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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 제로 3

스트리트 파이터 제로 3 (Street Fighter Alpha 3) · 1999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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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명이 넘는 선택 화면

캐릭터 선택 화면이 화면을 꽉 채웠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의 얼굴들, 제로 시리즈에서 새로 만든 캐릭터들, 파이널 파이트에서 건너온 인물들까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대전격투를 몇 년 해 온 사람도 이 선택 화면 앞에서는 한참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 게임이 스파 제로 3(Street Fighter Alpha 3)입니다. 1998년 캡콤이 내놓은 제로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정규작이고, 여기 실린 것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옮긴 판입니다. 이 이식판은 오히려 오락실판보다 캐릭터가 더 늘어난 것으로 유명합니다.

스파 제로 3 대전격투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9)

이즘, 싸우는 방식을 고른다

이 게임의 핵심은 캐릭터를 고른 다음 한 번 더 고르는 이즘입니다. 세 가지가 있습니다. X 이즘은 게이지를 한 칸만 쌓는 대신 그 한 방이 아주 셉니다.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2 X의 감각에 가깝습니다.

A 이즘은 게이지를 세 칸까지 쌓고 필요할 때 나눠 쓰는 방식으로, 제로 2의 표준에 해당합니다. V 이즘은 오리지널 콤보를 씁니다. 게이지를 소모하면 잔상이 생기면서 잠시 동안 기술을 마음대로 이어 붙일 수 있어, 자기만의 연속기를 만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같은 캐릭터라도 이즘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됩니다. 이 선택 하나로 캐릭터 수가 사실상 세 배가 된 셈이라, 파고들 여지가 대단히 넓었습니다.

모여든 얼굴들

류, 켄, 춘리, 사가트, 베가는 물론이고 제로 시리즈가 만들어 낸 캐릭터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쿠라, 로즈, 카린, R.미카, 코디, 가이, 소돔, 아돈, 진 세이버, 벌록 같은 이름들이 나옵니다. 파이널 파이트 출신 인물들이 이쪽 세계관으로 정식 합류한 것도 이 시리즈를 통해서입니다.

이야기 면에서도 정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 이전 시점을 다루면서, 베가의 사이코 파워와 사가트가 상처를 안고 다니는 이유, 류가 살의의 파동과 맞서는 대목이 캐릭터마다 다른 결말로 풀립니다. 캐릭터를 하나씩 깨면서 이야기를 모으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판의 덤

이 이식판에는 오락실에 없던 캐릭터가 여럿 추가됐습니다. 그리고 월드 투어라는 모드가 들어 있는데, 자기 캐릭터를 여러 상대와 싸우게 하면서 경험치를 쌓고 능력을 조정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대전만 반복하던 대전격투에 성장 요소를 얹은 시도였고, 혼자 오래 붙잡고 있기에 좋았습니다.

용량 문제로 로딩이 있고 애니메이션이 다소 줄었지만, 대신 모드와 캐릭터가 늘어나서 가정용으로서의 값어치는 오히려 더 컸습니다. 당시 이 판을 붙잡고 월드 투어를 끝까지 돌린 사람도 많았습니다.

지금 해 볼 때

처음이라면 류나 켄으로 A 이즘을 골라 보는 게 무난합니다. 게이지 운용이 익숙한 형태고, 파동권과 승룡권만으로도 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손이 붙은 다음에 V 이즘으로 넘어가 오리지널 콤보를 실험해 보면 이 게임의 진짜 폭이 보입니다.

제로 시리즈는 스트리트 파이터 2보다 속도가 빠르고 공중 공방이 잦습니다. 앉아서 견제만 하기보다 대시로 거리를 좁혔다 벌리는 움직임을 익히면 훨씬 재미있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