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페이지 패미컴판
램페이지 (Rampage USA) · 1988 · Data 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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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괴물인 게임
대부분의 게임에서 우리는 도시를 지키는 쪽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정반대입니다. 플레이어가 바로 그 도시를 때려 부수는 거대 괴물이고, 창문마다 총을 쏘는 군인과 경찰이 오히려 막아서는 쪽입니다. 빌딩 벽을 주먹으로 두들기면 콘크리트가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고, 골조만 남은 건물이 힘없이 폭삭 주저앉는 그 장면이 이 게임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램페이지(Rampage)는 미국에서 오락실용으로 먼저 나온 파괴 액션 게임이고, 여기 실린 것은 그 패미컴 이식판입니다. 도시 하나가 한 스테이지가 되고, 화면에 서 있는 건물을 전부 무너뜨리면 다음 도시로 넘어갑니다. 조작은 아주 단순해서 벽에 매달려 올라가고, 주먹을 휘두르고, 점프하는 것이 거의 전부입니다.
세 마리 괴물
고를 수 있는 괴물은 셋입니다. 거대한 고릴라 조지, 도마뱀 릴리, 그리고 늑대를 닮은 랄프입니다. 능력에 큰 차이는 없어서 취향껏 고르면 되는데, 원래 이들이 사람이었다가 실험 사고로 괴물이 되었다는 설정이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체력이 다 떨어지면 죽는 대신 알몸의 사람으로 돌아가 화면 밖으로 쭈뼛쭈뼛 걸어 나가는데, 이 마무리가 묘하게 웃겨서 오히려 일부러 맞아 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원작 오락실판은 세 명이 동시에 붙어서 도시를 헤집는 맛이 컸지만, 패미컴판은 두 명까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둘이 붙으면 재미가 확 살아납니다. 한 명이 건물 한쪽을 맡고 다른 한 명이 반대쪽을 맡으면 무너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집니다.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건물을 부수다 보면 창문 안이 열립니다. 그 안에는 통닭이나 햄버거 같은 음식이 있어 체력을 채워 주지만, 화분이나 촛대, 라디오처럼 먹으면 안 되는 것도 섞여 있습니다. 특히 감전되는 물건을 물면 몸이 번쩍거리며 체력이 깎이니 창문 안을 잠깐 보고 집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도망치는 사람을 잡아먹어도 체력이 오릅니다.
건물을 부수는 요령도 있습니다. 무작정 아무 층이나 때리는 것보다, 아래층을 집중적으로 두들겨 기둥을 무너뜨리면 위층이 딸려 내려옵니다. 다만 건물이 무너질 때 그 위에 매달려 있으면 같이 떨어지면서 피해를 입으니, 마지막 한 대를 치고는 옆 건물로 옮겨 타는 것이 안전합니다.
계속 반복되는 도시
이 게임에는 끝을 보여 주는 화려한 엔딩이 없습니다. 미국 전역의 도시를 하나씩 도는 형태로 스테이지가 이어지고, 갈수록 총을 쏘는 군인이 늘고 헬기와 전차가 끈질기게 따라붙습니다. 결국 얼마나 오래 버티며 많은 도시를 밀어 버렸는가를 겨루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한 판이 짧고 부담이 없습니다. 잠깐 앉아서 빌딩 몇 채 부수고 일어나기 좋은 게임이고, 그 단순한 파괴감 하나로 오래 기억되는 작품입니다. 뒤에 여러 속편과 이식판이 나왔지만 원형의 재미는 이 초기작에서 이미 완성되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