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타이틀 2
메이저 타이틀 2 (Major Title 2 World Imperfect Sound and Graphics) · 1992 · I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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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에서 골프를 한다는 것은 조금 이상하게 들립니다. 총을 쏘거나 주먹을 날리는 게임 사이에 골프 기판이 놓여 있는 그림은 어색하지요. 하지만 1990년대 초 오락실에는 이런 스포츠 기판이 꾸준히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한 판이 조용히 흘러가고, 네 명까지 붙어 앉아 서로 점수를 놀릴 수 있으며, 실력이 아니라 눈치와 배짱이 승부를 가르기 때문입니다.
메이저 타이틀 2(Major Title 2)는 아이렘이 1992년에 내놓은 아케이드 골프 게임입니다. 북미에서는 아이렘 스킨스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공을 놓고, 클럽을 고르고, 파워 게이지를 두 번 눌러 세기와 정확도를 정한 뒤 날리는, 이 시절 골프 게임의 표준 조작을 따릅니다. 그 표준 위에 골퍼 선택과 스킨스라는 두 가지를 얹어 전작에서 나아갔습니다.
게이지 세 박자
골프 게임의 전부는 게이지에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게이지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한 번 눌러 파워를 정하고, 다시 한 번 눌러 임팩트 정확도를 정합니다. 이 두 번의 타이밍이 공이 어디로 갈지를 결정합니다. 규칙은 이게 전부인데, 그 단순함 안에 실수의 여지가 잔뜩 들어 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매번 최대 파워를 노리는 것입니다. 게이지 끝까지 밀었다가 두 번째 타이밍을 놓치면 공이 크게 휘어 러프나 벙커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다음 타석에서 훨씬 어려운 상황을 맞습니다. 파워를 조금 줄이더라도 정확도를 확실히 잡는 편이 결과적으로 타수가 적게 나옵니다.
그린 위에서의 퍼팅은 또 다른 게임입니다. 경사와 거리를 읽고 세기를 정해야 하는데, 여기서 두세 타를 까먹는 일이 흔합니다. 짧게 쳐서 홀 앞에 붙이는 것보다 조금 지나치게 치는 편이 낫다는 것은 실제 골프와 마찬가지입니다. 짧으면 아예 들어갈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골퍼를 고른다는 것
전작에서 달라진 가장 큰 점이 골퍼 선택입니다. 각 골퍼는 능력치가 다르고, 그에 따라 잘 되는 샷과 안 되는 샷이 갈립니다. 거리를 멀리 보내는 장타 유형, 전반적으로 균형이 잡힌 유형, 기술적인 샷에 능한 유형, 그리고 까다로운 상황을 풀어내는 유형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선택이 실제로 게임을 바꿉니다. 장타 유형을 고르면 파 5 홀에서 두 번에 그린 근처까지 갈 수 있어 유리하지만, 방향이 조금만 틀어져도 크게 벗어납니다. 기술형은 거리는 짧아도 원하는 곳에 착실히 놓을 수 있어 좁은 코스에서 강합니다. 코스를 보고 골퍼를 고르는 판단이 곧 실력입니다.
코스는 두 종류가 준비되어 있고, 토너먼트와 매치 플레이, 스트로크 플레이, 그리고 스킨스 게임 방식을 고를 수 있습니다. 스킨스는 홀마다 상금이 걸려 있고 그 홀을 이긴 사람이 가져가는 방식인데, 비기면 다음 홀로 상금이 넘어가며 쌓입니다. 한 홀에 판돈이 몰리는 순간의 긴장감이 이 방식의 매력입니다.
네 명이 앉는 캐비닛
이 게임은 최대 네 명이 함께 붙을 수 있습니다. 오락실 게임에서 네 명 동시 플레이는 벨트 스크롤 액션에서나 보던 구성인데, 골프에 그것을 적용한 것입니다. 골프는 원래 여럿이 돌아가며 치는 운동이니 궁합이 나쁘지 않습니다.
여럿이 붙으면 게임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혼자 하면 코스를 상대로 타수를 줄이는 조용한 게임이지만, 넷이 붙으면 앞 사람의 샷을 보고 내 전략을 바꾸는 심리전이 됩니다. 상대가 크게 실수하면 나는 안전하게 가도 되고, 상대가 잘 붙였으면 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스킨스 방식은 이 심리를 더 날카롭게 만듭니다.
아이렘과 M92 기판
아이렘은 알 타입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회사입니다. 슈팅 게임의 명가로 기억되지만, 실제로는 액션과 스포츠까지 폭넓게 만들었습니다. 이 게임은 아이렘의 M92 기판에서 돌아갑니다. M92는 1991년부터 아이렘의 주력으로 쓰인 기판으로, 여러 간판 게임이 이 위에서 나왔습니다.
같은 기판을 쓴다는 것은 화면을 만드는 밑천이 같다는 뜻입니다. 이 게임의 코스 그림과 캐릭터 표현이 같은 시기 아이렘 액션 게임들과 비슷한 결을 갖는 이유입니다. 스포츠 게임이면서도 캐릭터가 크고 뚜렷하게 그려진 것은 그 밑천 덕분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골프 기판은 흔한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격투와 슈팅이 자리를 대부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어른 손님이 많은 동네나 규모가 큰 오락실에는 한 대씩 놓여 있었고, 앞에 여럿이 둘러앉아 서로 훈수를 두던 풍경이 있었습니다. 지금 다시 잡아도 게이지 두 번 누르는 규칙 하나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