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어 파이터 애니메이션
버추어 파이터 애니메이션 (Virtua Fighter Animation Brazil) · 1997 · Tec T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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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격투를 2D로 되돌리다
버추어 파이터는 폴리곤으로 만든 3차원 격투 게임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그 캐릭터들을 다시 2D 도트로 그려 8비트 기기에 올렸습니다. 순서가 거꾸로 된 셈인데, 결과물을 보면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아키라의 붕권 자세나 재키의 발차기 같은 대표 동작이 도트로 또렷하게 남아 있어서, 원작을 아는 사람은 실루엣만 봐도 누가 누구인지 알아봅니다.
버추어 파이터 애니메이션(Virtua Fighter Animation)은 버추어 파이터의 캐릭터들이 일대일로 맞붙는 2D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같은 이름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바탕으로 캐릭터 디자인을 가져왔고, 조작은 원작의 3버튼 방식 대신 이 기기에 맞춰 단순하게 정리됐습니다. 라운드를 따내 상대를 먼저 두 번 쓰러뜨리면 이깁니다.
3D가 아닌 격투가 되면서
원작 버추어 파이터의 핵심은 거리와 축, 그리고 링 밖으로 밀어내는 링 아웃이었습니다. 2D로 옮기면서 축 개념은 사라졌지만, 링 아웃은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도 상대를 무대 끝으로 밀어붙이는 게 유효한 전략입니다. 체력이 남아 있어도 밖으로 나가면 그 라운드는 끝입니다.
이 규칙 때문에 무대 위 위치가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자기 등 뒤가 얼마나 남았는지 늘 의식해야 하고, 몰렸다 싶으면 점프로 넘어가거나 옆으로 빠져나와 중앙을 되찾아야 합니다. 반대로 상대를 끝까지 몰았을 때는 큰 기술 하나로 승부를 낼 수 있습니다.
가드와 흘리기도 살아 있습니다. 무작정 공격만 하면 반격에 걸리는 구조라, 몇 대 때리고 물러나 상대 반응을 보는 흐름이 안정적입니다. 원작만큼 세밀하지는 않지만 방어의 의미가 확실히 있습니다.
캐릭터 고르기
아키라는 짧은 거리에서 강한 한 방을 넣는 쪽입니다. 붙는 데 성공하면 순식간에 체력을 깎을 수 있지만, 붙기까지가 어렵습니다. 재키와 사라는 발차기 사거리가 길어서 견제로 밀어붙이기 좋고, 초심자가 잡기에도 편합니다.
라우처럼 연타로 몰아붙이는 캐릭터는 한 번 흐름을 잡으면 상대를 무대 끝까지 밀어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울프 같은 잡기형 캐릭터는 한 번의 잡기로 판을 뒤집을 수 있지만, 그 한 번을 잡으려다 계속 얻어맞기 쉽습니다.
처음이라면 사거리가 긴 캐릭터로 시작해 거리 감각부터 익히는 걸 권합니다. 이 게임은 필살기 커맨드보다 어디서 무엇이 닿는지를 아는 쪽이 훨씬 강합니다.
8비트 기기의 대전 격투
마스터시스템은 대전 격투에 유리한 기기가 아니었습니다. 색과 스프라이트에 한계가 있고, 패드 버튼도 두 개뿐입니다. 그런데도 이 게임은 캐릭터를 크게 그리고 동작을 알아보기 쉽게 만들어서, 화면만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헷갈리지 않습니다.
동작 사이 프레임이 넉넉하지 않아서 움직임이 다소 뚝뚝 끊기는데, 오히려 이 때문에 공격이 언제 나오는지 눈으로 세기 쉬운 면이 있습니다. 원작의 부드러운 3D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낯설지만, 이 판만의 타이밍을 익히면 나름의 대전이 성립합니다.
원작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원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게임은 일종의 번역본처럼 보입니다. 어떤 기술을 어떻게 줄였는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포기했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냥 캐릭터가 뚜렷한 8비트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어느 쪽이든 규칙이 단순해서 몇 판이면 붙을 수 있습니다.
혼자 컴퓨터 상대로 올라가는 것도 되지만, 이 게임은 사람 둘이 붙을 때가 훨씬 재미있습니다. 링 아웃이 있다 보니 마지막 순간 위치 싸움에서 승부가 갈리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니, 도트로 다시 그려진 아키라와 사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