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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귤러스

레귤러스 (Regulus 315 5033 REV a) · 1983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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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가 슈팅을 만들던 시절

지금 세가라고 하면 소닉이나 버추어 파이터를 떠올리시겠지만, 1980년대 초의 세가는 아케이드 기판을 쉴 새 없이 찍어내던 회사였습니다. 한 해에 몇 종씩, 장르를 가리지 않고 내놓았습니다. 레귤러스는 그 무렵의 결과물 중 하나입니다. 이름부터가 사자자리의 일등성에서 따온 것으로, 별 이름을 붙인 우주 배경 게임이 유행처럼 쏟아지던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납니다.

이 시기 세가 게임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화면이 시원시원하고, 색을 아끼지 않고 쓰며, 소리가 큽니다. 오락실 한구석에 놓여 있어도 존재감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려는 설계입니다. 레귤러스도 첫인상에서 그 성격이 드러납니다.

레귤러스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3)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레귤러스(Regulus)는 화면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플레이어는 화면 아래쪽의 기체를 조종해 위쪽에서 내려오는 적을 쏘아 맞히고, 동시에 지형과 장애물을 피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조이스틱으로 상하좌우를 움직이고 버튼으로 사격하는, 이 장르의 기본 조작을 그대로 따릅니다.

종스크롤 슈팅의 한 판은 대체로 이렇게 흘러갑니다. 화면이 저절로 흘러가는 동안 여러 무리의 적이 순서대로 등장하고, 그것들을 처리하면서 앞으로 밀고 나가는 구간이 이어지다가, 구간의 끝에서 더 단단한 상대를 만납니다. 죽으면 목숨이 하나 줄고, 목숨이 다 떨어지면 게임이 끝납니다. 남는 것은 점수뿐입니다. 그 점수를 얼마나 밀어 올리느냐가 이 시절 슈팅의 전부였습니다.

레귤러스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3)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초기 슈팅에서 초보자가 가장 많이 죽는 이유는 적의 탄이 아니라 자기 위치입니다. 화면 아래쪽 가운데에 계속 붙어 있으면 위에서 내려오는 모든 것이 자기 쪽으로 모입니다. 화면을 좌우로 넓게 쓰면서, 적 무리가 나오는 쪽의 반대편으로 미리 빠져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게 첫 단계입니다.

두 번째로 익힐 것은 사격 버튼을 무작정 연타하지 않는 일입니다. 이 시절 기판은 화면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탄의 수가 정해져 있어서, 아무 데나 쏴 놓으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탄이 나가지 않습니다. 내 탄이 화면 밖으로 나가거나 무언가에 맞아 사라져야 다음 탄이 나가는 구조이므로, 가까이 붙어서 쏘면 발사 간격이 짧아집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앞으로 나가는 쪽이 오히려 화력이 세지는 셈인데, 이 감각을 잡으면 실력이 한 단계 올라갑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은 지형이 좁아지는 구간입니다. 좌우로 피할 공간이 줄어드는데 적은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넓은 데서 통하던 회피가 통하지 않습니다. 이런 구간은 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몇 번 죽어 가며 어디서 좁아지는지 기억해 두고, 좁아지기 전에 미리 안전한 쪽으로 붙어 두는 식으로 넘깁니다.

레귤러스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3)

같은 시기 다른 슈팅과 견주면

1983년 무렵의 종스크롤 슈팅은 이미 상당히 성숙해 있었습니다. 제비우스가 지상과 공중을 따로 노리는 구조를 확립했고, 스크램블 계열이 연료와 지형을 함께 다루는 방식을 보여 준 뒤였습니다. 레귤러스는 그런 흐름 안에서 지상을 달리는 감각을 앞세운 쪽에 가깝습니다.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 땅 위를 밀고 나가는 느낌이 강조되어 있어서, 같은 종스크롤이라도 몸에 닿는 질감이 다릅니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플레이에 그대로 영향을 줍니다. 공중전 위주 슈팅은 회피가 곧 생존이지만, 지상을 달리는 구성에서는 지형 자체가 벽이 되기 때문에 회피 공간을 먼저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화면을 보는 눈이 달라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시절 오락실의 자리

국내 오락실에서 레귤러스가 널리 돌았다는 흔적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1980년대 초중반 국내에는 정식으로 들어온 기판보다 복제 기판이 많았고, 어떤 게임이 어느 동네에 놓이느냐는 거의 우연에 가까웠습니다. 같은 시기 같은 회사 게임이라도 어떤 것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어떤 것은 아예 자취가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을 지금 다시 켜 보는 일은, 그 시절 우리 동네 오락실에 놓이지 않았던 자리를 뒤늦게 채워 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한 판이 짧고 규칙이 단순하니 부담도 없습니다. 처음 몇 판은 어디까지 가는지만 확인하고, 그다음부터 점수를 노려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