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샬롬: 나이트메어 III (Shalom) · 1987 · Konami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평범한 일본 고등학생이 어느 날 갑자기 고대 그리스풍 왕국으로 끌려갑니다.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눈앞에는 말이 통하는지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서 있습니다. 액션 게임으로 시작해 액션 RPG로 넘어왔던 시리즈가 마지막에 와서는 아예 칼을 내려놓고 대화 창을 띄우는 이 전개는,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당황스럽고 끝까지 따라간 사람에게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샬롬(Shalom)은 코나미가 1987년 연말에 MSX로 내놓은 나이트메어 3부작의 완결편입니다. 앞선 두 편이 위에서 아래로 쏘아 올리는 슈팅형 액션이었고 그다음이 성 안을 헤매는 탐색형 액션이었다면, 이 작품은 마을과 인물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어드벤처 쪽으로 무게추를 완전히 옮겼습니다. 전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을 앞으로 밀고 나가는 힘은 칼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한 판의 흐름은 명령을 골라 상황을 살피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 시절 일본산 어드벤처가 대개 그랬듯 화면 한쪽에 행동 목록이 뜨고 거기서 하나를 골라 진행합니다. 어디를 조사할지, 누구에게 무엇을 물을지가 사실상 퍼즐의 전부입니다.
이야기의 목표는 고대의 마왕이 다시 깨어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방인이라 왕국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무엇이 급한지조차 파악하지 못합니다. 그 무지에서 출발해 조각을 하나씩 모아가는 구조라서, 초반에는 헤매는 시간이 길고 중반을 넘기면 갑자기 길이 뚫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전투는 별도의 장면으로 들어가 진행됩니다. 액션이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어서 적과 보스를 상대하는 대목이 남아 있지만, 이 게임에서 이기고 지는 것을 가르는 것은 반사신경보다 그 앞에서 무엇을 준비해 두었느냐입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이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걸리는 곳은 언어입니다. 원본은 전부 일본어이고, 그것도 힌트가 대사 안에 흘러가듯 섞여 있는 형태라 뜻을 놓치면 다음에 갈 곳을 알 수 없습니다. 나중에 유지 팬들의 손으로 영어 번역이 나왔지만, 당시에 이 카트리지를 손에 넣은 국내 사용자에게는 그런 것이 있을 리 없었습니다.
요령이라면 만난 사람과 들른 곳을 종이에 적어두는 것입니다. 같은 인물에게 두 번 세 번 말을 걸면 다른 대사가 나오는 경우가 있고, 특정 사건이 지나간 뒤에 다시 찾아가야 이야기가 이어지는 구간도 있습니다. 한 번 훑고 지나간 마을을 다시 도는 습관을 들이면 막히는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조사할 수 있는 대상은 성실하게 다 눌러보는 편이 좋습니다. 명령 목록에서 하나씩 다 시도해 보는 것은 무식해 보이지만, 이 시기 어드벤처에서는 그것이 정공법에 가깝습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나이트메어 시리즈는 한 편 한 편이 장르를 갈아치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세로로 스크롤하며 쏘는 첫 편, 성과 지하를 오가며 두 주인공을 번갈아 쓰는 두 번째 편, 그리고 대화로 굴러가는 이 세 번째 편이 한 줄에 놓여 있습니다. 같은 세계와 같은 인물 계보를 공유하면서도 손에 잡히는 감각은 매번 다릅니다.
그래서 평가도 갈립니다. 앞의 두 편에서 기대한 액션을 찾아온 사람에게는 맥이 빠지는 물건이고, 이야기와 분위기를 보러 온 사람에게는 코나미 MSX 라인업 중에서도 독특한 축에 듭니다. 발매 당시에도 반응이 한쪽으로 모이지 않았고, 지금 돌아봐도 그 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코나미의 MSX 시절
이 무렵 코나미의 MSX 부서는 카트리지 용량을 키운 이른바 메가롬을 앞세워 가정용 기기에서 오락실에 가까운 볼거리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라디우스 계열의 슈팅과 탐색형 액션이 연달아 나오면서, MSX를 가진 집에서 코나미 로고는 일종의 품질 보증처럼 통했습니다.
이 작품도 그 흐름 위에 있습니다. 다만 방향이 액션의 화려함이 아니라 이야기 쪽으로 뻗었을 뿐입니다. 작은 인원이 반년 남짓 붙어 만든 규모의 물건이고, 그 한계와 실험성이 동시에 보입니다.
국내에서는 MSX 자체가 학원과 몇몇 가정에 한정적으로 보급되던 시기라, 이 게임을 실제로 끝까지 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카트리지를 구해도 일본어 벽에 막혀 초반만 만지다 덮어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 사정 때문에 오히려 이름만 아는 전설처럼 남은 구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