍼팅입니다. 여기서는 세기가 전부입니다. 경사를 읽고 그만큼 여유를 두어 밀어야 하는데, 트랙볼은 힘 조절이 미세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거의 항상 세게 지나가거나 한참 못 미칩니다. 이 감각을 잡는 데 몇 홀은 걸립니다.

골든 티 골프 스포츠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5)

처음 잡는 사람이 겪는 일

첫 샷은 대개 엉뚱한 데로 날아갑니다. 트랙볼을 세게 밀어야 한다는 생각에 손목만 쓰면 방향이 틀어지기 때문입니다. 요령은 손목이 아니라 팔 전체로 곧게 밀어내는 것입니다. 뒤로 당기는 동작도 짧게 끊지 말고 충분히 뒤까지 당겼다가 한 번에 밀어야 세기가 제대로 나옵니다.

두 번째로 겪는 문제는 클럽 선택입니다. 남은 거리보다 조금 더 나가는 클럽을 잡고 살살 치는 것과, 딱 맞는 클럽을 잡고 온 힘으로 치는 것 중 초보에게는 전자가 안전합니다. 온 힘으로 치면 방향이 흔들릴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안정적인 스코어는 대체로 여유 있는 클럽에서 나옵니다.

세 번째는 지형 읽기입니다. 오락실 골프는 화면 정보가 제한적이라, 처음 도는 코스에서는 물이나 벙커가 어디 있는지 감이 잘 안 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같은 코스를 여러 번 돌수록 급격히 잘하게 됩니다. 어디로 보내면 안 되는지를 몸으로 기억하는 게 절반이기 때문입니다.

골든 티 골프 스포츠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5)

미국 술집의 오락실 기계

이 게임을 이해하려면 놓여 있던 장소를 알아야 합니다. 골든 티 시리즈는 오락실보다 미국의 바와 펍에 훨씬 많이 놓였습니다. 퇴근한 어른들이 맥주를 마시며 옆 사람과 한 라운드씩 도는 용도였습니다. 그래서 한 판이 급박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번갈아 치기 좋으며, 대화하면서 해도 흐름이 끊기지 않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트랙볼을 손으로 밀어치는 조작도 여럿이 둘러서서 구경하기 좋은 큰 동작입니다.

인크레더블 테크놀로지스는 이 노선을 아주 오래 밀고 갔습니다. 해마다 코스를 갈아 끼운 새 버전을 내고, 나중에는 전국 매장을 네트워크로 묶어 순위와 상금을 걸었습니다. 오락실 게임이 사양길에 접어든 뒤에도 이 시리즈가 살아남은 이유는 게임 자체보다 그 놓인 자리와 손님층 덕이 큽니다. 아이들이 동전을 넣는 기계가 아니라 어른들이 술자리에서 하는 기계였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낯선 물건

우리나라 오락실에서 골든 티를 봤다는 사람은 드뭅니다. 이 계열은 애초에 미국 시장을 겨냥한 물건이었고, 국내 오락실은 격투와 슈팅, 그리고 리듬 게임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트랙볼 전용 기계는 일반 캐비닛에 꽂아 쓸 수도 없어서 들여올 이유가 적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우리에게 추억이라기보다 미국 오락 문화의 한 조각으로 다가옵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해 보면 트랙볼을 손으로 밀어내는 감각까지 재현되지는 않습니다. 그 부분은 이 게임의 절반이었으니 아쉬운 대목이긴 합니다. 그래도 클럽을 고르고 방향을 잡고 지형을 읽는 나머지 절반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오락실 골프가 실제 골프의 무엇을 가져오고 무엇을 버렸는지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라운드가 길지 않으니 몇 홀만 돌아 봐도 감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