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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저트 브레이커

데저트 브레이커 (Desert Breaker World fd1094 317 0196) · 1992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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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1991년 걸프전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던 그 무렵, 오락실에도 사막이 밀려왔습니다. 데이터 이스트가 사막을 배경으로 한 총싸움 기판을 내놓았고,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소재를 들고 나왔습니다. 세가가 내놓은 이 게임 역시 그 흐름 안에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세가가 이 시기에 이런 정통 위주 아래보기 액션을 거의 만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미 회사의 힘은 체감형 대형 기계와 3D 쪽으로 쏠려 있었기 때문에, 이 기판은 세가의 계보에서 조금 외따로 서 있는 물건이 됐습니다.

데저트 브레이커(Desert Breaker)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사막의 적진을 걸어 들어가며 쓸어버리는 런앤건 액션 게임입니다. 세 명까지 동시에 붙을 수 있고, 각자 병사 하나를 맡아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카리와 머시를 좋아했다면 손이 바로 붙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데저트 브레이커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2)

회피 버튼이라는 한 수

이 게임을 같은 장르의 다른 작품들과 갈라놓는 것은 회피 동작입니다. 버튼 하나를 누르면 병사가 화면을 가로질러 몸을 던지고, 그 짧은 동안 총알을 맞지 않습니다. 이 요소 하나로 게임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보통 이런 게임에서 몰리면 답이 없습니다. 사방에서 탄이 날아오고 피할 자리가 없으면 그냥 죽습니다. 그런데 무적 회피가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탄막 한가운데를 뚫고 반대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고, 적진 깊숙이 파고들어 근접에서 정리하는 공격적인 운영도 가능해집니다. 세가가 몇 해 전에 낸 닌자 소재 종스크롤 액션에서 이미 써 본 장치인데, 여기서 훨씬 잘 어울립니다.

초보가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것도 이 버튼입니다. 위험을 감지하고 나서 누르면 늦으므로, 적이 사격 자세를 잡는 순간에 미리 던지는 식으로 써야 합니다. 이 타이밍만 몸에 붙으면 죽는 횟수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무기 고르는 재미

들고 다닐 수 있는 총은 네 종류입니다. 무난한 기관총, 앞을 넓게 태우는 화염방사기, 여러 갈래로 퍼지는 산탄, 그리고 산성 물질을 날리는 것까지 성격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처음이라면 퍼지는 쪽이 편합니다. 아래보기 시점에서는 적이 정확히 정면에서만 오지 않기 때문에, 한 줄로 나가는 무기는 조준 부담이 큽니다. 반대로 화염 계열은 좁은 통로나 적이 한 방향으로 몰려나오는 구간에서 압도적입니다.

무기를 바꿀 기회가 자주 오지는 않으므로, 지금 들고 있는 것으로 어떻게든 해내는 감각도 필요합니다. 무기가 약하다고 느껴지면 대개는 무기 문제가 아니라 서 있는 자리가 나쁜 것입니다. 적이 나오는 통로를 정면으로 마주 보는 자리에 서지 말고, 비스듬히 옆에서 걸러 내는 자리를 잡는 것이 기본입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

초반은 순조롭습니다. 문제는 화면 여기저기서 동시에 적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거기에 큼직한 장비들이 섞여 나오는 구간부터입니다. 이런 구간에서는 전진 자체를 늦춰야 합니다. 화면이 위로 밀려 올라가면 새 적이 계속 등장하므로, 처리 속도가 등장 속도를 못 따라가면 그대로 포위됩니다.

여럿이 할 때는 흩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자 다른 방향으로 가면 각자 포위당합니다. 서로 등을 맞대듯 붙어서 담당 방향을 나누면 훨씬 오래 버팁니다. 이 게임은 세 명까지 붙을 수 있어서 사람이 모이면 화면이 꽤 시끄러워지는데, 그만큼 서로 살려 주기도 쉽습니다.

기판과 국내 사정

이 게임이 돌아간 기판은 세가가 80년대 말부터 쓰던 2D 계열 시스템의 후기 물건입니다. 롬에 암호화가 걸려 있는 구조라 오랫동안 정상 구동이 어려웠고, 그 해독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존재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세가 팬들 사이에서도 뒤늦게 발굴된 축에 드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기판을 봤다는 이야기는 드뭅니다. 1992년 한국 오락실은 대전 격투 열풍이 막 시작되던 시기였고, 아래보기 총싸움을 찾는 사람은 이미 몇 년 전에 나온 이카리 계열이나 캡콤 쪽 작품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새 기판을 들여도 대전 격투 자리 하나가 더 벌었기 때문에, 이런 게임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해 보는 것이 오히려 제값을 합니다. 그 시절 놓쳤던 잘 만든 액션 하나가 뒤늦게 눈앞에 놓인 셈이고, 회피 버튼 하나가 장르를 얼마나 바꿔 놓는지 직접 확인하는 재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