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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탄 사가 MSX판

라스탄 사가 (Rastan Saga) · 1988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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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휘두르는 무게감

이 게임을 처음 잡으면 주인공의 동작이 굼뜨다고 느낍니다. 검을 한 번 휘두르는 데 시간이 걸리고, 점프는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중간에 방향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요즘 감각으로는 답답합니다.

그런데 몇 판 하다 보면 그 굼뜬 동작이 의도된 것임을 알게 됩니다. 이 게임은 빠르게 연타하는 게임이 아니라, 한 번 휘두르는 타이밍을 재는 게임입니다. 적이 사거리에 들어오는 순간에 맞춰 검을 내밀면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상대가 쓰러집니다. 그 무게감이 이 게임의 정체성입니다.

라스탄 사가(Rastan Saga)는 검을 든 전사가 괴물이 들끓는 땅을 가로질러 나아가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대개 라스탄이라고 불렀습니다.

라스탄 사가 MSX판 액션 게임 화면 1 - MSX (1988)

주워 쓰는 무기들

기본 무기는 검이지만, 진행 중에 다른 무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도끼는 사거리가 짧은 대신 위력이 있고, 철퇴 계열은 궤도가 달라 다른 높이의 적을 잡기 좋습니다. 그중에서도 불이 붙은 검은 사거리와 위력이 모두 좋아, 손에 넣으면 그 구간이 눈에 띄게 수월해집니다.

다만 이 무기들은 영구적이지 않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원래 검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좋은 무기를 얻으면 그 시간 안에 최대한 위험한 구간을 통과하려는 계산이 생깁니다. 강한 무기를 들고 어디까지 밀고 갈지가 이 게임의 작은 전략입니다.

방어구와 회복 아이템도 있습니다. 체력이 위태로울 때 물약을 찾아 먹는 순간이 자주 오기 때문에, 지형 곳곳을 살피며 지나가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라스탄 사가 MSX판 액션 게임 화면 2 - MSX (1988)

지형이 곧 적입니다

이 게임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이는 것은 사실 괴물이 아니라 지형입니다. 아래에는 물이나 불, 가시가 깔린 구간이 자주 나오고, 닿으면 즉사하거나 큰 피해를 입습니다. 점프 거리가 정확히 정해져 있어서, 발판 사이를 건널 때마다 도약 지점을 재야 합니다.

밧줄을 타고 오르내리는 구간도 있습니다. 밧줄에 매달린 상태에서는 공격이 제한되기 때문에, 그 위로 날아드는 적을 만나면 대단히 곤란해집니다. 올라가기 전에 위쪽을 정리해 두는 것이 요령입니다.

적은 박쥐, 뱀, 도마뱀 인간 같은 것들이 나오고, 뒤로 갈수록 여럿이 동시에 다른 높이에서 달려듭니다. 검이 한 번에 한 방향만 닿으므로, 어느 쪽을 먼저 정리할지 판단이 필요합니다.

스테이지 끝의 거대한 상대

각 구간의 끝에는 큰 몸집의 보스가 기다립니다. 화면을 넓게 차지한 채 불을 뿜거나 몸을 휘둘러 오는데, 사거리 밖에서 기다렸다가 상대의 공격이 끝나는 순간에 뛰어들어 한 대 넣고 빠지는 방식이 기본입니다.

욕심을 부려 붙어 있으면 반드시 맞습니다. 이 게임의 보스전은 얼마나 많이 때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 맞느냐의 싸움이고, 그래서 한 번의 공격을 넣기 위해 여러 번 물러서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검과 마법의 세계를 오락실로

1980년대 후반 타이토가 내놓은 이 게임은 검과 마법이 등장하는 판타지 세계를 오락실 액션으로 옮긴 초기 사례 중 하나입니다. 근육질 전사가 괴물을 베고 나아가는 그림은 당시 유행하던 판타지 소설과 영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인기를 얻어 후속작이 나왔고, MSX를 비롯한 여러 가정용 기종으로 옮겨졌습니다. 이식판은 사양에 맞춰 화면과 구성을 손봤지만, 검을 크게 휘두르는 그 특유의 무게감은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