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오어 다이
스케이트 오어 다이 (Skate Or Die Europe) · 1988 · Konami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스케이트보드가 게임이 되던 시절
1980년대 후반은 스케이트보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던 때였습니다. 그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온 게임이 이 작품입니다. 시작 화면에서 스케이트 가게 주인이 나와 종목을 안내하고, 뒤로는 그 시절 특유의 거친 록 음악이 깔립니다. 게임을 켜는 순간부터 이건 스포츠 게임이라기보다 놀이터에 온 느낌에 가깝습니다.
종목마다 요구하는 게 완전히 달라서, 하나에 익숙해졌다고 다음 종목이 쉬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럿이 모여 번갈아 가며 종목을 골라 겨루기에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스케이트 오어 다이(Skate or Die)는 여러 스케이트보드 종목을 모아 놓은 스포츠 게임입니다. 하프파이프에서 기술 점수를 겨루는 종목, 높이 뛰어오르는 하이 점프, 장애물이 놓인 언덕을 내려오는 다운힐 계열 종목, 그리고 상대와 몸싸움을 벌이며 내려오는 대결 종목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종목을 하나씩 연습할 수도 있고, 전 종목을 이어서 겨루는 방식으로 즐길 수도 있습니다. 여러 명이 이름을 등록해 번갈아 도전하는 구성이라 함께 하기에 잘 맞습니다.
종목마다 다른 감각
하프파이프는 이 게임의 얼굴입니다. 화면 안쪽으로 파인 반원형 구조물에서 좌우로 오가며 속도를 붙이고, 가장자리에서 튀어 오르는 순간 방향키와 버튼을 조합해 기술을 겁니다. 성공하면 점수가 붙고, 착지에 실패하면 넘어집니다. 속도를 얼마나 잘 붙였는지, 어느 타이밍에 기술을 넣었는지가 그대로 결과로 나옵니다.
다운힐 계열은 완전히 다릅니다. 좁은 코스를 빠르게 내려오면서 장애물을 피하고, 지름길을 찾아 시간을 줄이는 종목입니다. 여기서는 기술보다 코스 암기가 중요합니다. 어디에 구멍이 있고 어디로 뛰어야 하는지 몸이 기억할 때까지 반복하게 됩니다.
대결 종목은 가장 시끄럽고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상대와 나란히 내려오면서 밀치거나 때려서 넘어뜨릴 수 있고, 코스 곳곳의 장애물로 상대를 몰아넣을 수도 있습니다. 스포츠라기보다 싸움에 가까운 종목인데, 함께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종목만 계속 하게 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첫 관문은 하프파이프의 속도 붙이기입니다. 그냥 좌우로 움직인다고 높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경사면을 내려갈 때 웅크렸다가 올라갈 때 펴는 식으로, 리듬에 맞춰 방향키를 조작해야 조금씩 높이가 붙습니다. 처음에는 기술을 걸 생각을 접고 높이 올라가는 것만 연습하는 편이 빠릅니다.
착지도 초심자가 자주 실패하는 부분입니다. 공중에서 기술을 걸었으면 착지 전에 보드를 다시 바닥과 나란히 맞춰 줘야 합니다. 이걸 놓치면 아무리 화려한 기술을 걸어도 점수를 못 받고 그대로 넘어집니다.
다운힐에서는 욕심이 화를 부릅니다. 지름길로 보이는 갈림길이 실제로는 장애물 밭인 경우가 있으니, 처음 몇 판은 안전한 길로 완주해 코스 구조를 익힌 다음에 지름길을 시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시절의 인상
이 작품은 원래 컴퓨터용으로 나온 게임을 패미컴에 옮겨 온 것입니다. 코나미가 패미컴판을 맡으면서 조작을 가정용 패드에 맞게 다듬었고, 음악도 패미컴 음원에 맞춰 새로 정리했습니다. 종목 선택 화면의 배경 그림이나 캐릭터 표정 하나하나에 그 시절 서양 게임 특유의 만화적인 과장이 배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축구나 야구 게임만큼 널리 퍼지지는 않았습니다. 스케이트보드라는 소재 자체가 낯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 번 잡아 본 사람들은 하프파이프에서 높이 튀어 오르던 감각과, 친구와 서로 밀치며 언덕을 굴러 내려오던 장면을 오래 기억합니다.
함께할 때 살아나는 게임
혼자 기록을 세우는 재미도 있지만, 이 게임의 진가는 사람이 여럿일 때 나옵니다. 종목마다 잘하는 사람이 갈리기 때문에 한 사람이 전 종목을 휩쓸기가 어렵고, 하프파이프에서 밀린 사람이 대결 종목에서 뒤집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특히 서로 밀치는 종목은 조작이 단순해서 처음 잡은 사람도 곧바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규칙을 설명할 필요 없이 화면만 보고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구성이라, 여럿이 둘러앉아 순서를 기다리며 웃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스포츠 게임이면서도 경기보다 놀이에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