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기어 솔리드 스페셜 미션
메탈기어 솔리드: 스페셜 미션 (Metal Gear Solid Special Missions Europe) · 1999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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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의 껍데기를 벗겨 낸 훈련장
메탈기어 솔리드는 이야기와 연출로 유명한 게임입니다. 무전 대화가 길게 이어지고, 보스마다 사연이 붙고, 마지막에는 꽤 무거운 주제까지 던집니다. 그런데 이 디스크는 그 모든 것을 걷어냈습니다. 남은 것은 순수한 잠입 기술과, 그 기술을 시험하는 짧은 과제 수백 개입니다.
무대는 대부분 격자무늬가 그려진 무기질적인 훈련 공간입니다. 배경도, 이야기도 없습니다. 대신 방 하나에 경비병 몇 명과 감시 카메라가 배치되고, 들키지 않고 출구까지 가라는 조건만 주어집니다. 게임을 뼈대만 남기고 재구성한 셈인데, 그 뼈대가 얼마나 단단했는지를 오히려 증명해 버렸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메탈기어 솔리드 스페셜 미션(Metal Gear Solid: Special Missions)은 본편의 조작과 시스템을 그대로 쓰면서 짧은 과제만 모아 놓은 확장 디스크입니다.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주인공을 움직여, 경비의 시야를 피해 목적지에 도달하거나 정해진 목표를 달성합니다.
과제는 성격별로 나뉩니다. 들키지 않고 통과하기,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하기, 무기를 써서 표적 맞히기, 주어진 조건에서 적을 처리하기 같은 것들입니다. 하나하나가 몇 분 안에 끝나서, 짧게 켜고 끄기에 잘 맞습니다.
잠입의 기본을 다시 배운다
이 디스크의 진짜 가치는 훈련입니다. 본편에서는 대충 지나쳤던 기본기를 여기서는 반드시 써야 합니다. 경비의 시야 원뿔이 어디까지 닿는지, 벽에 붙어 이동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뛰면 발소리가 얼마나 멀리 가는지를 한 방 한 방 몸으로 익히게 됩니다.
특히 소리에 대한 감각이 늘어납니다. 바닥 재질에 따라 발소리가 다르고, 철판 위를 뛰면 멀리서도 들립니다. 그래서 과제 하나를 여러 번 실패하다 보면, 어느 순간 뛰지 않고 걷는 것만으로 풀리는 배치가 눈에 들어옵니다. 조급함을 버리는 것이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교훈입니다.
무기 과제와 퍼즐 과제
전부 숨어 다니는 것만은 아닙니다. 각 무기를 쓰는 방법을 익히는 과제가 따로 있습니다. 유도 미사일을 조종해 표적을 맞히거나, 제한된 탄으로 여러 목표를 처리하거나, 폭발물을 정해진 위치에 설치하는 식입니다. 본편에서 한 번 쓰고 잊었던 장비의 쓰임새를 여기서 제대로 알게 됩니다.
그리고 순수한 퍼즐에 가까운 과제도 있습니다. 방의 구조와 경비의 순찰 경로가 정해져 있어, 정답에 가까운 경로가 하나뿐인 형태입니다. 이런 과제는 무작정 움직이기보다 우선 구석에 숨어 경비가 도는 주기를 한 바퀴 관찰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순찰 주기를 알고 나면 대부분 간단히 풀립니다.
난이도와 진행 방식
앞쪽 과제는 아주 쉽습니다. 방 하나에 경비 한 명이 서 있는 정도라 몇 초면 끝납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급격히 어려워집니다. 시야가 겹치게 배치된 경비들, 좁아서 숨을 곳이 없는 방, 시간이 빠듯한 조건이 겹치기 시작합니다.
이때 막혔다면 다른 종류의 과제로 넘어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과제들은 대체로 독립되어 있어, 하나에 붙잡혀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다른 과제에서 익힌 요령이 막혔던 과제의 해법이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리고 실패해도 곧바로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부담이 적습니다.
누구를 위한 물건인가
본편을 이미 끝낸 사람에게 가장 잘 맞습니다. 이야기를 다 알고 나서, 이제 순수하게 잠입 자체를 파고들고 싶을 때 꺼내는 물건이거든요. 반대로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왜 숨어야 하는지에 대한 맥락이 전혀 없으니까요.
다만 조작을 익히는 용도로는 오히려 본편보다 낫습니다. 짧은 과제를 반복하며 실패해도 잃는 것이 없으니, 시행착오로 배우기에 이만한 구성이 없습니다. 본편을 시작하기 전에 여기서 손을 풀고 가는 순서도 충분히 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