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릿
불릿 (Bullet fd1094 317 0041) · 1987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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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리짜리 기계였습니다
오락실에서 조이스틱이 세 개 달린 기계를 본 기억이 있다면, 그건 흔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기판은 두 명이 최대였고, 세 명이 동시에 붙는 기계는 자리를 많이 차지해 업주 입장에서도 부담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세 자리를 고집한 게임들이 있었고, 이 게임이 그중 하나입니다.
세 명이 동시에 붙는다는 것은 단순히 인원이 하나 늘어난다는 뜻이 아닙니다. 화면이 정신없어지고,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고, 아이템을 놓고 다투게 됩니다. 그 어수선함이 문제가 아니라 재미였다는 게 이 시절 오락실의 감각입니다. 옆 사람과 어깨가 닿는 거리에서 같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 게임의 절반이었습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불릿(Bullet)은 캐릭터를 조종해 걸어 다니며 사방의 적을 쏘아 넘기는 슈팅 게임입니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슈팅과 달리 사람이 발로 걸어 다니고, 이동 방향과 총구 방향이 따로 놉니다. 이 방식을 흔히 다방향 슈팅이라고 부릅니다.
조작의 핵심이 여기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걸으면서 왼쪽을 향해 쏠 수 있느냐가 이 장르의 실력을 가릅니다. 뒤에서 쫓아오는 적을 향해 총구를 남겨 둔 채 앞으로 후퇴하는 움직임 말입니다. 처음 잡으면 이게 잘 안 됩니다. 몸이 가는 쪽으로 총도 따라가 버려서, 뒤에서 오는 것에 계속 맞습니다.
한 판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적이 계속 나오고, 그것을 처리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구간 끝에서 큰 적을 만납니다. 아이템을 먹으면 화력이 올라가고, 맞으면 죽습니다. 여기까지가 처음 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전부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장 흔한 실수는 가만히 서서 쏘는 것입니다. 이 장르는 멈추면 죽습니다. 적이 사방에서 오기 때문에 한자리에 있으면 반드시 포위됩니다. 계속 움직이면서, 적이 없는 쪽으로 자리를 옮겨 가며 쏘는 것이 기본입니다.
두 번째는 화면 구석입니다. 벽에 몰리면 도망갈 방향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초보자는 본능적으로 구석으로 도망가는데, 그게 가장 위험한 자리입니다. 되도록 화면 가운데쪽에 머물면서, 어느 쪽으로든 빠질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여럿이 할 때입니다. 셋이 붙으면 서로가 서로의 시야를 가립니다. 내 캐릭터가 어느 것인지 놓치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시작할 때 내 색깔과 자리를 확실히 기억해 두고, 헷갈리면 잠깐 멈춰 서 보는 것이 가장 빠른 확인법입니다. 물론 멈추면 위험하니 아주 잠깐이어야 합니다.
잠긴 기판 이야기
1987년 무렵 세가는 자사 기판에 암호화 장치를 얹기 시작합니다. 기판 안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읽어도 알아볼 수 없게 만들어, 복제 기판이 도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였습니다. 이 시기 세가 게임들이 유독 복제가 어려웠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장치에는 배터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배터리가 다 되면 암호를 푸는 열쇠가 날아가고, 기판은 그대로 죽습니다. 실제로 이 시절 세가 기판 상당수가 그런 식으로 못 쓰게 되었습니다. 복제를 막으려던 장치가 결국 원본까지 지워 버린 셈입니다. 오랫동안 다시 돌아가지 않던 세가 게임이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이고, 그 열쇠들을 하나씩 복원해 낸 것은 훨씬 나중의 일입니다.
이런 사정 탓에 한국 오락실에서는 이 시기 세가 게임을 보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웠습니다. 복제 기판이 널리 돌던 환경에서 복제되지 않는 기판은 그만큼 덜 보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걸어 다니는 슈팅이라는 갈래
걸어 다니며 쏘는 슈팅은 1980년대 중후반 오락실의 한 축이었습니다. 비행기 슈팅이 반사신경과 암기를 요구했다면, 이쪽은 자리를 잡고 각도를 만드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같은 슈팅이라도 몸을 쓰는 감각이 전혀 다릅니다.
이 갈래는 이후 두 갈래로 갈라집니다. 하나는 총구 방향을 완전히 따로 조작하게 만든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옆으로만 진행하며 점프를 넣은 방향입니다. 뒤쪽이 훨씬 크게 성공해서 지금은 그쪽이 이 시대 슈팅의 대표처럼 기억되지만, 사방을 다 신경 써야 하는 이런 게임의 긴장감은 그것대로 따로입니다.
지금 혼자 해 보면 원래 셋이 하도록 만든 게임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적이 나오는 양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많고, 그만큼 빨리 끝납니다. 그래도 몇 분 붙잡아 보면 이 시절 오락실 한 대 앞에 셋이 나란히 서 있던 풍경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