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이블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 · 1996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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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로 뛰어드는 개
긴 복도를 걷다가 창문을 깨고 개가 뛰어드는 장면은 이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합니다.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은 통로에서 갑자기 유리가 깨지고, 카메라가 고정된 탓에 어디서 오는지 보이지도 않는 상태로 물어뜯깁니다. 조작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할 무렵에 나오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첫 좀비를 만나는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등을 돌린 채 웅크린 무언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보는 그 몇 초가, 이후 수많은 게임이 따라 하게 되는 공포 연출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바이오하자드(Resident Evil)는 캡콤이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낸 서바이벌 호러 게임입니다. 실종된 동료를 찾아 산속 저택에 들어간 특수부대 대원이 주인공이고, 크리스와 질 중 하나를 골라 시작합니다. 고른 인물에 따라 동선과 만나는 인물, 쓸 수 있는 장비가 달라집니다.
조작은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라, 화면이 바뀔 때마다 방향 감각을 다시 잡아야 합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불편하지만, 이 어색함이 오히려 도망칠 때의 다급함을 만들어 냅니다. 카메라는 방마다 고정되어 있고, 보이지 않는 화면 밖에서 나는 소리가 계속 긴장을 유지시킵니다.
아끼며 쓰는 자원
이 게임의 핵심은 부족함입니다. 탄약은 늘 모자라고, 회복 약초도 넉넉하지 않으며, 들고 다닐 수 있는 칸 수마저 정해져 있습니다. 열쇠 하나를 챙기려면 다른 것을 아이템 상자에 두고 와야 하고, 상자는 정해진 방에만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들고 어디로 갈지 계획하는 일 자체가 게임의 일부가 됩니다.
저장도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잉크 리본이라는 소모품이 있어야 타자기 앞에서 기록할 수 있고, 리본 역시 한정되어 있습니다. 죽으면 어디까지 돌아가는지를 늘 계산하며 움직여야 해서, 저장 한 번을 두고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저택이라는 미로
무대인 양옥집은 그 자체가 하나의 퍼즐입니다. 문마다 다른 모양의 열쇠가 필요하고, 문장이 새겨진 조각을 맞추거나 순서를 맞춰야 열리는 장치가 곳곳에 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진 문서를 읽으면 이 저택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씩 드러나고, 그 조각들이 모여 제약회사와 생체 실험이라는 배경을 이룹니다.
저택을 벗어나면 안뜰과 지하 연구소로 이어집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하는 것들도 좀비를 넘어 크게 변형된 생물들로 바뀌고, 총 몇 발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 아예 피해 다니는 편이 나은 경우도 생깁니다.
남긴 것
이 작품은 서바이벌 호러라는 말을 사실상 정착시켰습니다. 고정 카메라, 자원 관리, 열쇠와 퍼즐로 짜인 저택 구조는 이후 수많은 게임이 참고한 틀이 되었고, 시리즈 자체도 여기서 출발해 오래 이어졌습니다.
국내에서는 원제인 바이오하자드로 부르는 사람이 훨씬 많았습니다. 지역에 따라 제목이 달랐던 탓인데, 두 이름이 같은 게임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조작의 불편함이 먼저 느껴지지만, 그 불편함까지가 이 게임이 만들어 낸 긴장의 일부였다는 것도 함께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