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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문

미궁의 문 (Meikyu no Tobira Gate of Labyrinth) · 1987 · Dem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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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너머의 미궁

미궁은 게임에서 오래 쓰인 무대입니다. 넓은 지형을 그리지 않아도 되고, 길을 꼬아 놓는 것만으로 충분히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무엇보다 플레이하는 사람이 스스로 길을 알아내는 과정 자체가 재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미궁의 문(Meikyu no Tobira: Gate of Labyrinth)은 그 무대를 정면으로 다룬 MSX 작품입니다. 문을 지나 미궁으로 들어가고, 그 안에서 길을 찾아 나가는 것이 게임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미궁의 문 어드벤처 게임 화면 1 - MSX (1987)

어떻게 하는 게임인가

미궁 안을 돌아다니며 길을 익히고, 막힌 곳을 여는 방법을 찾아 안쪽으로 나아갑니다. 눈앞의 적을 처리하는 것보다 지형을 파악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이런 게임은 진행 속도가 빠르지 않습니다. 한참 돌아다녀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시간이 있고, 그러다 한 가지를 알아내면 그동안 막혔던 것이 한꺼번에 풀립니다. 이 리듬에 익숙해지는 것이 먼저입니다.

돌아다니는 동안 마주치는 것들을 어떻게 넘길지도 판단해야 합니다. 모두 상대하려 들면 손해가 쌓이므로, 지나칠 수 있는 것은 지나가는 편이 낫습니다.

중요한 것은 되돌아올 길을 확보해 두는 것입니다. 깊이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면 그때까지 알아낸 것이 소용없어집니다.

헤매지 않는 요령

지도를 그리는 것이 첫째입니다. 미궁을 다루는 게임에서 이것을 대신할 방법은 없습니다. 한 칸씩 종이에 옮기며 진행하면 같은 자리를 도는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둘째는 갈림길을 표시해 두는 것입니다. 여러 방향으로 갈라지는 자리를 만나면 어느 쪽을 아직 안 가 봤는지 적어 두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 가 본 것 같은데 실은 한쪽이 통째로 남아 있는 상황이 생깁니다.

셋째는 막힌 곳을 목록으로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지금 못 지나가는 자리를 기록해 두면, 나중에 무언가를 손에 넣었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바로 떠올릴 수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는 것도 요령입니다. 이런 게임은 빨리 가려다 길을 잃으면 오히려 더 오래 걸립니다. 한 구역을 확실히 정리하고 넘어가는 순서가 결국 빠릅니다.

한 번 지나간 길이라도 상황이 달라지면 다시 확인해 볼 만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벽으로 보이던 자리가 무언가를 얻은 뒤에 달리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뎀파는 일본에서 컴퓨터 관련 출판과 소프트웨어를 함께 다루던 회사입니다. 이 시기에는 이렇게 잡지나 출판을 하던 곳이 소프트웨어 사업에 함께 뛰어드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습니다.

1987년의 MSX는 규격이 자리를 잡고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쌓인 시점이었습니다. 초기의 단순한 게임에서 벗어나, 오래 붙잡고 파고들 수 있는 작품이 늘어나던 때입니다. 이런 미궁 탐색형 게임이 나온 것도 그런 흐름 안에서입니다.

담을 수 있는 용량이 적은 기계에서 오래 즐길 게임을 만들려면, 넓게 만드는 것보다 깊게 만드는 편이 유리했습니다. 미궁이라는 무대가 이 시기에 자주 쓰인 데는 그런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지금 해 본다면

안내가 없어서 처음에는 막막합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 주지 않고, 지도도 그려 주지 않습니다.

대신 스스로 알아내는 재미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종이에 지도를 그려 가며 한 칸씩 넓혀 나가는 방식은 요즘 게임에서는 거의 사라진 경험입니다. 그 시절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하다면, 이런 작품을 직접 붙잡아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답입니다. 널리 알려진 게임은 아니지만 그 시기 MSX 소프트웨어의 한 자리를 보여 주는 물건입니다. 미궁을 다룬 게임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지나가 볼 만한 문입니다. 오래된 작품이지만 길을 찾아내는 즐거움만큼은 지금도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