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챔피언십
스노보드 챔피언십 (Snow Board Championship Version 2 1) · 1997 · Gael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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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오락실 레이싱이라면 대개 3D 폴리곤으로 만든 커다란 체감형 기계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그 흐름 한가운데에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화면으로 스노보드를 태웁니다. 낡아 보일 것 같지만 실제로 앉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화면이 빠르게 흘러가고 커브가 연달아 나오는데, 시점이 단순한 만큼 반응이 곧바로 결과로 이어져 오히려 손맛이 분명합니다.
스노보드 챔피언십(Snow Board Championship)은 눈 덮인 코스를 내려가며 시간을 다투는 레이싱입니다. 보드는 알아서 앞으로 나아가고, 플레이어가 할 일은 다가오는 커브와 장애물에 맞춰 방향을 트는 겁니다. 화면에 표시되는 화살표가 다음 구간이 어느 쪽으로 꺾이는지 미리 알려 주는데, 이 신호를 얼마나 빨리 읽느냐가 그대로 기록이 됩니다.
한 판의 구조
코스 하나는 두 단계로 되어 있습니다. 먼저 예선 격의 주행이 있고, 제한 시간 안에 완주해야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통과하면 본 경기가 이어집니다. 그래서 한 코스를 두 번 타게 되는 셈인데, 첫 주행에서 지형을 외우고 두 번째에 제대로 붙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모드는 입문용과 챔피언십으로 나뉩니다. 처음이라면 입문 쪽에서 코스를 익히는 게 낫습니다. 챔피언십은 시간이 빡빡해서, 코스를 모르는 상태로 들어가면 커브 하나 놓치는 것만으로 제한 시간이 무너집니다.
조작과 속도 관리
조작은 단순합니다. 좌우로 방향을 잡고, 버튼 하나로 속도를 붙입니다. 이 버튼이 중요한데, 장애물에 부딪히거나 커브에서 밀려 속도가 떨어졌을 때 다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잘 타는 사람과 못 타는 사람의 차이가 여기서 크게 벌어집니다. 초보자는 부딪힌 뒤 그냥 흘려보내지만, 익숙해지면 부딪힌 직후 곧바로 속도를 회복하는 습관이 붙습니다.
방향 조작은 미리 꺾는 것이 요령입니다. 화살표를 보고 나서 꺾으면 이미 늦습니다. 보드가 방향을 바꾸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신호를 본 순간 반 박자 먼저 기울여 놓아야 커브 안쪽을 깔끔하게 지나갑니다. 이 감각만 잡히면 기록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캐릭터와 코스
선택할 수 있는 라이더는 셋이고, 각각 다른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로 나옵니다. 성능 차이는 극단적이지 않아서, 어느 쪽을 골라도 코스를 못 넘기는 일은 없습니다. 몇 판 해 보고 손에 맞는 쪽을 고르면 충분합니다.
코스는 여러 개가 준비되어 있고, 그냥 내려가기만 하는 구간 말고도 점프대나 반원형 구조물 같은 요소가 섞인 곳이 있습니다. 이런 곳은 선택적인 요소라 반드시 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지나가면 추가 점수가 붙습니다.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 노려 볼 만합니다.
2인 플레이
두 명이 붙을 수는 있지만, 화면을 나눠 나란히 달리는 방식은 아닙니다. 번갈아 타면서 기록을 비교하는 구조입니다. 요즘 감각으로는 아쉬운 방식인데, 대신 상대가 어디서 실수하는지 지켜볼 수 있어서 옆에서 보는 재미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커브에서 밀려나는 걸 보며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그림이 이 게임의 2인 플레이입니다.
만든 곳에 관하여
갈레코는 스페인의 아케이드 제작사입니다. 일본과 미국 회사가 대부분을 차지하던 오락실 시장에서 유럽 회사가 꾸준히 기판을 내놓았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레이싱 계열에서 특히 이름을 남겼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주행 게임을 여러 편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도 그 계보 위에 있어서, 조작 감각이 같은 회사의 랠리 게임들과 닮았습니다.
유럽에서는 이 회사 기판이 제법 널리 깔렸지만, 국내 오락실에서는 흔한 편이 아니었습니다. 일본 대형 제작사 기판이 워낙 강했던 데다, 유럽 물건은 유통 경로 자체가 좁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실제 기계로 만나 본 사람은 많지 않고, 대개는 한참 뒤에 이름을 알게 됩니다.
지금 해 보면
조작이 단순해서 붙잡자마자 무슨 게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커브를 몇 번 놓치고 나면 화살표 읽는 법이 감이 오고, 그때부터 기록을 깎는 재미로 넘어갑니다. 한 판이 짧아 부담 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이런 종류의 게임에서는 큰 장점입니다. 3D 레이싱의 무게감 대신, 반응 속도만으로 승부하는 담백한 재미를 찾는다면 잘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