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어 파이터 키즈
버추어 파이터 키즈 (Virtua Fighter Kids Juet 960319 v0 000) · 1996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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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만 커진 격투가들
진지한 얼굴로 팔극권을 쓰던 사내가 갑자기 머리가 몸통만 해진 채 화면에 서 있습니다. 목소리는 높아졌고, 이기고 나면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좋아합니다. 그런데 막상 조작해 보면 기술은 원작 그대로라, 겉모습만 보고 얕봤다가 그대로 얻어맞는 일이 흔합니다.
버추어 파이터 키즈(Virtua Fighter Kids)는 3D 대전 격투의 기틀을 세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을 바탕으로, 등장인물을 2등신으로 줄여 다시 만든 외전입니다. 무대와 규칙은 원작과 같고, 링 밖으로 밀려나면 지는 것도 그대로입니다.
겉모습만 바뀐 정통 격투
조작해 보면 금세 알게 됩니다. 손과 발, 방어 세 버튼으로 기술을 조합하는 방식이 그대로이고, 각 캐릭터의 주력기와 잡기도 대부분 남아 있습니다. 팔극권과 무에타이, 유술과 레슬링처럼 실제 무술을 본뜬 동작들이 작은 몸으로도 정확하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원작을 하던 사람은 아무런 위화감 없이 그대로 옮겨 앉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캐릭터가 작아진 만큼 맞는 위치나 거리 감각이 미묘하게 달라져, 익숙한 사람일수록 그 차이를 흥미롭게 여겼습니다.
웃기려고 작정한 연출
진지한 원작과 달리 이쪽은 처음부터 끝까지 장난스럽습니다. 승리 자세는 과장되어 있고, 쓰러질 때도 인형처럼 뒹굽니다. 표정이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어서 큰 기술이 들어갈 때의 얼굴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캐릭터의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을 조금씩 바꿀 수 있는 요소도 들어 있어, 자기가 고른 인물을 자기 취향대로 세워 놓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무겁고 진지하다는 인상이 강했던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문턱을 낮춰 준 부분입니다.
익숙한 명단
등장인물은 원작의 얼굴들이 그대로 나옵니다. 팔극권을 쓰는 청년과 그의 오랜 맞수, 제트 킥을 쓰는 형제, 유술을 쓰는 여성, 프로 레슬러와 어부, 취권을 쓰는 노인까지 익숙한 구성입니다. 작아진 모습으로 보면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아보는 것부터가 놀이가 됩니다.
무술마다 성격이 분명한 것도 원작과 같습니다. 잡기 위주로 붙어야 하는 인물이 있고 거리를 두고 발로 견제하는 인물이 있어서, 상성과 거리 싸움이 그대로 성립합니다. 겉만 가볍게 만들어 놓고 속은 손대지 않았다는 점이 이 작품의 미덕입니다.
외전이 남긴 자리
오락실에서는 원작이 훨씬 많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만난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진지하게 실력을 겨루려는 사람은 원작 쪽에 앉았고, 이쪽은 지나가다 캐릭터가 귀여워서 앉아 보는 자리에 가까웠습니다.
그래도 3D 격투가 어렵고 딱딱하다는 인상을 지우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역할은 확실히 했습니다. 여기서 재미를 붙여 원작으로 넘어간 사람도 있었으니, 외전으로서는 제 몫을 다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