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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시티 2000 북미판

심시티 2000 (Sim City 2000 U Gbanow) · 2003 · Electronic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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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시작합니다

처음 켜면 강과 언덕뿐인 빈 땅이 나옵니다. 여기에 무엇을 어디에 놓을지는 전부 플레이어가 정합니다. 정답이 없다는 게 처음에는 막막한데, 도로 한 줄 긋고 구역 몇 칸 칠하고 나면 어느새 그 위에 사람이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 그 순간부터는 손을 떼기가 어려워집니다.

심시티 2000 북미판(Sim City 2000)은 게임보이 어드밴스로 나온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입니다. PC에서 쿼터뷰와 지하 배관을 처음 도입해 시리즈의 기준을 세운 그 버전을, 휴대용 화면에 맞춰 옮겼습니다.

심시티 2000 북미판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어드밴스 (2003)

도시가 자라는 규칙

주거·상업·공업 세 구역의 균형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자리가 없으면 사람이 안 들어오고, 사람이 없으면 상점이 안 서고, 상점이 없으면 도시가 돈을 못 법니다. 어느 한쪽이 비면 그 구역의 땅값이 떨어지면서 건물이 빈집으로 남습니다.

전기와 상수도는 눈에 잘 안 띄는 함정입니다. 전선을 잇지 않은 구역은 아무리 기다려도 개발되지 않고, 지하 수도관이 닿지 않는 곳은 인구가 일정 선에서 더 이상 늘지 않습니다. 뭔가 안 자란다 싶으면 이 둘부터 확인하는 게 빠릅니다.

예산 화면과의 싸움

매년 예산 화면이 뜹니다. 세율을 조정하고 각 부서에 얼마를 줄지 정하는 자리인데, 여기서 아끼면 도시가 나빠지고 넉넉히 주면 통장이 빕니다. 경찰 예산을 깎으면 범죄가 늘고 땅값이 떨어지며, 그러면 세수가 줄어 다시 예산이 빡빡해지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적자가 이어지면 결국 지어 놓은 시설을 부수게 됩니다. 그래서 확장 속도를 욕심내지 않는 게 요령입니다. 인구가 늘 때마다 한 번씩 멈춰서 수입과 지출을 맞춰 놓고 다음 구역을 여는 쪽이 훨씬 오래 갑니다.

재난과 복구

화재, 지진, 토네이도, 홍수가 예고 없이 옵니다. 특히 불은 붙은 뒤에 대처하면 늦습니다. 소방서 사정거리가 닿지 않는 외곽 공업 구역이 통째로 타 버리는 일이 흔해서, 구역을 넓힐 때 소방서를 함께 세우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재난 발생 자체를 꺼 둘 수 있습니다. 도시 설계 자체를 즐기고 싶다면 꺼 두고, 위기 관리까지 게임의 일부로 보고 싶다면 켜 두면 됩니다. 어느 쪽이든 승리 조건이 따로 없다는 점은 같습니다.

끝이 없어서 오래 하는 게임

이 게임에는 마지막 스테이지가 없습니다. 인구 몇 만을 찍겠다든지, 공해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든지, 목표를 스스로 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잠깐 켰다가 도시 한 구석만 손보고 끄기에도 좋고, 몇 시간을 붙잡고 대도시를 키우기에도 좋습니다.

휴대용 이식이라 원작보다 규모와 건물 종류가 줄었지만, 도시가 조금씩 커지는 그 리듬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화면 구석에서 작은 집들이 하나둘 아파트로 바뀌어 가는 걸 보고 있으면, 왜 이 시리즈가 수십 년째 이어지는지 알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