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 오브 파이어 2 일본판
브레스 오브 파이어 II 사명의 아이 (Breath of Fire Ii Shimei no Ko Japan) · 1994 · Capcom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하룻밤 사이에 사라진 가족
어린 류가 눈을 뜨자 아버지도 여동생도 사라져 있고,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마치 처음부터 그런 가족이 없었던 것처럼 세상이 통째로 바뀌어 있습니다. 이 장면 하나로 게임 전체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밝은 색감의 화면과 달리 이야기는 처음부터 서늘합니다.
이후 류는 고아가 되어 자라고, 누명을 쓴 채 세상으로 나섭니다. 종교와 믿음, 잊힌 진실을 다루는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당시 가정용 RPG 중에서도 무게가 상당한 축에 듭니다.
어떤 게임인가
브레스 오브 파이어 2(Breath of Fire II)는 캡콤이 만든 정통 턴제 RPG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세계를 돌아다니고, 적을 만나면 전투 화면으로 넘어가 명령을 입력합니다. 파티는 최대 네 명이 전투에 나서고, 각각 고유한 능력을 지닌 동료들이 이야기를 따라 합류합니다.
주인공 류는 용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상징 같은 능력인데, 변신하면 통상 공격과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을 내지만 소모가 커서 아무 때나 쓸 수 없습니다. 보스전에서 언제 변신할지가 이 게임의 중요한 판단 중 하나입니다.
합체와 마을 만들기
2편에서 새로 들어온 요소 중 눈에 띄는 것이 합체입니다. 특정 인물의 힘을 빌려 동료를 다른 형태로 바꾸는 것인데, 조합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과 능력이 나옵니다. 조합 목록을 하나씩 시험해 보는 것 자체가 즐길 거리입니다.
또 하나는 마을 만들기입니다. 게임 중반부터 자기 거점이 되는 마을을 키울 수 있는데, 세계 곳곳에서 만난 인물들을 데려와 살게 하면 그 인물의 능력에 따라 마을의 시설이 달라집니다. 누구를 데려오느냐로 마을의 모습이 바뀌기 때문에, 사람을 찾아 세계를 돌아다니게 됩니다.
낚시 같은 곁가지 요소도 충실합니다. 곳곳의 낚시터에서 물고기를 낚아 회복 아이템으로 쓸 수 있는데, 이것만 하다가 시간이 지나가는 일도 흔합니다.
전투와 성장
전투는 명령 입력식입니다. 공격과 주문, 방어와 아이템 사용을 고르는 익숙한 구조인데, 동료마다 역할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물리 화력을 담당하는 인물, 회복을 맡는 인물, 상태 이상을 거는 인물이 나뉘어 있어서 상황에 맞게 넷을 골라야 합니다.
성장에는 스승 제도가 있습니다. 세계 곳곳의 스승에게 사사하면 레벨이 오를 때 능력치가 오르는 방식이 바뀝니다. 힘이 잘 오르는 스승, 마법이 잘 오르는 스승이 따로 있어서, 어떤 동료를 어떤 스승에게 붙이느냐로 최종적인 성능이 달라집니다.
난도는 만만치 않은 편입니다. 적의 공격이 매서워서 회복을 게을리하면 금방 무너지고, 보스 앞에서 준비가 부족하면 그대로 전멸합니다. 새 지역에 들어가면 무리하지 말고 몇 번 싸워 보며 적의 세기를 가늠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을 위한 조언
초반이 특히 빠듯합니다. 회복 수단이 적고 돈도 부족해서, 여관을 자주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때는 무리해서 진도를 빼기보다 마을 근처에서 조금 싸워 두는 편이 낫습니다.
합체와 스승 제도는 알아 두면 체감 난도가 크게 달라지는 요소인데, 게임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마을과 세계 곳곳의 인물에게 말을 걸어 보면 실마리가 나오니, 대화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용 변신은 아껴야 합니다. 잡졸전에 쓰면 정작 보스 앞에서 쓸 여력이 없습니다. 반대로 보스전에서는 미루지 말고 초반부터 써서 판을 빨리 끝내는 쪽이 안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캡콤이 만든 RPG
캡콤은 액션과 대전격투로 이름을 알린 회사였습니다. 그런 회사가 정통 RPG를 만들어 시리즈로 이어 갔다는 점 자체가 이 작품의 특별한 자리입니다. 캐릭터 그림과 전투 연출에서 액션 게임을 만들던 감각이 느껴지고, 용으로 변신할 때의 연출은 특히 공을 들였습니다.
음악도 오래 회자됩니다. 마을과 전투, 그리고 이야기가 크게 움직이는 장면마다 분위기가 뚜렷한 곡이 붙어 있어서, 곡만 들어도 어느 장면인지 떠오릅니다.
국내에서는 슈퍼패미컴 RPG를 즐기던 사람들 사이에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방대한 볼륨과 무거운 이야기 덕분에, 한 번 시작하면 오래 붙잡게 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