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머라인즈 프로젝트 스웜
아머라인즈 프로젝트 스웜 (Armorines Project S W a R M USA Europe En de) · 2000 · Acclaim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게임보이 컬러로 일인칭 총싸움을 하겠다는 발상은 지금 들어도 무모합니다. 화면은 손톱만 하고 색은 몇 가지뿐이며 버튼은 둘입니다. 그런데 1990년대 말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던 무렵의 개발사들은 거치형 기계에서 인기를 끈 장르를 어떻게든 이 작은 기계에 밀어 넣으려 했습니다. 아머라인즈 프로젝트 스웜도 그런 시도의 결과물이고, 그래서 이 게임을 켜 보면 작은 화면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구경하는 재미가 먼저 옵니다.
아머라인즈 프로젝트 스웜(Armorines: Project S.W.A.R.M.)은 게임보이 컬러로 나온 액션 슈팅입니다. 강화복을 입은 대원이 되어 지구를 덮친 외계 생명체 떼를 상대하는 내용이고, 무기를 들고 구역을 돌며 목표를 처리해 나가는 구성입니다. 같은 제목으로 거치형 기계에도 작품이 나왔고, 이 카트리지는 그 이름을 휴대기 쪽으로 가져온 판입니다.
벌레 떼를 상대한다는 것
이 게임의 적은 벌레입니다. 벌레의 무서움은 한 마리의 강함이 아니라 수에 있습니다. 한 마리씩 오면 쉽게 처리되지만 여럿이 사방에서 몰려들면 순식간에 둘러싸입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준 실력보다 자리 잡기입니다.
등 뒤가 막힌 곳을 등지고 서면 적이 올 수 있는 방향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넓은 공간 한복판에 서 있으면 사방이 뚫려 있어 언제 누가 붙는지 알 수 없습니다. 좁은 통로로 물러나 한 방향씩 처리하는 것이 이런 상황의 정석이고, 이 게임에서도 통합니다. 전진하다가 적이 몰리면 한 번 뒤로 빠지는 판단이 체력을 크게 아껴 줍니다.
또 하나는 탄약 관리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적마다 전부 쏘다 보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총알이 없습니다. 지나쳐도 되는 적은 지나치고, 길을 막고 있는 적만 처리하는 쪽이 대개 낫습니다.
작은 화면에서 길을 잃지 않기
이런 게임에서 가장 흔한 어려움은 방향 감각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범위가 좁으니 내가 어느 쪽에서 들어와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가 금방 헷갈립니다. 같은 복도를 두 번 세 번 돌게 되고, 그러는 동안 시간과 탄약이 사라집니다.
요령은 지도를 자주 보는 것과 자기만의 규칙을 정하는 것입니다. 갈림길이 나오면 항상 왼쪽부터 본다든가, 새 구역에 들어가면 먼저 한 바퀴 외곽을 돌고 안쪽으로 들어간다든가 하는 식입니다. 오래된 휴대기 게임에서 길을 잃는 것은 실력 문제라기보다 시야 문제이므로, 규칙으로 보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문을 지나면서 어떤 문을 열었는지 기억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잠긴 문 앞에서 돌아 나왔다면 열쇠가 될 만한 것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고, 그것은 대개 아직 가 보지 않은 구역에 있습니다.
기계를 쥐어짠 흔적
게임보이 컬러는 원래 이런 장르를 돌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을 해 보면 화면이 부드럽게 흐르기보다 뚝뚝 끊기고, 적이 여럿 나오면 눈에 띄게 느려지는 순간이 생깁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결함이지만, 당시에는 그 정도가 이 하드웨어의 한계선이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부분을 관찰하며 하는 것이 오래된 휴대기 게임을 즐기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어디서 그림을 줄이고 어디서 처리를 아꼈는지가 눈에 들어오고, 그러면 만든 사람들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가 보입니다. 이 게임이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것은 총을 쏘는 손맛과 적이 몰려오는 압박감입니다.
지금 잡아 보면
이 작품은 크게 알려진 게임은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이 카트리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같은 시기의 유명한 휴대기 게임들에 가려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평가도 후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한 번쯤 켜 볼 이유는 있습니다. 이 시기에 사람들이 작은 기계로 무엇까지 해 보려 했는지를 보여 주는 표본이기 때문입니다. 성공했든 아니든, 손바닥 안에서 총을 들고 벌레 떼를 상대한다는 발상이 실제 카트리지로 만들어져 팔렸다는 사실 자체가 그 시절의 분위기를 말해 줍니다. 한 구역을 돌아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으니 가볍게 만져 보기에 부담도 없습니다.