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닉 카오스
소닉 카오스 (Sonic Chaos Europe) · 1993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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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비트로도 이만큼 달릴 수 있습니다
소닉 시리즈를 8비트 기기로 옮기는 일은 애초에 무리한 시도였습니다. 화면 전체가 빠르게 흐르고 언덕과 고리를 타고 돌아야 하는데, 그건 성능이 넉넉한 기기에서나 가능한 그림이었습니다. 그래서 초기 8비트 소닉들은 속도를 상당히 포기하고 플랫폼 게임 쪽으로 무게를 옮겨야 했습니다.
이 작품은 그 한계를 꽤 밀어냈습니다. 언덕을 타고 내려가면 화면이 시원하게 흐르고, 고리를 도는 구간도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8비트 소닉 중에서 가장 소닉답게 달린다는 평을 듣는 이유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소닉 카오스(Sonic Chaos)는 소닉을 조종해 오른쪽으로 달려 나가는 플랫폼 액션 게임입니다. 링을 모으고 적을 밟아 없애며 스테이지 끝까지 가면 그 판이 끝나고, 몇 판마다 보스가 나옵니다. 링을 갖고 있으면 맞아도 죽지 않고 링만 흩어지는 규칙이 그대로입니다.
조작은 이동과 점프, 그리고 앉은 채 버튼을 눌러 몸을 말고 튀어 나가는 동작입니다. 이 동작은 제자리에서 가속을 붙여 단번에 튀어 나가는 것이라, 오르막 앞이나 좁은 통로 앞에서 쓰면 막힘없이 지나갈 수 있습니다.
소닉과 테일즈
캐릭터는 소닉과 테일즈 중에서 고릅니다. 소닉은 빠르고 조작이 익숙하며, 특유의 순간 가속 동작을 씁니다.
테일즈는 날 수 있습니다. 점프한 뒤 버튼을 연달아 누르면 꼬리를 돌려 하늘로 떠오릅니다. 이게 이 게임의 균형을 상당히 바꿔 놓습니다. 어려운 발판 구간을 통째로 건너뛸 수 있고, 아래로 떨어져도 다시 올라올 수 있습니다. 플랫폼 액션에 서툰 사람이라면 테일즈로 시작하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대신 테일즈는 소닉보다 느립니다. 그래서 두 캐릭터로 하는 경험이 꽤 다릅니다. 소닉으로는 속도를 즐기며 지형을 타고 흐르게 되고, 테일즈로는 안전하게 구석구석 뒤지며 숨은 곳을 찾게 됩니다. 한 게임을 두 가지 방식으로 하는 셈입니다.
링과 특수 스테이지
이 작품에서 링은 단순한 점수나 보호막이 아닙니다. 스테이지를 끝낼 때 링을 일정 수 이상 갖고 있으면 특수 스테이지로 들어갈 기회가 생깁니다. 거기서 목표를 달성하면 보석을 하나 얻습니다.
보석을 전부 모으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기 때문에, 링을 모으는 일에 실질적인 이유가 생깁니다. 그냥 빨리 달려 끝내는 것과, 곳곳을 뒤져 링을 챙기며 가는 것이 서로 다른 목표가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두 번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속도로 밀어붙여 끝까지 가 보고, 두 번째에는 링을 챙기며 천천히 돌게 됩니다. 두 번째 진행에서 처음에 못 본 통로와 숨은 공간을 발견하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곳
첫 번째는 속도와 시야의 관계입니다. 빠르게 달리면 앞에 뭐가 있는지 볼 시간이 없습니다. 처음 보는 스테이지에서 전속력으로 달리다 함정이나 적에게 그대로 부딪히는 일이 잦습니다. 처음 한 바퀴는 천천히 돌며 지형을 익히고, 익숙해진 뒤에 속도를 올리는 순서가 맞습니다.
두 번째는 링을 잃었을 때의 대처입니다. 맞으면 링이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곧 사라지므로 서둘러 주워야 합니다. 그런데 급하게 링을 쫓다가 적에게 다시 맞는 일이 흔합니다. 주변에 적이 남아 있다면 링 몇 개를 포기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는 판단이 더 낫습니다.
세 번째는 몸을 말고 튀어 나가는 동작의 오용입니다. 이 동작은 한 번 튀어 나가면 방향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앞에 구덩이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쓰면 그대로 떨어집니다. 평지에서 거리를 벌릴 때나 오르막을 오를 때만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8비트 소닉 중에서
마스터시스템과 그 휴대용 형제 기기에는 소닉 작품이 여러 편 나왔습니다. 그중 이 작품은 완성도 면에서 가장 자주 이름이 오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시리즈의 핵심인 속도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화면이 무너지지 않고, 테일즈의 비행 덕분에 난이도가 사람을 가려 받지 않습니다.
색도 밝고 배경이 여러 겹으로 그려져 있어서 8비트치고 화면이 넉넉해 보입니다. 곡도 경쾌해서 달리는 감각과 잘 맞습니다.
소닉 시리즈를 해 보고 싶은데 어디부터 잡을지 모르겠다면, 8비트 쪽에서는 이 작품이 무난한 출발점입니다. 규칙이 단순하고 진입 장벽이 낮으면서, 시리즈가 무엇을 재미로 삼는 게임인지는 확실하게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