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파이터
드래곤 파이터 (Dragon Fighter USA) · 1992 · SOF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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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용으로 변합니다
이 게임의 진짜 재미는 화면 왼쪽 위에 조용히 차오르는 게이지에 있습니다. 적을 베어 넘길수록 그 게이지가 올라가고, 절반을 넘긴 순간 버튼을 누르면 주인공이 그대로 용으로 변합니다. 그 순간 게임의 성격이 통째로 바뀝니다. 옆으로 걸어 다니며 칼을 휘두르던 액션 게임이, 화면이 저절로 흘러가는 슈팅 게임이 되어 버립니다.
이 변신이 단순한 무적 시간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용이 되면 여덟 방향으로 날아다니며 화면을 채운 적을 쓸어 담을 수 있지만, 몸을 돌릴 수는 없어서 공격은 언제나 오른쪽으로만 나갑니다. 게이지는 계속 줄어들고, 다 떨어지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옵니다. 어느 구간에서 변신을 쓰고 어느 구간을 사람으로 버틸지 정하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 판단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드래곤 파이터(Dragon Fighter)는 옆으로 진행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칼을 든 전사가 되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아가며 앞을 막는 몬스터를 베고, 구간 끝에서 기다리는 보스를 쓰러뜨립니다. 전부 여섯 개의 스테이지로 이루어져 있고, 마지막에는 흑막인 마법사 자바옹과 맞붙습니다.
기본 조작은 단순합니다. 걷고, 점프하고, 칼을 휘두릅니다. 여기에 공격 버튼을 길게 눌러 힘을 모으면 칼에서 마법 탄이 날아갑니다. 이 모아 쏘기가 있어서 멀리 있는 적을 안전하게 정리할 수 있는데, 모으는 동안에는 움직임이 굼떠지므로 언제 모을지가 또 하나의 선택이 됩니다.
용의 색깔에 따라 달라지는 공격
변신했을 때의 공격 방식은 하나가 아닙니다. 용의 색이 바뀌면 나가는 탄의 성질이 달라집니다. 붉은 용은 바닥에 닿아 퍼지는 불덩이를 떨어뜨리고, 초록 용은 부채꼴로 세 갈래 탄을 뿌리며, 파란 용은 적을 따라가는 유도탄을 씁니다.
이 차이가 구간마다 유불리를 만듭니다. 적이 바닥을 기어 다니는 구간에서는 불덩이가 압도적으로 편하고, 사방에서 날아오는 구간에서는 부채꼴 탄이 넓게 커버해 줍니다. 정확히 맞히기 어려운 작은 적이 많을 때는 유도탄이 답답함을 덜어 줍니다. 어떤 용으로 어느 구간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처음 하면 어디서 막히나
가장 흔한 실수는 게이지가 차자마자 곧바로 변신해 버리는 것입니다. 잡몹 구간에서 게이지를 다 써 버리면 정작 보스 앞에서는 맨몸으로 싸워야 합니다. 보스전은 대체로 사람 상태로 치르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지만, 어려운 보스를 만났을 때 용 게이지가 남아 있으면 훨씬 수월하게 넘어갑니다.
두 번째로 막히는 지점은 용 상태의 조작입니다. 화면이 저절로 오른쪽으로 흘러가는데 뒤쪽으로는 공격이 나가지 않으니, 적을 지나쳐 버리면 그대로 등을 내주게 됩니다. 앞쪽에 붙어서 나오는 적을 먼저 처리하고 화면 진행에 맞춰 자리를 잡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패미컴 후기 액션 게임답게 난이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적의 배치가 촘촘하고 한 번 맞으면 넉백이 커서, 좁은 발판 구간에서 맞고 떨어지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무리하게 앞으로 나가기보다 한 화면씩 끊어서 정리하며 나아가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이 게임을 만든 곳은 나츠메입니다. 패미컴 말기에 완성도 높은 액션 게임을 여러 편 내놓으며 이름을 알린 개발사로, 8비트 하드웨어에서 뽑아낼 수 있는 화면 연출과 조작감을 잘 아는 팀이었습니다. 이 게임에서도 캐릭터의 큼직한 도트와 부드러운 스크롤, 그리고 변신 연출이 8비트 기기의 한계를 잘 감춰 줍니다.
음악도 이 게임을 기억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패미컴 음원으로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곡의 짜임이 촘촘하고, 특히 변신 직후에 흐르는 곡은 게임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액션 자체보다 음악 때문에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국내에서 이 게임은 정식 유통보다 문방구와 대여점의 카트리지로 퍼진 쪽입니다. 제목만 보면 흔한 판타지 액션 같아서 그냥 지나치기 쉬웠는데, 한 번 해 본 사람이 변신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입소문이 돌았습니다. 화면 절반을 채우는 용이 나타나 적을 쓸어버리는 장면은 그 시절 8비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끝까지 깨 본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난이도가 만만치 않고 잔기를 늘리기도 쉽지 않아서, 대부분은 중반 스테이지에서 카트리지를 뽑았습니다. 그래도 변신 게이지를 아껴 두었다가 보스 앞에서 터뜨리는 그 한 번의 쾌감 때문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를 반복하게 만드는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