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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리스

밀리터리 매드니스 (Military Madness USA) · 1989 · Hudson 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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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벌어지는 육각형 전쟁

화면에 펼쳐진 것은 육각형 칸으로 나뉜 달 표면입니다. 그 위에 전차와 보병, 대공포가 놓여 있고, 한 번에 한쪽씩 번갈아 움직입니다. 화려한 연출은 없지만, 한 수를 잘못 두면 다음 턴에 부대 하나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이 게임의 무서움은 되돌릴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액션 게임처럼 반사신경으로 만회할 수가 없고, 잘못 밀어 넣은 전차는 그냥 잃습니다. 그래서 한 턴 한 턴이 무겁고, 그만큼 이겼을 때의 만족이 큽니다.

넥타리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화면 1 - PC엔진 (1989)

부대를 움직여 적 기지를 차지합니다

넥타리스(Military Madness)는 육각형 지도 위에서 자기 부대를 이동시키고 적 부대와 교전하는 턴제 전략 게임입니다. 각 판의 목표는 적을 전멸시키거나 적 기지를 점령하는 것입니다. 내 차례에 부대를 하나씩 움직여 이동과 공격을 마치면 턴이 넘어가고, 그다음에 적이 같은 일을 합니다.

부대에는 보병, 전차, 장갑차, 대공포, 자주포, 헬기 같은 종류가 있고 각각 이동력과 사거리, 잘 잡는 상대가 다릅니다. 대공포는 헬기에 강하고, 보병은 평지에서 전차에게 밀립니다. 이 상성을 무시하고 아무 부대나 붙이면 손해만 봅니다.

지형도 결과를 크게 바꿉니다. 산과 숲에 들어간 부대는 방어가 올라가고, 평지에 노출된 부대는 쉽게 깨집니다. 같은 부대라도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전투 결과가 달라지므로, 이동 목적지를 정할 때 늘 지형을 먼저 봐야 합니다.

넥타리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화면 2 - PC엔진 (1989)

포위가 핵심 규칙입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포위입니다. 공격하려는 적 주변을 내 부대가 여럿 둘러싸고 있으면 공격력이 크게 올라갑니다. 한 대 한 대 따로 붙는 것과 셋이 둘러싸고 치는 것의 결과가 확연히 다릅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은 부대를 흩어 놓지 않습니다. 몇 개를 한 덩어리로 묶어 함께 전진시키고, 적 하나를 둘러싼 뒤 확실히 정리하고 다시 뭉칩니다. 반대로 혼자 튀어나간 부대는 적에게 똑같이 포위당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초보자가 가장 자주 지는 이유가 이 부분입니다. 부대를 넓게 펼쳐 지도를 빨리 먹으려 하다가, 각개격파를 당합니다. 진격 속도를 늦추더라도 대열을 유지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훨씬 빠릅니다.

공장을 잡으면 흐름이 바뀝니다

지도 곳곳에는 부대를 생산하는 시설이 있습니다. 이곳을 점령하면 새 부대를 뽑아 전선에 투입할 수 있어서, 소모전에서 밀리던 상황이 단번에 뒤집힙니다. 반대로 내 시설을 뺏기면 보충이 끊겨 그대로 무너집니다.

그래서 전투의 목표는 눈앞의 적 부대가 아니라 시설인 경우가 많습니다. 적 주력과 정면으로 붙는 대신, 방어가 얇은 쪽으로 돌아 시설을 먼저 잡는 전개가 자주 나옵니다. 이 판단이 이 게임의 전략적 재미가 가장 진하게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후반 지도는 넓고 적 부대도 많아져서, 전선을 두 곳으로 나눠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한쪽에서 시간을 벌면서 다른 쪽에서 결판을 내는 식의 운영이 필요해집니다.

이때 유용한 것이 이동력이 높은 부대입니다. 헬기나 장갑차를 예비 전력으로 남겨 두면, 어느 쪽이 무너질 조짐을 보일 때 빠르게 옮겨 구멍을 막을 수 있습니다. 모든 부대를 전선에 붙여 두지 않고 한둘을 뒤에 남겨 두는 여유가 후반 승부를 가릅니다.

조용하지만 오래가는 게임입니다

PC엔진 초기에 나온 작품인데도 규칙이 잘 다듬어져 있어서, 지금 해도 어색한 데가 거의 없습니다. 이후 나온 여러 턴제 전략 게임이 비슷한 뼈대를 쓰고 있어, 이 계열의 출발점을 확인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한 판이 길어서 짧게 즐기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한번 붙잡으면 다음 턴, 다음 턴 하다가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화면은 조용한데 머릿속은 계속 바쁜, 그런 종류의 게임입니다.

전략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권할 만합니다. 규칙 요소가 적어서 배울 것이 많지 않고, 상성과 지형과 포위라는 세 가지만 이해하면 곧장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