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어 스트라이커
버추어 스트라이커 (Virtua Striker) · 1994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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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곤으로 축구를 그리다
1994년 오락실에서 3D는 아직 신기한 것이었습니다. 격투 게임과 레이싱이 폴리곤으로 넘어가기 시작했지만, 축구를 3D로 만든다는 생각은 흔치 않았습니다. 화면에 스물두 명이 동시에 뛰어야 하고, 공은 계속 굴러야 하고, 시점은 그 흐름을 따라가야 하니 부담이 컸기 때문입니다.
버추어 스트라이커는 그것을 실제로 해냈습니다. 선수들이 입체로 그려지고, 카메라가 공을 따라 움직이며, 골이 들어가면 시점이 바뀌면서 장면을 다시 보여 줍니다. 지금 보면 각진 사람 모양이지만, 그 시절 오락실에서 이 화면은 확실히 다음 세대의 것으로 보였습니다.
세가가 그 무렵 밀고 있던 3D 기판 위에서 돌아간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같은 계열 하드웨어에서 격투와 레이싱이 나오고 있었고, 그 기술을 스포츠에 적용해 본 결과가 이 게임입니다. 한 회사가 만든 기판이 여러 장르로 퍼져 나가는 과정이 그대로 보입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버추어 스트라이커(Virtua Striker)는 국가 대표팀을 골라 토너먼트를 치르는 축구 게임입니다. 한 경기는 짧게 끝나고, 이기면 다음 상대로 넘어가며, 지면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오락실 게임답게 계속 이겨야 계속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조작은 간결합니다. 레버로 선수를 움직이고 버튼 몇 개로 패스와 슛을 합니다. 복잡한 기술을 외울 필요가 없고, 축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설명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락실 스포츠 게임이 지켜야 할 원칙 — 처음 앉은 사람이 5분 안에 재미를 느껴야 한다 — 을 충실히 따릅니다.
대신 가정용 축구 게임처럼 세밀한 전술을 짜는 재미는 적습니다. 이 게임의 목표는 축구를 정밀하게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골이 터지는 장면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 축구보다 경기 속도가 빠르고 득점도 자주 나옵니다.
이기는 요령
처음 하는 사람은 대체로 공을 오래 끕니다. 드리블로 수비를 뚫어 보려다 뺏기고, 역습을 당합니다. 이 게임은 개인기로 여러 명을 제치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으니, 공이 발에 붙어 있는 시간을 줄이는 쪽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요령은 짧은 패스로 상대 수비를 흔든 다음, 열린 순간에 바로 슛하는 것입니다. 오락실 축구 게임은 대체로 슛 판정이 후해서, 어설픈 위치에서도 골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벽한 기회를 기다리기보다 어느 정도 각이 나오면 때리는 편이 결과가 좋습니다.
수비할 때는 무작정 달려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을 뺏으려고 뛰어들면 그 자리가 비고, 그 틈으로 패스가 들어갑니다. 골대 앞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서 있다가, 상대가 무리한 패스를 할 때 끊어내는 쪽이 안전합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
토너먼트 초반은 무난합니다. 문제는 후반 상대들입니다. 강팀으로 갈수록 수비가 촘촘해지고 패스가 빨라져서, 초반에 통하던 방식이 그대로는 안 통합니다. 골이 안 들어가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흐르고, 한 골 뒤진 채 후반을 맞으면 급해집니다.
이럴 때 조급하게 공격에 인원을 몰면 오히려 더 실점합니다. 오락실 축구는 시간이 짧아서 한 골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만, 남은 시간을 계산해 언제부터 밀어붙일지 정하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무리하는 시점을 뒤로 미룰수록 실점 위험이 줄어듭니다.
팀 선택도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팀마다 속도와 힘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어서, 자기 방식에 맞는 팀을 고르면 훨씬 수월합니다. 빠른 팀은 역습이 강하고, 힘이 좋은 팀은 몸싸움에서 공을 지키기 쉽습니다.
오락실 축구 게임의 자리
한국 오락실에서 축구 게임은 늘 애매한 위치였습니다. 격투 게임처럼 실력 차이가 극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슈팅처럼 혼자 파고들 것도 적습니다. 대신 둘이 붙으면 확실히 재미있어서, 친구와 같이 온 사람들이 앉는 자리였습니다.
이 게임은 이후 여러 편의 속편으로 이어지며 세가의 대표 스포츠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후속작들은 그래픽과 조작이 훨씬 다듬어졌지만, 짧게 끊어 치는 경기 흐름과 간결한 조작이라는 기본 방향은 이 첫 작품에서 정해졌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그래픽은 확실히 옛날 것입니다. 그런데 경기 흐름은 여전히 시원합니다. 복잡한 것 없이 공을 몰고 가서 때리면 골이 들어가는 단순함이, 오히려 요즘 축구 게임에 없는 종류의 재미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