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 제로 3 (GBA)
스트리트 파이터 알파 3 (Street Fighter Alpha 3 U Independent) · 2002 · Capcom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작은 화면에 통째로 들어간 대전 격투
휴대용 기기로 나온 격투 게임은 대개 어딘가를 덜어낸 채 나옵니다. 캐릭터를 줄이거나, 배경을 단순하게 만들거나, 연출을 생략합니다. 화면도 작고 버튼도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그런데 이 이식판은 그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릅니다. 원작의 방대한 캐릭터 목록을 거의 그대로 싣고, 모드까지 얹어서 나왔습니다.
처음 켜서 캐릭터 선택 화면을 보면 그 밀도에 먼저 놀라게 됩니다. 작은 칸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그 하나하나가 원작에서 쓰던 기술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오락실 기판의 내용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어떤 게임인가
스파 제로 3(Street Fighter Alpha 3)은 캡콤의 대전 격투 시리즈 가운데 알파 계열의 마지막 정식 작품이며, 이 판본은 그것을 휴대용 기기로 옮긴 이식판입니다. 두 캐릭터가 좌우로 마주 서서 체력을 깎아 상대를 쓰러뜨리는, 시리즈 전통의 2대전 구조를 그대로 따릅니다.
조작은 방향키로 이동과 방어를 하고, 공격 버튼으로 약중강을 나눠 씁니다. 커맨드를 입력해 필살기를 쓰고, 게이지를 모아 강력한 초필살기를 터뜨리는 흐름도 원작과 같습니다. 휴대용 기기는 버튼 수가 적어서, 원래 여섯 개로 나뉘던 공격을 조합 입력으로 대신하는 방식이 들어갔습니다.
이즘이라는 선택
이 작품을 다른 격투 게임과 구분 짓는 핵심은 이즘입니다. 캐릭터를 고른 뒤에 싸우는 방식을 한 번 더 고르게 되어 있고, 무엇을 고르느냐에 따라 같은 캐릭터가 전혀 다른 성격을 갖습니다. 게이지를 나눠 쌓아 여러 번 쓰는 쪽, 한 줄로 길게 쌓아 큰 한 방을 노리는 쪽, 게이지를 태워 공격을 자유롭게 잇는 쪽으로 갈립니다.
그래서 캐릭터를 고르는 것만큼이나 이즘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캐릭터로도 초필살기를 자주 던지며 압박하는 운영과, 한 번의 기회에 모든 것을 거는 운영이 갈립니다. 시리즈에서 캐릭터 수가 많기로 손꼽히는 작품인데 여기에 이즘까지 곱해지니, 조합의 폭이 대단히 넓어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게이지가 여러 칸으로 나뉘는 쪽을 권할 만합니다. 게이지가 빨리 차고 자주 쓸 수 있어서, 초필살기를 어떤 상황에서 넣어야 하는지 몸으로 익히기 좋습니다. 익숙해진 뒤에 다른 이즘으로 옮겨 가면 차이가 확실히 느껴집니다.
처음 잡는 사람이 막히는 곳
격투 게임의 첫 벽은 대개 커맨드 입력입니다. 아래에서 앞으로 돌리는 입력, 앞뒤로 왕복하는 입력이 손에 붙지 않으면 아무것도 나가지 않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빠르게 돌리는 게 아니라 각 방향을 확실히 거치는 것입니다. 대충 흘리면 입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두 번째 벽은 무작정 앞으로 가는 습관입니다. 초보자는 대개 계속 전진하다가 상대의 대공기에 맞습니다. 뛰어들기 전에 한 박자 멈춰 상대의 반응을 보는 것만으로 승률이 크게 달라집니다.
세 번째는 방어를 몰라서 생깁니다. 뒤로 밀면 서서 막고, 뒤아래로 밀면 앉아서 막습니다. 발밑을 노리는 공격은 서서 막을 수 없고, 뛰어오는 공격은 앉아서 막을 수 없습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감각이 붙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대전이 재미있어집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알파 계열은 스트리트 파이터 2와 3 사이의 시간대를 다루는 갈래입니다. 2에서 익숙했던 얼굴들과 다른 캡콤 격투 게임에서 넘어온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캐릭터 목록이 시리즈 중에서도 유난히 두툼해졌습니다. 그 정점이 바로 이 세 번째 작품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이 시리즈를 보통 스파 제로라고 불렀습니다. 일본판 제목이 제로였고, 국내에 들어온 기판 상당수가 그 계열이었기 때문입니다. 대전 격투가 오락실의 중심이던 시절에 알파 3은 꾸준히 자리를 지킨 기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휴대용 이식판은 그 기판을 혼자서도 붙잡을 수 있게 해 준 물건이었습니다. 화면이 작아 체감이 다르고 버튼 배치도 아쉽지만, 캐릭터를 하나씩 꺼내 기술을 확인해 보는 용도로는 충분합니다. 오락실에서 쓰던 캐릭터를 다시 잡아 보는 것만으로도 켤 이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