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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탈 컴뱃 3 (게임보이)

모탈 컴뱃 3 (Mortal Kombat 3 Europe) · 1995 · Accla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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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화면으로 옮겨 온 피의 격투

모탈 컴뱃은 사진처럼 찍어 넣은 배우들의 몸짓과 빨간 피로 오락실을 뒤집어 놓은 게임입니다. 그런데 그 게임을 흑백 두 가지 명암에 손바닥만 한 화면으로 옮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1995년 게임보이용으로 나온 이 이식판이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리한 도전이었고, 그 무리함 자체가 이 판본을 흥미롭게 만듭니다.

원작이 팔던 것은 선명한 색과 큼직한 캐릭터, 그리고 화면을 물들이는 붉은색이었습니다. 게임보이에는 그 셋 중 어느 것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이식판은 캐릭터를 알아볼 수 있게 그려 넣었고, 원작의 기술 입력도 상당 부분 살려 두었습니다. 기기의 한계 안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지 고른 흔적이 화면 곳곳에 보입니다.

모탈 컴뱃 3 (게임보이) 대전격투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1995)

어떤 게임인가

모탈 컴뱃 3(Mortal Kombat 3)는 일대일로 맞붙는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두 명이 마주 서서 상대의 체력을 먼저 바닥내는 쪽이 이기고, 두 판을 먼저 따면 한 대전이 끝납니다. 그런 다음 다음 상대가 올라오고, 이런 식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구성입니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기술 입력 방식에 있습니다. 같은 시기 다른 격투 게임들이 원을 그리듯 레버를 돌리는 입력을 즐겨 쓴 데 비해, 이 쪽은 방향을 끊어서 누르는 입력이 많습니다. 뒤, 앞, 버튼 같은 식입니다. 손에 익으면 오히려 정확하게 나가고, 휴대용 기기의 십자 버튼과도 궁합이 나쁘지 않습니다.

모탈 컴뱃 3 (게임보이) 대전격투 게임 화면 2 - 게임보이 (1995)

작은 화면이 바꿔 놓은 것

게임보이 화면은 대전 격투를 담기에 좁습니다. 두 캐릭터가 화면 안에 다 들어와야 하니 캐릭터가 작아지고, 작아지면 상대가 지금 어떤 자세를 잡았는지 읽기 어려워집니다. 원작에서는 상대의 동작 앞부분을 보고 반응했다면, 여기서는 상대의 습관과 거리를 읽어 미리 움직이는 쪽에 가까워집니다.

등장인물 수도 오락실판보다 줄었고, 배경 연출이나 화면 전환도 간소해졌습니다. 대신 남긴 것들은 확실히 남겼습니다. 각 캐릭터의 대표 기술들, 달리기, 그리고 이 시리즈의 상징인 마무리 연출까지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명암 네 단계로 그것을 표현하려니 연출은 밋밋해졌지만,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볼 수 있습니다.

소리 쪽도 사정은 같습니다. 오락실판의 굵은 목소리와 타격음이 게임보이 음원으로 바뀌면서 전혀 다른 인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얇은 소리로 나오는 기합이 이 판본만의 기억으로 남습니다.

모탈 컴뱃 3 (게임보이) 대전격투 게임 화면 3 - 게임보이 (1995)

이길 수 있는 방법

이식판에서 가장 잘 통하는 것은 기본기입니다. 화려한 연속기를 꿰려다 빈틈을 내주는 것보다, 상대가 다가오는 거리에서 발차기 한 번을 정확히 내는 편이 이깁니다. 화면이 좁아 거리 싸움의 폭도 좁으니, 자기 공격이 닿는 거리를 딱 하나만 외워 두면 그 거리에서만 싸우는 전략이 통합니다.

구석으로 몰리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좁은 화면에서 벽을 등지면 물러날 곳이 없고, 한 번 잡히면 체력이 크게 깎입니다. 위험하다 싶으면 점프로 넘기든 밀어내든 가운데로 돌아오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좋습니다.

사다리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가 이쪽 공격에 빠르게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같은 기술을 반복하면 그때부터 통하지 않으니, 두 가지 정도의 공격 패턴을 번갈아 쓰는 것만으로도 승률이 달라집니다.

그 시절의 자리

1990년대 중반은 오락실 인기작을 휴대용 기기로 옮기는 일이 흔하던 시기였습니다. 화면과 성능이 전혀 다른데도 이식판이 계속 나온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 게임을 밖에서도 하고 싶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완성도보다 그 이름이 먼저 팔리던 시절입니다.

그래서 이 판본을 오락실판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아쉬운 점만 눈에 띕니다. 하지만 손바닥 안에서 그 게임의 흉내라도 낼 수 있다는 것이 당시에는 적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켜 보면 성능이 부족한 기기로 무엇을 어디까지 해냈는지가 오히려 재미있는 감상 지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