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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록 3D

서브록 3D (Subroc 3d) · 1982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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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에 들어온 입체 화면

1982년 오락실에 잠망경처럼 생긴 통이 달린 기계가 들어왔습니다. 화면을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얼굴을 통에 대고 안을 들여다봐야 하는 기계였습니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적기가 화면 안쪽에서 이쪽으로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입체 영상이라는 말이 생소하던 시절에 오락실 한복판에서 그 경험을 팔았다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이야깃거리입니다.

원리는 지금 보면 대단히 기계적입니다. 화면에 왼쪽 눈용과 오른쪽 눈용 그림을 번갈아 띄우고, 그 앞에서 회전하는 부품이 눈마다 다른 쪽 그림만 보이도록 걸러 줍니다. 두 눈에 서로 다른 그림이 들어가면 뇌가 그것을 깊이로 읽습니다. 요즘 입체 영상이 쓰는 발상과 근본은 같은데, 그걸 전자 부품이 아니라 돌아가는 기계 장치로 해냈다는 점이 1982년다운 부분입니다.

서브록 3D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2)

어떤 게임인가

서브록 3D(Subroc-3D)는 세가가 1982년에 내놓은 오락실용 슈팅 게임입니다. 화면을 옆에서 보는 방식이 아니라 조종석에서 앞을 내다보는 시점이고, 적이 화면 안쪽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다가옵니다. 플레이어는 조준점을 움직여 다가오는 표적을 맞히고, 맞히지 못한 것이 가까이 붙으면 피해를 입습니다.

조작은 조준과 발사가 중심입니다. 목표물의 위치를 잡고 쏘는 단순한 구조인데, 표적이 평면 위가 아니라 앞뒤로 놓여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거리가 멀 때는 작고 느리게 보이던 것이 가까워지면서 순식간에 커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긴장은 좌우가 아니라 앞뒤에서 옵니다.

서브록 3D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2)

앞뒤로 밀려오는 압박

일반적인 슈팅 게임이라면 화면 안에 있는 적의 위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그게 어렵습니다. 멀리 있는 점 같은 것과 코앞까지 온 덩어리가 같은 화면에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것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게 곧 실력이 됩니다.

정답은 대체로 가까운 것부터입니다. 멀리 있는 표적은 점수로 보이고 가까운 표적은 위협으로 보이는데, 점수를 먼저 챙기려다 코앞의 것을 놓치면 그대로 손해를 봅니다. 먼 것은 조금 기다리면 어차피 다가옵니다. 그 순서를 몸에 붙이면 버티는 시간이 눈에 띄게 길어집니다.

입체 화면은 이 판단을 돕기도 하고 방해하기도 합니다. 거리감이 생생하니 위험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반면, 익숙해지기 전에는 눈이 쉽게 피로해집니다. 잠망경에 얼굴을 붙이고 오래 하다 보면 눈이 뻑뻑해진다는 이야기가 이 기계에 늘 따라다녔습니다.

서브록 3D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2)

처음 앉은 사람이 할 일

첫 판은 거의 무조건 짧게 끝납니다. 시점 자체가 낯설어서, 적이 어디쯤 있는지 감을 잡기 전에 판이 끝나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첫 한두 판은 점수를 버리고 거리감만 익히는 데 쓰는 편이 낫습니다. 작게 보이는 것은 아직 시간이 있고, 커지기 시작한 것은 지금 쏴야 한다는 감만 붙으면 그다음부터가 게임입니다.

조준을 크게 휘두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화면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조준점을 던지듯 옮기면 그 사이에 들어온 표적을 전부 놓칩니다. 가운데를 기준으로 조금씩 움직이면서 들어오는 것들을 차례로 걷어내는 편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이 기계가 남긴 것

세가는 이 무렵 오락실 기계를 하나의 놀이 기구처럼 만드는 데 공을 들이던 회사였습니다. 앉는 자리를 따로 만들고, 움직이는 부품을 달고, 화면 보는 방식까지 바꿨습니다. 집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것을 오락실에 두겠다는 생각이었고, 이 게임의 잠망경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제목보다 기계로 기억됩니다. 게임 내용만 놓고 보면 그 시절 슈팅 게임의 문법을 따르지만, 그것을 입체로 보여 주려고 기계 전체를 새로 짰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이런 특수 기계를 들이는 곳이 많지 않았던 터라 직접 봤다는 사람이 드뭅니다. 지금 화면으로 만나면 그 잠망경의 감각까지 그대로 옮겨지지는 않지만, 앞뒤로 밀려오는 적을 상대하는 그 독특한 긴장은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