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오닉스
블랙 오닉스 (Black Onyx 1 the) · 1985 · ASC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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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RPG를 알린 작품
지금은 RPG가 워낙 흔한 장르라 새삼스럽지만, 어느 나라에나 그것을 처음 접한 시기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그 자리에 놓이는 것이 블랙 오닉스입니다. 서양에서 만들어지던 던전 탐색형 RPG의 방식을 일본 컴퓨터 사용자에게 본격적으로 소개한 작품으로, 이후 일본에서 쏟아져 나온 RPG들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이야기됩니다.
블랙 오닉스(The Black Onyx)는 여러 기종으로 나왔고 이 판은 MSX용입니다. 검은 보석을 찾아 탑을 오르는 것이 목표이고, 그 과정이 곧 게임 전체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먼저 자기가 데리고 다닐 인물들을 만듭니다. 이름을 붙이고 능력치를 정해 여러 명으로 무리를 꾸린 다음, 그들을 이끌고 던전으로 들어갑니다.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라, 누가 앞에 서고 누가 뒤에 설지도 신경 써야 합니다.
던전 안은 일인칭 시점으로 보입니다. 눈앞에 벽과 통로가 그려지고, 앞으로 가거나 방향을 틀면서 길을 찾아 나갑니다. 지금처럼 화면에 지도가 그려지지 않기 때문에, 종이에 직접 그려 가며 하는 것이 당시의 정석이었습니다.
돌아다니다 적을 만나면 싸웁니다. 싸움에서 이기면 경험이 쌓이고 돈이 생기며, 그것으로 장비를 사서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갑니다. 이 되풀이가 RPG라는 장르의 기본 뼈대이고, 이 작품이 일본에 보여 준 것이 바로 그 뼈대였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큰 벽은 지도입니다. 화면만 보고 있으면 방금 지나온 곳과 지금 있는 곳을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종이를 옆에 두고 한 칸씩 그려 가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그렇게 그린 지도가 쌓이는 것 자체가 이런 게임의 재미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무리해서 깊이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아래층으로 갈수록 나오는 적이 세지는데,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내려가면 전멸합니다. 지금 있는 층에서 충분히 싸워 힘을 키우고, 장비를 갖춘 다음에 내려가는 것이 순서입니다.
무리를 어떻게 꾸리느냐도 중요합니다. 앞에 선 인물이 주로 맞기 때문에 튼튼한 쪽을 앞에 두고, 약한 쪽을 뒤에 세우는 것이 기본입니다. 처음 인물을 만들 때 이 점을 생각해 두면 나중이 훨씬 수월합니다.
돈을 어디에 쓸지도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 초반에는 가진 것이 적어서 무엇이든 사고 싶어지지만, 방어구를 먼저 갖추는 편이 오래 버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공격이 약하면 싸움이 길어질 뿐이지만, 방어가 약하면 싸움 한 번에 무리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의 컴퓨터 게임
1980년대 중반 가정용 컴퓨터에서 RPG를 한다는 것은 지금과 전혀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불러오는 데 시간이 걸렸고, 저장할 수 있는 횟수도 제한이 있었으며, 화면은 선으로 그린 통로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붙잡고 있었던 이유는 그 안에 자기가 만든 인물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상업적으로도 성공했고, 그 결과 여러 회사가 RPG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몇 해 지나지 않아 일본식 RPG라 불리는 흐름이 자리를 잡는데, 그 앞자리에 이 게임이 놓여 있습니다.
지금 해 본다면
요즘 게임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가라는 안내가 없고, 지도도 없으며, 죽으면 잃는 것이 많습니다.
그 대신 스스로 알아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한 층씩 지도를 채워 나가고, 이번에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가늠하며 내려가는 흐름은 지금 해도 그대로 통합니다. 국내에서 MSX를 쓰던 사람들 중에도 이 계열의 게임을 통해 RPG를 처음 접한 경우가 있어서, 장르의 출발점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볼 만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