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코 뮤지엄 4
남코 뮤지엄 Vol. 4 (Namco Museum Vol 4) · 1996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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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을 거듭할수록 깊이 들어갑니다
이런 모음집은 대개 첫 권에 가장 유명한 게임들을 몰아 넣습니다. 그러고 나면 다음 권부터는 무엇을 담을지가 문제가 됩니다. 남코 뮤지엄 시리즈는 이 문제를 흥미롭게 풀었습니다. 이름값은 조금 덜하지만 그 시절 나름의 시도를 했던 게임들을 계속 꺼내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권이 뒤로 갈수록 목록이 낯설어지는데, 오히려 그게 재미입니다. 팩맨이나 갤러그 같은 이름은 다 알지만, 그 회사가 같은 시기에 어떤 게임들을 더 만들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4권은 그런 발굴의 성격이 뚜렷한 편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남코 뮤지엄 4(Namco Museum Vol. 4)는 남코의 80년대 오락실 게임 여러 편을 담은 모음집입니다. 앞선 권들과 마찬가지로 가상의 박물관을 걸어 다니며 전시실을 골라 게임을 시작하는 구조이고, 각 전시실에는 그 게임의 자료가 함께 걸려 있습니다.
담긴 게임들은 장르가 제각각입니다. 옆으로 달리며 뛰어넘는 액션이 있는가 하면, 일본풍 세계관의 액션 게임도 있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방식의 게임도 있습니다. 한 장 안에서 서로 성격이 다른 게임들을 오갈 수 있다는 점이 모음집의 장점입니다.
조작은 대부분 방향키와 버튼 두어 개로 끝납니다. 다만 이 시기 게임들은 규칙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아서, 처음 몇 판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내는 시간으로 쓰게 됩니다.
팩랜드 이야기
이 권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팩맨을 옆에서 보는 액션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미로를 돌던 팩맨이 여기서는 오른쪽으로 달리며 장애물을 뛰어넘습니다. 지금은 흔한 형태지만, 이 게임이 나온 시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앞선 시도였습니다. 이후 옆으로 달리는 액션 게임들의 기본 문법을 여러 가지 먼저 보여 준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조작이 특이합니다. 방향키로 걷는 것이 아니라 버튼을 눌러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라, 요즘 감각으로 잡으면 손이 헷갈립니다. 대신 익숙해지면 달리는 속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서, 좁은 발판을 넘을 때 유리합니다.
제한 시간이 걸려 있어서 마냥 조심스럽게 갈 수도 없습니다. 안전하게 갈 곳과 속도를 붙일 곳을 구분하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 밖의 수록작
일본 고전 설화를 배경으로 삼은 액션 게임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화면 구성이 특이해서, 옆에서 보는 시점과 위에서 보는 시점이 상황에 따라 바뀝니다. 무기와 방어구를 사고 능력을 올리는 요소가 있어, 순수한 액션보다 조금 더 오래 붙잡게 만듭니다.
이런 게임들은 당시에도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각각이 무언가를 실험한 흔적을 갖고 있습니다. 화면을 두 가지 시점으로 오가게 한다든지, 액션에 성장 요소를 붙인다든지 하는 것들이 그렇습니다. 지금 보면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지만, 그 거친 맛이 오히려 이 시대 게임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 게임의 난이도
80년대 오락실 게임은 대체로 어렵습니다. 동전을 계속 넣게 만드는 것이 사업 구조였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여기 담긴 게임들도 몇 판 만에 죽는 것이 기본이고, 처음 잡으면 시작 지점을 벗어나기도 전에 끝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렇다고 불합리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적의 움직임이 정해진 규칙을 따르기 때문에, 반복하다 보면 어디서 무엇이 나오는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때부터 실력이 눈에 띄게 늘고, 어제 못 넘던 구간을 오늘 넘게 됩니다.
이런 모음집을 즐기는 법
모음집은 한 게임을 오래 파고들기보다 여러 개를 짧게 돌려 보는 데 잘 맞습니다. 한 편을 켜서 몇 판 해 보고, 손에 안 맞으면 다른 걸 켜면 됩니다. 그러다가 유독 계속하게 되는 게임이 하나쯤 나오는데, 그때부터 제대로 파고들면 됩니다.
이 시기 게임은 계속하기가 자유로운 이식판에서 해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오락실에서는 동전이 아까워 후반 스테이지를 구경도 못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여기서는 여러 번 죽어 가며 뒤쪽까지 갈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이 권에 담긴 게임들은 첫 권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 켜 보면 처음 만나는 게임이 많고, 그 시절 오락실에 이런 것도 있었구나 하는 발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